등록 : 2015.12.23 19:36
수정 : 2015.12.23 22:14
국내외 학자 연구결과 잇따라
정영철 교수 “작게는 50만명”
일 미야모토 교수 “70만2372명”
국방백서 “120만명” 과대포장 논란
국내외 학자들이 북한군의 규모가 70만명 안팎이라는 연구 결과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정부의 공식 판단이 담긴 <2014 국방백서>가 밝힌 120만여명보다 50만명 적은 것이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과대포장하려는 병력 부풀리기’라는 비판을 받아온 정부의 북한군 규모 추산의 적절성 여부를 두고 학계를 중심으로 논란이 재점화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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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주요 국가별 군 병력 규모와 인구 대비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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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철 서강대 교수는 최근 국회 정보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연구한 ‘북한의 인구통계와 사회변화: 교육체제의 변화와 군대 규모에 대한 새로운 추정’ 보고서에서 “북한 정규군 병력으로 추론할 수 있는 범위는 작게는 약 50만명, 많게는 약 75만명”이라고 밝혔다. 미야모토 사토루 일본 세이가쿠인대학교 교수도 10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북한학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조선인민군의 군사조직과 군사력’이라는 논문에서 조선인민군(북한군)의 병력 규모가 “70만2372명”이라고 추산했다.
두 교수의 추산 근거는, 유엔인구기금(UNFPA)의 도움을 받아 자료의 신뢰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북한의 1993년과 2008년 인구조사 통계자료다. 특히 2008년 인구조사는 유엔인구기금이 직접 참여해 국제기준에 따라 이뤄졌고, 남북협력기금이 투입됐다.
정 교수는 1993년과 2008년 인구조사 결과 공교롭게도 지역별 인구와 연령별 인구 사이에 70만명의 ‘통계적 오류’가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단서를 찾았다. 93년은 지역별 인구가, 20008년은 연령별 인구가 70만명 더 많다. 특히 2008년 통계를 보면 그 차이가 대부분 ‘15~29살의 남성’에서 나타난다. 이 연령대는 북한에서 군 입대~복무 시기와 겹친다. 정 교수는 2008년 인구통계 자료의 △연령별·지역별 차이 △16살 이상 직업 인구 △연령 구간 △남녀 성비 비교 등을 통해 북한군 병력 규모를 추산했다. 미야모토 교수는 93년 인구통계자료에서 연령별-지역별 인구 사이에 70만명의 차이가 난 것은 “군인을 제외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북한 쪽의 논문(1999년)도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합참이 개인 연구 결과에 논평을 내놓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다만 국방백서의 120만명은 다양한 정보를 취합해 산출한 것으로 정확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군을 120만으로 추산한 근거를 전혀 밝히지 않아 검증의 여지를 원천봉쇄하고 있다. 정부가 해마다 북한의 경제 규모를 추정할 때 나름의 기준과 방법론을 밝히는 것과 전혀 다른 태도다. 정부가 추산한 ‘북한군 120만명’은, 북한 전체 인구의 5%에 이를 정도로 ‘비상식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국의 군병력 규모(63만명)는 인구의 1.3%이고, 세계에서 인구 대비 군병력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인 이스라엘도 2.2% 수준이다. 북한군 규모를 70만명으로 추산하더라도 북한 인구의 3%에 이른다. 앞서 일본 아시아경제연구소(IDE-JETRO)의 나카가와 마사히코는 2012년 중국 쪽 자료를 근거로 한국전쟁 정전 무렵 북한의 최대 동원 병력이 총인구의 5.3%였다고 밝힌 바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국전쟁 수준의 군병력을 평시에도 늘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인 국방부 추산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북한 연구자들은 1995~97년 ‘고난의 행군’에 따른 인구 손실의 여파가 북한군 병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시기를 2007년께부터 현재까지로 보고 있다. 이 기간엔 북한군의 병력 규모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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