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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2.17 14:03 수정 : 2016.12.17 14:13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AW-159) 도입 비리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윤희 전 합참의장이 지난해 11월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별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IMAGE1%%] [토요판] 김종대의 군사
붕괴 직전인 박근혜식 국방사업

국방부, 최윤희 전 합참의장
가족 낀 방산비리 알고도 ‘쉬쉬’
의장공관서 중개상과 술자리도
비선실세들 불법행위 수수방관

통영함도 전 참모총장 사기로
세월호 때 구조함 기능 못해
국방비리 결국 국민 희생으로
해군사업, 전체 부실 의심도

얼마 전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최윤희 전 합참의장의 무기 도입 비리 사건을 판결문을 중심으로 재구성해보자. 함대사령관, 작전사령관 등 주요 지휘관 보직을 역임한 바 없는 최윤희 제독이 29대 해군참모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유력 인사의 후원에 힘입은 파격이었다.

부임한 지 3개월 정도 지난 2012년 2월. 해군 무기 도입의 전 과정을 관리하는 기획관리 참모부장 ㄱ 소장을 충남 공주의 한 식당으로 불러낸 최 참모총장의 아내 김아무개씨는 “요새 헬기 때문에 신문에 나오잖아”라며 대화를 시작했다. 당시 해군 호위함에 탑재할 해상작전헬기를 도입하는 문제를 두고 미국제 시호크와 영국제 와일드캣은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었다. 김씨는 “미국제 헬기는 전 참모총장 아무개씨의 사업”이라며 “만일 미국제가 선정되면 그가 가져가는 지분까지 다 정해져 있다”, “우리가 아무개를 뒤치다꺼리 하는 사람이냐”, “난 그 짓은 못한다”는 말을 쉴 새 없이 쏟아냈다. “당신은 총장님이 소장으로 진급시켜 참모부장으로 데리고 왔으니 총장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해”라는 마지막 말은 아예 훈계조였다.

“영국제 좋잖아, 문제없도록 잘 봐라”

다시 석 달이 지난 그해 5월. 이번에는 최 참모총장이 집무실에 ㄱ 소장을 불러 그의 아내가 행사했던 압력의 결론을 내렸다. 이 자리에서 최 총장은 이렇게 말했다. “너는 미국이라며? 영국 것, 미국 것 말이 많은데 미국 것은 아닌 거 아니야? 전 총장이 미국 것을 도입하려고 헬기의 작전요구성능(ROC)을 만들고 했지만, 그거는 그때 얘기고 우리는 우리한테 적합한 것을 도입해야 하는 거 아니야? 영국제는 문제없고 좋잖아.” 이에 ㄱ 소장은 “영국제는 시험평가를 통과하는 게 문제입니다. 만일 시험평가만 통과하면 가격이 싸기 때문에 유리할 겁니다”라고 답했다.

와일드캣 헬기는 영국에서조차 해상작전용으로 사용한 적이 없기 때문에 해군은 이 헬기를 정상적으로 시험평가하기도 곤란한 상황이었다. 특히 대잠수함, 대함정용 해상작전헬기로는 시제품조차 개발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모의 시험평가를 위한 시뮬레이터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어서 실물 평가는 아예 불가능했다. 해상작전용으로 요구 성능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못하면 ‘전투용 부적합’으로 판정되어 탈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최 참모총장이 “문제가 없도록 네가 잘 봐라”고 ㄱ 소장에게 지시한 것은 사실상 시험평가를 통과하도록 조치하라는 뜻이었다.

또다시 두 달이 지난 7월께에 다시 최 총장은 참모부장을 집무실로 불러 “(영국제 헬기가) 안 된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며 영국 헬기가 시험평가에서 합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제작사로부터 이 헬기의 최대 체공시간, 최대 순항속도와 같은 핵심 성능에 대해 신뢰성 있는 자료가 아예 제출되지 않았다. 적외선 감쇄기와 관련된 해군의 문의에 대해서는 “비밀이라 제출할 수 없다”는 서신만 보내왔다. 해상용 엔진과 기체에 대해서도 미 육군의 부식방지 기준을 충족한다고만 회신할 뿐, 해상용 기준과 관련한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

