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8.11 06:41
수정 : 2016.08.11 06:41
안으로는 수산물 증산 독려, 밖으로는 조업권 판매
북한이 동·서해 황금어장의 조업권을 중국에 팔아넘긴 것은 김정은 체제가 주민 생활 개선보다 통치자금 확보를 우선시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북한 주민들의 고질적인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수산자원을 약탈적인 중국 어선들에 내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정보당국은 북한으로부터 조업권을 사들여 동·서해 북방한계선(NLL) 북쪽 바다에서 고기잡이하는 중국 어선이 2천500여 척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국 어선들은 촘촘한 그물을 바다 깊숙이 내려 치어까지 싹쓸이하는 약탈적인 조업을 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북한이 수산자원 보호를 위해 중국 어선 단속을 강화해야 할 판에 조업권을 팔아 이들을 불러들이고 있는 셈이다.
북한이 동·서해 황금어장을 중국 어선들에 내준 것은 내부적으로 '인민생활 향상'을 내세우며 수산물 증산을 독려하는 것과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은 식량난을 해결하고자 수산물 증산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수산업이 농업이나 경공업에 비해 적은 투자로 단기간에 실적을 낼 수 있는점에 주목한 것이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2013년부터 해마다 연말이면 '인민군 수산 부문 열성자회의'를 열어 군 주도로 수산물 생산을 획기적으로 늘릴 것을 독려했다.
최고지도자의 독려 아래 북한 주민들은 '물고기 대풍'을 이루고자 바다에 뛰어들었고 무리한 조업으로 사고도 속출했다.
북한이 올해 5월 초 노동당 제7차 대회를앞두고 사회 전 분야를 총동원한 '70일 전투' 기간에는 서해에서 조업하던 어선이 침몰해 선원 8명이 모두 숨지기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군 수산사업소, 양어장, 어구 공장 등을 현지지도하며 수산물 증산에 각별한 관심을 가진 모습을 보여줬다.
북한 공식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이런행보를 부각하며 그를 '애민'(愛民)의 지도자로 묘사했다.
북한이 안으로는 수산물 증산을 독려하면서 밖으로는 중국 어선들에 조업권을 팔아 동·서해 어장을 내준 것은 주민들을 기만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에게 어획량을 늘리라고 지시해놓고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 어선들을 대거끌어들여 조업 환경을 악화시킨 셈이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들은 상부의 증산 지시와 중국 어선들과의 경쟁이라는 이중고에 내몰린 형편이 됐다.
북한이 주민들의 식량난을 해소하는 데 써야 할 동·서해 황금어장을 중국 어선들에 내준 것은 조업권 판매로 통치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보당국은 북한이 중국 어선 2천500여 척에 조업권을 팔아 얻은 이익이 7천500만 달러(약 8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북한이 올해 초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의 강고한 제재 아래 놓여 통치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리자 황금어장을 중국 어선들에 내준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자금은 핵·미사일 개발뿐 아니라 북한 특권층의 사치 생활에 쓰여 김정은 체제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국제사회의 제재로 외화 획득 길이 막힌 북한은 앞으로도 조업권 판매를 포함해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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