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5.08 19:29
수정 : 2016.05.08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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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들이 지난 7일 평양에서 전차를 타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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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포기 않겠다’는 병진노선 재확인
핵포기 강요하는 6자 대신
미국과 ‘핵 군축협상’ 의도
‘핵 선제적 불사용’ 재천명
한반도 비핵화는 언급 없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6~7일 진행한 7차 노동당대회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기존의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노선’(병진노선)을 재확인했다. 더 나아가 병진노선이 “항구적인 전략 노선”이라며 핵 포기 의사가 없다는 뜻도 밝혔다.
김 제1비서는 이날 핵 보유국으로서 병진노선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여러 곳에서 밝혔다. 그는 “병진노선이 급변하는 정세에 대처하기 위한 일시적 대응책이 아니라 우리 혁명의 최고 이익으로부터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나가야 할 전략적 노선”이며 “가장 정당하고 혁명적인 노선”이라고 선언했다. 아울러 “제국주의의 핵위협과 전횡이 계속되는 한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을 병진시킬 데 대한 전략적 노선을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자위적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제1비서는 자칭 ‘핵보유국’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뜻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 공화국은 책임있는 핵보유국으로서 침략적인 적대세력이 핵으로 우리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이미 천명한 대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제정한 ‘핵보유법’(“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하여”)에 명시된 ‘(선택적) 핵무기 선제적 불사용’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핵보유법 5조엔 “적대적인 핵보유국과 야합해 공화국을 반대하는 침략이나 공격 행위에 가담하지 않는 한 비핵국가들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고 핵무기 개발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미국의 핵공격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은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 기조와 비교된다. 김 제1비서는 “국제사회 앞에 지닌 핵 전파 방지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핵보유국으로서 핵을 다른 나라나 단체 등에 이전하지 않는 핵확산금지조약의 의무에 충실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제1비서는 “한반도 비핵화”는 입에 올리지 않았다. 북한이 4월30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6자회담 (9·19) 공동성명은 최종적으로 사멸됐다”고 밝힌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제1비서는 대신 “세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핵 포기’와 ‘경제지원·안전보장’을 맞바꾸는 방식의 6자회담 대신 북-미 간 ‘핵 군축협상’을 통해 핵 문제를 해결하자는 최근 북한의 방침을 재확인한 셈이다.
김 제1비서의 이런 태도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한·미 등 국제사회의 공식 견해와 상충한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핵 불포기 선언을 다시 한번 공식화한 셈이지만, 이는 국제사회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이라며 “북한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국제사회에서의 고립화는 더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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