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1.04 21:17
수정 : 2016.11.04 22:13
4일 육군협회 주최 조찬강연회서
한국 자체 핵무장과 전술핵무기 재배치엔 반대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4일 “앞으로 8~10개월 안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포대의 한국 전개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브룩스 사령관은 이날 아침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육군협회 주최로 열린 조찬강연회에서 “사드 포대의 한국 전개는 한·미동맹 차원의 결심으로,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10월19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2+2(외교·국방 장관) 회의’에서 “사드를 되도록 빨리 한국에 배치하겠다”고 한 발언의 연장선에 있다.
경북 성주 롯데골프장에 사드 포대를 한·미 양국 정부가 계획한 시일 안에 배치하겠다는 강조법인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저인 5%까지 곤두박칠치는 등 한국 국내 정치가 극심한 혼돈에 빠지고 박근혜 정부가 사실상 국정 동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미국 쪽의 ‘조급증’이 묻어나는 발언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 쪽의 이런 태도는, 한국 국내 정치 상황의 전개 양상에 따라선 사드 반대 여론을 부채질할 수 있을뿐더러 자칫하면 ‘반미 정서’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브룩스 사령관은 “한국에 전개될 사드 포대는 괌 포대보다 규모가 클 것”이라고도 했다. 통상 사드 1개 포대는 ‘통제센터 1개, 레이더 1개, 발전시설 1개, 발사대 1~9개’로 이뤄진다. 태평양 괌 미군기지의 사드 포대는 발사대가 2개다. 이에 비춰보면 성주 사드 포대는 발사대가 3~9개까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브룩스 사령관은 한국의 자체 핵무장이나 미국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 방안엔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미국 정부의 공식 견해와 같다. 브룩스 사령관은 “이순진 합참의장과 (1일) 괌에서 미국의 전략자산을 둘러보며 한국에 핵무기가 불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생각했다”며 “한·미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는데, 전술핵 재배치는 그 의지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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