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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3.03 00:25 수정 : 2016.03.03 00:25

러시아 요구로 3가지 바뀌어
석탄·항공유 금수 예외조항 추가
중 과거 3~6개월만 ‘성의’
이번에도 같은 행보 전망 우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2일(한국시각 3일 새벽)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로켓 발사에 대응한 새 대북제재 결의를 공식 채택했다. 북한이 1월6일 4차 핵실험을 한 지 57일 만이다. 한국·미국과 중국·러시아 사이의 이견을 해소하고 문안을 절충하느라 역대 대북제재 결의 가운데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다.

미·중은 2월25일 결의안 초안에 합의해 안보리 이사국에 회람시켰으나, 러시아가 일부 수정을 요구해 채택이 일주일 가까이 미뤄졌다. 안보리는 애초 1일 오후 새 결의를 채택하려 했으나, ‘결의 초안(블루 텍스트) 회람 24시간 경과 뒤 표결’ 관행을 지키자는 러시아 정부의 요구로 전체회의를 미뤘다.

새 결의는 전문 12개항(안보리의 기본인식)과 본문 52개항(제재 조처와 이행 계획 등), 4개의 부속서로 이뤄졌다. 중국 정부의 요구로 북핵 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 원칙 및 유엔 회원국의 6자회담 지지 재확인도 담겼다. 한국 외교부는 “70년 유엔 역사상 비군사적 조치로는 가장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 결의”라고 평가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제재 조처 52개항의 과반에 ‘결정’(decide)이라고 명시됐을 정도로 제재 이행의 법적 의무가 강화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라 안팎의 전문가들은 북한과 1500㎞에 이르는 국경을 접하고 있고, 북한 대외무역의 90% 남짓을 차지하는 중국 정부의 ‘이행 의지’가 새 대북제재 결의의 실효성을 좌우하리라는 데 이견이 없다. 안보리의 기존 네 차례 대북제재 결의 이행 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3~6개월 정도만 ‘성의’를 보이고 이후엔 ‘융통성을 발휘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지적이다. 중국 정부가 이번에도 이전과 질적으로 다른 행보를 보이지는 않으리라는 전망이 상대적으로 많다. 모든 유엔 회원국은 결의 채택 뒤 90일 안에 제재 이행 경과와 계획을 담은 국가별 이행보고서를 안보리에 제출해야 한다.

■ 러시아의 요구로 바뀐 3가지 미·중 합의안에 있던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 러시아 대표 장성철이 제재 대상에서 빠졌다. 거부권을 지닌 상임이사국 러시아가 “인정할 수 없다”고 반대한 탓이다. 북한에 항공유 판매·공급 금지와 관련해서도 ‘북한 민항기의 평양 귀환용 재급유 허용’이 예외조항으로 추가됐다. 북한 고려항공 여객기가 모스크바에 왔다가 평양으로 돌아가려면 재급유가 불가피하다는 러시아의 지적에 따른 조정이다. 고려항공은 중·러에만 취항했는데, 이 예외조항이 항공유 금수의 ‘구멍’이 될 수도 있다. 러시아는 북한산 석탄 금수 조처와 관련해 제3국산 석탄의 북한 나진항을 통한 수출도 안보리 제재위원회에 신고해 승인을 받는다는 조건으로 예외를 인정받았다. 남·북·러 3국 협력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대한 러시아의 높은 관심을 반영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의 이런 수정 요구를 두고 ‘몽니’라는 평가도 일부 있지만, 자국의 경제적 이해를 고려한 실무적 조정에 가까워 보인다.

■ 북한의 국제금융네트워크 활용 봉쇄 새 결의는 북한 은행의 국외 지점 신규 개설 금지와 기존 국외 지점 90일 안 폐쇄를 의무화했다. 유엔 회원국 금융기관의 북한 내 사무소·은행계좌 개설도 금지했다. 국제 인도적 지원 단체와 유엔기구의 북한 내 활동에 필요한 송금 업무 정도만 예외로 허용했다. 한국 외교부는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식 금융제재(‘돈세탁 우려’ 지정)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직접적이고 강력한 타격을 주는 금융제재 조처”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북한이 비디에이 사태 이후 국제금융망을 활용한 정상적 금융거래를 회피하고 있는데다, 수십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국외 금융기관 대부분이 중국에 몰려 있을뿐더러 위장 간판을 달고 송금 업무 등을 처리하는 곳이 많아 실효성이 얼마나 높을지 전망이 엇갈린다.

■ 광물·무기거래 금수, 화물검색·추방 북한의 광물 수출 금지, 항공유 판매·공급 금지, 북한행·발 화물 ‘의무 검색’, 불법행위 연루 북한 외교관·정부대표와 제3국인 추방, 군사적 전용이 가능한 모든 물품 수출통제(‘캐치올’ 제도 강화) 등은 미·중 합의안(<한겨레> 2월27일치 5면 참조)이 최종 결의에 그대로 반영됐다. 광물 금수와 화물 검색 또한 중국의 이행 의지가 관건이다. ‘민생용’(livelihood purpose) 석탄·철(광석) 수출의 예외적 허용이 ‘구멍’이 될 수 있다.

■ 북한의 국외 노동자 파송과 인권 침해 논란 새 결의는 전문에서 “북한 주민이 처한 심각한 고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로는 처음으로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한 셈인데, 한국 외교부는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제재 조처를 취하는 근거로 활용될 전망”이라고 짚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된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국외 파송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 침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주요 외화 소득원으로 꼽히는 국외 파송 노동자들은 중·러를 중심으로 최소 5만에서 최대 2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노동자 국외 파송 차단 문제는 이번 결의의 제재 대상에 들어 있지 않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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