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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2.15 19:29 수정 : 2016.02.16 08:29

가동중단 때 지급한 보험금
대출금 반환용으로 빼가고
재가동때는 전액 반납토록
반납 못하면 재가입 못하게

지난 2008년부터 개성공단에서 의류를 만들어온 김아무개 대표는 “초기 자본금 80억원을 한 푼도 건지지 못할까봐 잠이 안 온다”고 하소연했다. 초기 투자금을 보상받을 수 있는 남북경협보험에 가입이 안 돼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경협보험에 가입을 안 한 게 아니라, 가입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돼 있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고 억울해했다.

김 대표도 개성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 수출입은행과 40억원 규모의 경협보험 계약을 맺었다. 그는 이 보험금을 담보로 중소기업은행에서 시설자금으로 29억원을 대출받았다. 하지만 2013년 북핵 문제로 공단 가동이 잠정 중단되면서 고난은 시작됐다. 그해 8월 수출입은행이 보험금 지급을 위해 보험금액을 산정할 때 경영손실액을 반영해 자본잠식 등의 이유로 보험금을 22억원만 지급하면서 자금 회전이 꼬였다. 그나마 보험금도 기업은행이 곧바로 대출금 반환용으로 전액 가져갔다.

그 뒤 9월에 공단 가동이 재개되자 수출입은행은 입주기업들에 보험금을 반납하고, 보험금 수령과 동시에 계약 해지된 경협보험에 재가입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김 대표는 “보험금을 반납하려고 기업은행에 대출을 신청했는데 거절당했다”고 털어놓았다. “노무현 정권 때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기술신용보증기금이 보증증권을 발급해줘 이 증권을 담보로 금융권 대출을 받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13년 당시는 정부 지침이 없어서 기술신용보증기금이 증권 발급을 못해주겠다고 하더군요.”

수출입은행은 보험금을 전액 반납한 기업만 새로 경협보험 계약을 맺을 수 있다고 밝혀, 자금난으로 보험금을 반납하지 못한 김 대표는 경협보험에 가입할 수 없었다.

2007년부터 개성공단에서 의류를 생산해온 이아무개 대표도 사업 초기 투자금 40억원을 모두 날릴 신세다. 우리은행에서 ‘개성공단 브이(V)론’ 18억원을 대출받았는데, 2013년 가동 중단 때 보험금이 지급되자 우리은행이 기존 대출금을 회수한다며 18억원을 빼갔다. 수출입은행은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사태 등의 영향으로 발생한 영업손실을 반영해 자본이 잠식됐다며 투자금 40억원의 절반가량인 21억7천만원만 보험금으로 지급했다. 이 대표는 “보험금 상환을 못해 재가입이 안 된 기업이 10곳쯤 된다”고 했다.

최근 박원석 의원(정의당)이 수출입은행에서 받은 ‘2013년 개성공단 가동중단시 보험금 지급 현황’ 자료를 보면, 2015년 12월말 기준으로 보험금 미반납 기업은 총 19개다. 이 가운데 14곳은 경협보험에 재가입을 할 수 없고, 나머지는 사업 포기나 해산 절차를 밟았다.

윤영미 송경화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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