최 총장의 지시를 받은 참모부장은 일부 성능에 대해서는 마치 실물평가를 거친 것처럼 시험평가 결과보고를 작성하고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 체계통합 후 성능 충족 입증이 필요하다”는 조건을 달아 방위사업청에 시험평가서를 제출했다. 이 시험평가서에 대해 방사청은 “조건을 빼야 통과시켜줄 수 있다”며 판정을 보류했다. 다급해진 최 총장은 그해 11월에 다시 “조건을 충족했다”는 허위사실을 적시한 ‘해상작전헬기 구매시험평가결과’를 작성해 방위사업청에 제출했다. 이 보고서를 근거로 2013년 1월에 방사청에서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해상작전헬기 기종으로 와일드캣을 선정했다.

담당 재판부는 부실한 시험평가를 인정하면서도 실물 평가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최 참모총장이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범행에 관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판단을 보류하고 이 부분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이렇게 되면 와일드캣은 정상적으로 도입이 계속될 예정이지만 도입 이후에도 성능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누구도 확실한 작전 성능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합참의장·아내·아들 낀 ‘가족 사기단’

재판부가 이 헬기 도입 과정에서 범죄성이 있다고 본 부분은 최 총장이 합참의장으로 발탁되고 난 이후에 최 총장의 아들이 헬기 도입에 관여한 무기중개상으로부터 2000만원을 수수한 대목이었다. 참모총장 시절에 이미 무기중개상 ㅎ씨와 알고 지내며 그에게 유리하도록 영국제 헬기를 선정해준 최윤희씨 부부는 2013년 10월에 최윤희씨가 합참의장으로 영전한 이후에도 ㅎ씨와 더욱 가까운 친분을 이어간다. ㅎ씨가 최씨 부부에게 로비 및 청탁을 하면 최씨 부부는 어김없이 부하 장교들에게 압력을 행사했다.

합참의장으로 부임하던 10월께로 추정되던 시기에 최씨 부부는 당시 무직이던 아들을 ㅎ씨에게 소개하고 그 이듬해인 2014년 9월에 아무런 조건 없이 2000만원을 아들의 사업자금에 투자한다. 올해 11월, 재판부는 이 돈을 최 의장의 직무와 관련된 뇌물로 판단하고 최씨에게 실형을 선고한 후 법정 구속했다. 최씨 본인뿐만 아니라 아내와 아들까지 동원된 가족 사기단의 행태가 참모총장을 거쳐 합참의장에 이르기까지 끊이질 않고 이어져온 셈이다.

ㅎ씨는 2014년에도 최고 보안시설인 합참의장 공관을 방문하여 최 의장과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고 이 자리에 최씨의 아들도 합석했다. 무기중개상이 군 서열 1위인 의장 공관에 출입하고 급기야 의장 아들에게 돈을 준 정황은 당시 정보기관에도 포착돼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한 장관을 포함하여 박근혜 정부 그 누구도 최 의장의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경고를 한 사람이 없다. 세간에 이미 합참의장과 관련된 잡음이 파다하던 시기였지만 어느 누구도 이를 바로잡으려 하지 않은 채 군 최고 수뇌부에 비선 실세가 형성되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수수방관하고 있었다. 지난 12월12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추궁하자 그는 “최 의장이 법정 구속되었다는 소식은 들은 바 있다”며 최 의장의 비리의 경위와 그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 없다”는 회피성 답변으로만 일관했다.

합참의장 공관에서 검은 거래가 진행되던 2014년은 4월에 일어난 세월호 참사로 인해 온 나라가 침통해하던 시점이었다. 세월호 참사가 터지던 당시에 황기철 해군참모총장은 구조함인 통영함을 참사 현장으로 출동하도록 수차례 지시한 것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 출동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앞서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과 해군사관학교 동기생이 포함된 사기단 일당이 통영함의 선체고정음파탐지장비(HMS)를 불량품으로 납품하도록 했으나 2013년 12월에 이 사실을 확인한 방위사업청과 해군이 제작사로부터 인수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황 총장이 인수하지도 않은 함정을 세월호 현장에 투입하라고 지시하였다는 사실은 언뜻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해군이 갖고 있지도 않은 구조함에 왜 출동 지시를 내린 것인가? 출동 지시를 내린 황 총장의 진의를 두고서 최근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에서도 논란이 이어진 바 있다.

