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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2.19 15:47 수정 : 2016.02.19 15:47

“힘들게 남북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냈는데...”
현대아산·토지공사·통일부 힘합쳐
가을옷 입고 가서 한겨울 이겨내며
허허벌판에 거대한 공단 만들어내
“가장 큰 통일운동을 결딴내버려…”

“통일운동가가 아닌 사람들이 만드는 가장 큰 통일운동.”

2005년 3월 거행된 제7회 한겨레통일문화상 시상식에서 당시 변형윤 재단 이사장이 수상자들인 ‘개성공단을 만든 사람들’에게 건넨 축하의 말이다. 개성공단은 2000년 8월 현대아산과 북쪽이 공단 설립에 합의한 이후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2004년 12월15일 주방용품 생산업체인 리빙아트가 첫 제품인 냄비를 만들면서 본격 생산에 들어갔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은 이에 “이분들의 출발점은 기업 이익 실현일지 몰라도, 이분들이 이루어놓은 성과는 가장 빛나는 통일운동”이라며 통일문화상 수상자로 선정한 것이다.

당시 수상자는 현대아산 관계자 3명, 토지공사 관계자 2명, 통일부 관계자 1명 등 모두 6명에 이르렀다. 이는 개성공단이 그만큼 많은 기관과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아 이루어낸 것임을 보여준다. 이 가운데 현대아산 쪽은 북한과 개성공단 계약 체결, 법률 입안 등을 담당했으며, 토지공사 쪽에서는 토지임차료 문제, 통신·전력 협상 타결에서 큰 구실을 했다. 통일부도 남쪽 기업과 북쪽의 협의가 답보상태에 이르자 2004년 1월29일 직접 협상에 참가해 남북 양쪽의 입장을 절충해 타결되도록 조정하는 일을 맡기도 했다. 개성공단을 만든 사람들은 이런 팀워크에 기초해 당시만 해도 허허벌판이었던 곳에 거대한 공단을 세울 수 있었다.

당시 심사평에서 윤정모 심사위원(작가)은 “‘사무소를 열 때까지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가을 옷을 입고 개성에 가서 그 추운 겨울을 견디었고, 난방이 안 되는 여관에서 뜨거운 물주머니를 껴안고 겨울밤을 지냈다”며 이들의 열정을 평가했다. 윤 심사위원은 또 “그 과정에서 북한 관계자들이 겨울옷을 장만해주었다는 대목에서는, 얼마나 추워 보였으면 가난한 북녘동포들이 그런 마음까지 가졌을까 싶다”며 공사현장에서 움트기 시작한 민족애를 그리기도 했다.

수상자 중 한명인 허만섭 당시 토지공사 개성지사장은 “지금까지는 잘 살아남는구나 하는 생각이었지만 이번 사태는 2013년하고는 또 다른 것 같다”고 현 사태의 엄중함을 평가했다. 허 전 지사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개발할 것을 다 해서 더 이상 활로가 없는 상태”라며 “그런 의미에서 북한이 미지의 활로가 될 수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수상자는 “너무 당황스럽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개성공단은 분단 반세기 넘게 대화도 못하고 지내던 남북한을 본격적인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낸 곳”이라며 “이런 곳을 문을 닫게 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성공단의 124개 기업은 그곳에 정착해서 살아가는 생명체나 마찬가지”라며 “정부가 기업 생명을 소중하게 키워나가서 새로운 생명들이 태어나도록 해야 하는데, 충분한 근거도 없이 그 생명을 앗아가버렸다”고 비판했다. 기업체가 만들어온 가장 큰 통일운동을 통일 대박을 외치던 박근혜 대통령이 ‘결딴내버린’ 것이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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