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7.26 22:54
수정 : 2016.07.26 22:54
26일 오후 라오스 ARF 회의장서 기자회견
남북관계 개선 위해 평화적 환경 필요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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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6일 오후(현지 시각)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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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6일(현지시각) “추가 핵실험은 전적으로 미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이날 오후 제23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가 열린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선반도 비핵화는 미국에 의해 하늘로 날아간 거나 같게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5차 핵실험 여부에 대해 확인도 시인도 하지 않은 모호성 전략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날아갔다”는 단정적 표현이 아니라, “날아간 것과 같게 됐다”며 여지를 두는 표현을 쓴 대목이 눈에 띈다. 앞서 북한은 “조선반도 비핵화는 수령님(김일성 주석)과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이며 김정은 동지의 영도 따라 나아가는 당과 군대·인민의 드팀없는 의지”(6일 정부 대변인 성명)라며, 한반도 비핵화를 다시 내세운 바 있다.
리 외무상은 “7차 당대회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과 북남관계를 대화·협상으로 완화·개선시키자는 중요한 두 정책 방향이 제시됐는데 그러자면 평화적 환경이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지금 정세를 악화시키는 기본 요인은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인권문제를 걸어 우리 최고존엄(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까지 모독하며 최대의 적대행위를 감행하는데 이는 결국 우리와 공존을 거부하고 모든 대화의 문을 닫겠다는 선전포고와 다름이 없다”고 비판했다.
리 외무상은 24~26일 아세안 관련 연쇄 외교장관회의 기간에 남북 외교장관회담이 열리지 않은 이유와 관련해 “북남관계를 대화·협상으로 풀기 위해 대화를 제안했으나 모두 거부당했다”며 “현시점에서 남조선 쪽이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는 이번 회의 기간에 대화를 제안했다는 게 아니라, 7차 당대회(5월6~9일) 이후 ‘북남 군사당국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접촉 제안’(5월21일) 등 일련의 대화 제안을 남쪽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리 외무상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외교장관회의에서 “미국의 핵폭격기, 핵잠수함, 사드를 비롯한 전략자산이 조선반도에 투입되고 있다”며 “악명 높은 ‘을지프리덤 가디언’ 합동군사연습이 이번에는 또 어떤 고비를 조성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일 (을지훈련이 시작되는) 8월 조선반도 정세가 통제 밖으로 벗어나게 된다면 그 책임은 핵 전략자산을 조선반도에 끌어들인 측, 공화국의 최고존엄을 건드려 먼저 선전포고를 한 측인 미국이 전적으로 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엔티안(라오스)/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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