통영함의 경우, 음파탐지장비는 2009년에 미국의 유령회사 ㅎ사와 계약을 맺은 뒤 2013년까지도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계속 대금이 지급된 상황이었다. 시험평가서를 조작해 허위로 성능이 충족된 것처럼 꾸미고 실제 장착이 될 때까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계약한 이 유령회사 대표의 아내는 또 다른 유령회사를 설립해 같은 수법으로 소해함 음파탐지장비마저 납품 계약을 따냈다. 부부가 일심동체가 되어 골고루 사기를 치는 동안에도 해군이나 방위사업청은 수수방관 이를 방치하다가 함 인수 단계에 와서야 비로소 문제점을 발견한 터였다. 이로 인해 1년이 넘게 통영함은 인수되지도 못한 채 부두에서 아무런 해결책도 없고 주인도 없는 상황으로 방치되어 있었다.

국방이 사유화된 비선공화국

함정 도입 사업이 재앙으로 치닫는 동안 전직 참모총장들은 문제점을 발견하는 데 주력하기보다 최윤희 총장과 마찬가지로 자기의 재임 기간 중에 사업을 성사시키려는 조급증을 드러냈다. 그것이 해군참모본부의 실무자들에게 “문제점이 발견되어도 조기에 사업을 성사시키라”는 압력으로 작용해, 예외 없이 해군 사업 전체를 부실과 불량으로 몰아갔던 셈이다. 더군다나 어떤 장비가 선정되면 “그 사업의 주인은 모 총장”이라는 식으로 각기 총장들이 사업 하나를 자신의 기득권으로 꿰차고 있다는 인식은 해군 저변에 널리 확산되어 있었다. 사업을 빨리 성사시키려는 총장들의 탐욕은 장비의 성능 충족과 적시 공급이라는 국방사업의 본질과 점점 더 괴리되어 비현실적인 낮은 비용 책정, 부실한 시험평가, 무리한 기종 선정과 계약으로 인한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졌다.

결국 세월호에서 학생들이 스러지던 시점에 대통령은 보이지 않았고 마땅히 출동해야 할 구조세력은 출동하지 않았다. 리더십이 실종된 상황에서 비현실적인 면피성 지시가 남발된다 한들 그것은 실제 국민 보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통영함과 소해함에 불량 장비를 납품한 이들 부부의 태도는 오히려 더 적반하장 격이다. 방위사업청이 해달라는 대로 장비를 납품했는데 왜 자신들을 비리로 몰며 계약을 해지하느냐는 항의와 함께, 그들은 대한상사중재원에 손해를 본 만큼 “한국 정부가 보상해달라”는 중재 요청을 했다. 이에 대해 방위사업청은 제대로 대응을 하고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때마침 지난 14일 국회 청문회에는 세월호 사건 당시 청와대 안보실장이던 김장수 주중대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대통령에게 서면보고를 한 뒤 자신은 본연의 임무인 “안보문제에 집중했다”고 그날의 행적을 증언했다. 여기서 김 대사의 말은 세월호 문제는 “안보문제가 아니다”라는 뜻으로 읽힌다. 국민의 생명이 위험에 처한 사회재난에서 “청와대는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예의 그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과 짝을 이루는 이 주장은 국가 위기의 순간에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러나 세월호는 대한민국 모든 안보문제가 중첩된 핵심 안보 사건이었다. 방산 비리로 마땅히 있어야 할 해군의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국민의 안전 그 자체가 위기에 처한 세월호가 안보문제가 아니라고 한다면 순수한 안보문제란 과연 어떤 것이냐는 의문이 든다. 군에서 각종 비선 실세의 난무와 대형 국방사업에 대한 농단은 어김없이 국민의 희생으로 되돌아왔다. 국방이 사유화되어 그 공적 성격이 위협을 받는 비선 공화국의 실체가 여기서 드러나고 있다. 바로 이것이 현재의 탄핵 국면에서 박근혜식 통치 스타일과 박근혜식 정책이 모두 탄핵되어야 할 이유이다.

국방비리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은 2014년 세월호 사건 때 알 수 있었다. 구조함 통영함이 전직 해군참모총장이 낀 방산비리로 아무런 구실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4년 11월26일 부산 근해에서 해군 신형 구조함인 통영함이 항해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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