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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10 21:23 수정 : 2005.11.10 23:53

5차 6자회담 ‘겉과 속’


5차 6자회담은 얼핏 보면, 마치 ‘포커 게임’ 같다. 승부와 관계없는 무난한 패만 내놓고 상대방의 패를 탐색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번 회담을 “탐색전” 또는 “예비회담”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각국 수석대표가 모두 참석하는 전체회의만 놓고 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한국쪽 회담 관계자는 10일 “오늘 전체회의는 2시간 남짓 진행됐는데, 한 바퀴 돌고 한 사람 더 얘기했다”고 전했다. 각자의 입장 개진에 대한 ‘토론’은 없었다는 얘기다. 9일 첫 전체회의 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핵심적 승부수와 무관한 자기 패 한장씩을 순서대로 내놓는 포커 게임과 다를 바 없다.

전체회의 원론 표명-물밑 양자협의선 ‘구체적 조처’ 오가
차원 높은 ‘초보적 신뢰 구축 조처’는 고양이 목 방울 격

한국 대표단은 좀 달랐다.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9·19 공동성명 6개 조항의 각 세목에 걸쳐 한국이 생각하는 각측의 ‘이행조처’를 상세하게 밝혔다. 각 참가국이 견지해야 할 접근방법과 자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회담 관계자는 “우리가 폭과 넓이에서 가장 포괄적이었다”며 “다른 데는 초보적 구상만 밝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한국 대표단도 전체회의에서는 ‘상호조율된 조처’를 적용한 이행조처의 시계열과 순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집 짓는 설계도가 아닌, 건축재료에 해당하는 ‘요소’만 제시한 셈이다. 각 참가국이 주요 관심사와 접근법에서 이견을 보이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까지가 물 위의 움직임이다. 여기에 다각적으로 숨가쁘게 이뤄지는 양자협의를 더해보면, ‘전체상’을 어림잡을 수 있다. 북한은 9일 전체회의에선 “핵포기 조건이 성숙되는 데 따라 단계적 조처를 취할 준비가 돼있다”고 원론적 입장만 밝혔지만, 북-미 양자협의 등에선 핵연구 일시 중단 등을 비롯한 이른바 ‘단계적 핵포기’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미국쪽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도 이를 확인하면서, “그들은 앞으로 전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지만, 우리가 함께 할 수 없는 ‘일부 요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는 양자협의 이외에 이행방안 마련과 관련한 실무협의도 거듭했다.


문제는 낮은 단계의 ‘1차원적 요소’ 꾸러미에 한 ‘차원’ 높인 시계열을 어떻게 도입하느냐는 데 있다. 6자회담 참가국은 그 첫걸음으로 “초보적 상호신뢰구축 조처”의 필요성을 입을 모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미 등은 북한에 영변 원자로의 즉각적 가동 중단 등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상응하는 조처로는 힐 차관보의 방북, 주미 북한 외교관에 대한 이동제한 조처의 완화·해제 등이 거론된다. 한 회담 관계자는 “생각해보면 많은 게 있을 수 있다”며 “당사자들이 의지만 있다면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베이징/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북 만찬회담 효과?

미 대표 힐과 10일 세번째 식사
9일밤 숙소귀가 힐 “매우 유익”
8일밤에 일 대사관저에서 만나

6자회담 미국 쪽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9일 밤 12시가 다 돼서야 숙소인 차이나 트레이더스호텔에 돌아왔다. 호텔 로비엔 각국 취재진이 저녁 무렵부터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취재진이 묻지도 않았는데, 힐 차관보는 “방금 북한의 김계관 부상과 밥을 같이 먹고 왔다”며 “매우 유익한 대화였다”고 밝혔다. 북한 쪽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힐 차관보가 함께 밥을 먹은 건 벌써 세번째다.

지난 7월9일 베이징 한 호텔에서의 첫 비공개 만찬에서 두 사람은 6자회담 재개에 합의했다. 그리고 4차 1단계 회의가 진행중이던 7월30일 북한과 미국의 대표단은 베이징 시내 북한 음식점 ‘해당화’에서 저녁을 먹었다. 뒤늦게 안 기자들은 깜짝 놀랐다. 베이징 호텔 만찬에서 힐 차관보가 밥값을 낸 것에 대한 김 부상의 대접이었다고 한다.

세번째인 이번 만찬엔 “통역만 대동하고 만났다”고 힐 차관보는 말했다. 밀도 높은 대화를 나눴다는 것이다. 그는 7월 ‘해당화 만찬’ 때 “조만간 답례할 날을 잡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밥값은 누가 냈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힐 차관보는 빙그레 웃으며, “잘 모르겠는데, 그게 중요한가요?”라고 반문했다. 순서를 따지자면 다음은 김 부상 ‘차례’일텐데, 장소는 해당화가 아니라 평양의 옥류관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일본과 북한도 수석대표 만찬을 했다. 회담 개최 전날인 8일 주중 일본대사의 관저에서였다. 국교가 없는 정부 사이에 상대국 대표단을 대사 공관까지 초대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도 ‘이례적 우대 조처’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부상의 ‘미국의 대북 경제·금융제재 책동’ 발언은, 회담장을 출렁거리게 했다. 북-미의 ‘대표선수’로 나온 김 부상과 힐 차관보의 밥상에 따뜻한 밥만 오른 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한다.

베이징/이제훈 기자, 도쿄/박중언 특파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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