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7.20 18:54
수정 : 2016.07.2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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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북한의 인도적 지원사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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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정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정책팀
/평화나눔센터 부장
북 5살 이하 28% ‘만성 영양실조’ 지원 시급
북쪽 주민 상황 눈감아버리면 ‘평화’ 달성 못해
최근 몇 년간 북한의 인도적 상황이 얼마나 개선되었느냐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그도 그럴 것이 북한과의 교류가 왕성했던 시기에는 북측 파트너들에게 전반적인 상황을 전해들을 수 있었고, 남측 인사들이 북쪽 사업장을 수시로 방문하며 상황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남북의 소통 채널이 거의 모두 끊겨버린 지금은 간간이 발표되는 평양주재 국제기구들의 보고서와 그들의 증언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과연 북한 주민들의 상황은 얼마나 나아졌을까? 2015년, 2016년 북한 주재 유엔 북한사업팀(UN Country Team)이 발표한 ‘북한의 인도적 필요와 지원 우선순위’를 살펴보면,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식량·영양·보건 등 전반적인 지표들이 북한이 한창 어려웠던 시절에 비해 상당히 개선된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많은 국제기구들이 공을 들이고 있는 식수위생 분야는 2015년 현재 80%의 가정이 안전한 식수와 위생시설에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는 그 전해에 비해서도 10%포인트 호전된 수치이다.
이에 비해 5살 이하 아동들의 영양 상태는 만성 영양실조 27.9%, 급성 영양실조 4%로 2010년대 초반의 상황에서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러 지표들 중에서 특히 어린이들의 영양실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영양실조야말로 ‘서서히 사람을 죽이는’ 가장 악질의 질병이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급성 질환은 그에 맞는 약 처방과 시술로 빠르게 호전될 수 있지만 영양실조, 그중에서도 만성 영양실조는 좀 더 긴 호흡의 지원과 관리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지속적인 개입과 지원이 없다면 아이들은 서서히 죽어갈 수밖에 없다.
‘인도적 지원만큼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던 우리 정부는 2년 전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지원사업으로 ‘북한 모자보건사업’을 추진했었다. 정치적으로 가장 부담이 적은 대상을 고르기도 한 것이겠지만 정부 또한 영양실조의 위험성을 잘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이후 남북의 대치상황이 깊어지면서 본 사업에 대한 자금지원은 중단되고 말았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남측 민간단체들의 북한 주민 접촉신고에 대한 수리를 거부하며 인도적 대북지원을 위한 최소한의 접촉까지 막고 있는 상황이다. 남북관계의 부침이 어린이들을 위한 지원사업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많은 북한 전문가들은 대북제재는 ‘벌을 주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며 ‘북한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안이라는 ‘2270호’도 대북제재로 인해 민생에 악영향이 있어서도, 인도지원 활동이 영향을 받아서도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이들이 대북제재의 효과에 의구심을 갖는 현실에서 역설적이게도 인도지원 영역만이 심각한 타격을 입는 블랙코미디가 연출되고 있다.
북측을 파트너로 하는 대북지원사업이 정치적 상황과 완전히 무관하게 돌아가리라 생각할 만큼 순진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래도 지원단체들은 ‘인도적 대북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진행하겠다’는 정부의 원칙이 실제로 구현되기를 여전히 바라고 있다.
민간 차원의 대북지원과 교류협력이 현저히 축소된, 아니 완전히 사라져버린 지금, 과연 남북관계는 정책결정자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에 한걸음 더 가까워졌는가? 아니라고 한다면 답은 명확하다. 민간의 영역을 하루빨리 정상화해야 한다. 끊어진 소통의 채널을 다시 잇고 북한 주민들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 북쪽 주민들의 상황에 눈을 감아버리는 방식으로는 평화는 물론 어떠한 선한 목적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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