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0.23 20:15
수정 : 2016.10.23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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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북한의 비공개 접촉이 진행 중인 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한 호텔에서 장일훈 북한 유엔주재 차석대사(오른쪽)와 조지프 디트라니 전 미국 6자회담 차석대표가 각각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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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한성렬·미 갈루치 이틀 연속 접촉
학술회의 명분 기존 대화와 달리
북 외무성·미 전직 당국자 출동
“북핵·미사일 논의 일부 진전” 분석
외교부 “미 정부와 무관” 깎아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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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북한의 비공개 접촉이 진행 중인 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한 호텔에서 장일훈 북한 유엔주재 차석대사(오른쪽)와 조지프 디트라니 전 미국 6자회담 차석대표가 각각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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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특사 등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21~22일 비공개·비공식 접촉을 마치고 귀로에 올랐다. 한 부상은 “관심사가 되는 문제들에 대해 서로 의견 교환을 하는 것”이라며, 이번 접촉이 미국의 11월8일 대선 뒤 새 행정부 출범을 염두에 둔 ‘탐색적 대화’의 성격이 강함을 내비쳤다. 리언 시걸 미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협력국장은 <연합뉴스>에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했다”며 “일부 진전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외교부는 23일 “미국 정부는 이번 협의가 미 정부와는 전혀 관계없는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고 이번 접촉의 의미를 폄하했다. 그러고는 “북한이 트랙2(민간 차원) 회의마저도 현직 당국자들을 파견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전례없는 대북 제재와 압박으로 인한 외교적 고립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미 양국은 강력한 대북 제재 압박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번 접촉은 국제학술회의 등을 명분삼은 기존의 북-미 ‘트랙2’ 대화와 달리 전적으로 양자 차원의 만남인데다 양쪽 모두 상대를 잘 아는 베테랑들이 나섰다. 북쪽에서 외무성의 대표적 ‘미국통’인 한 부상을 비롯해 장일훈 유엔주재대표부 차석대사 등 5명이, 미국 쪽에선 1994년 북·미 제네바기본합의 주역인 갈루치 전 특사 외에 조지프 디트라니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 비확산센터 소장 등 전직 당국자와 여러 전문가가 나섰다.
미국 쪽 인사들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물론 대선 승리가 확실시되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 쪽으로부터 ‘협상 권한 위임’을 받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문가는 “클린턴 쪽도 아직은 북한과 직접 접촉에 상당히 조심스럽다”면서도 “(갈루치 등이) 대선 뒤 꾸려질 정권인수팀에 이번 협의 결과를 바로 전해줘 차기 정부의 한반도정책 입안에 영향을 끼치려는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 리언 시걸 국장은 “미국의 새 행정부는 대북정책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정부 외 인사로서 새 행정부에 제안할 수 있는 관련 사항을 찾으려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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