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5.10 19:49
수정 : 2016.05.10 19:49
김일성 당직은 ‘당 중앙위원장’
중앙위 아닌 “당대회가 추대”
9일 폐회한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가 추대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당위원장)이라는 직책이 1949년 김일성의 선례를 따른 ‘할아버지 쫓아하기’라는 보도와 분석이 많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당위원장’은 조선노동당 역사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 직책이다. ‘김정은’만을 위한 위인설관이다.
1949년 당시 북한 내각 수상이던 김일성의 당직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장’이다. ‘당위원장’이 아니다. <김일성저작집>(제5권) 등을 보면, 1949년 6월30일 남로당과 북로당의 중앙위원회가 비밀리에 합당대회을 열어 양당 중앙위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로 통합하고, 중앙위 위원장에 김일성, 부위원장에 박헌영과 허가이를 선출했다. 남북노동당 합당 사실은 비밀에 부쳐지다 <조선중앙연감(1951~52년판)>에 처음 공개됐다.
49년 당시 김일성 위원장은 당중앙위의 리더였지만 ‘유일한 권력자’는 아니었다. ‘김일성 유일체제’는 남로당계·연안파·소련파 숙청을 거쳐 50년대 말~60년대 초에 구축됐다. 북한이 ‘승리자의 대회’라 부르는 제4차 당대회(1961년 9월)에서 개정된 당규약 전문에 “조선노동당은 조선공산주의자들의 항일무장투쟁에서 이룩한 영예로운 혁명전통의 직접적 계승자”라고 규정한 게 대표적이다. ‘김일성 빨치산 투쟁’과 직접 관련이 없으면 ‘혁명전통’이 아니라는 선언이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의 명분인 ‘백두혈통’에 역사적 정당성을 부여해온 <항일빨치산 참가자들의 회상기>가 처음 나온 때가 59년 6월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66년 10월 제2차 당대표자회의에서 김일성은 당중앙위 위원장 직제를 폐지하고, 당중앙위 총비서직에 올랐다.
반면 이번 당대회에서 개정된 당규약은 ‘당위원장’을 “당의 최고직책”이자 “당을 대표하고 전 당을 영도하는 당의 최고영도자”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김정은 동지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명시했다. 북한에선 노동당이 국가를 영도(헌법 11조)하는데, ‘김정은 당위원장’은 그런 노동당의 영도자다. “어버이수령-어머니당-대중”이 “혁명적 대가정”을 이루며 “수령이 최고 뇌수”라는 북한 특유의 기괴한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이 바탕에 깔려 있다.
위상이 다르니 추대 방식도 다르다. 당중앙위 위원장은 중앙위에서 선출·추대된다. 그러나 ‘김정은 당위원장’은 당중앙위가 아닌 ‘7차 당대회’가 “전체 당원과 인민군 장병들, 인민들의 한결같은 의사와 염원을 반영”해 9일 추대했다. 정치국 상무위원·정치국원·정치국후보위원 등 노동당 핵심 당직이 예외없이 9일 소집된 당중앙위 제7기 제1차 전원회의에서 결정된 것과 차별화된 방식이다.
한편, 이번에 개정된 당규약 본문에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병진노선)이 명기됐다고 <노동신문>이 10일 보도했다. 아울러 당규약 서문에 노동당을 “김일성-김정일주의당”으로, “김정일 동지는 조선노동당의 상징이고 영원한 수반”이라고 규정했다고 <노동신문>이 전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