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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차 6자회담 1단계 회의 마지막날인 11일 오후 베이징 조어대에서 열린 잔체회의에서 우다웨이 중국 수석대표의 의장성명 발표가 끝나자, 김계관 북쪽 수석대표(왼쪽)가 가방을 정리하고 있다(왼쪽 사진). 의장성명이 끝난 뒤 송민순 수석대표(가운데)를 비롯한 한국 대표단이 일어나 박수를 치고 있다. (오른쪽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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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1단계회의 결산
5차 6자 회담 1단계 회의는 사흘 만에 의장성명을 내고 막을 내렸다. 의장성명을 들여다 보면 손에 잡히는 게 딱히 없다. 그러나 성과가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 이번 회담은 처음부터 어떤 합의를 기대했던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다 못해 예정대로 끝난 것도 새로운 선례를 만든 셈이다.
한국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11일 오후 회의 폐막 뒤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참가국 사이에) 행동계획에 대해 많은 의견교환을 했고, 그 과정에서 앞으로 어떤 과정을 밟으면 좋겠다는 의견 접근을 본 것도 있다”고 밝혔다.
접근단계·논의분야등 양자접촉 몫으로
북-미 신뢰조처 진전에 차기회의 달려
송 차관보는 회의 종결발언에서 ‘여시구진(與時俱進)’이라는 한자 성어를 소개했다고 밝혔다. ‘시대정신에 맞춰 날이 갈수록 번창하고 전진하자’는 뜻인데,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이 <주역>에서 끌어와 썼던 말이다. 송 차관보는 “‘전체적인 상황이 핵문제 해결에 유리하게 돌아갈 때 앞으로 나가자’는 데 6자가 공감했다는 걸 강조한 말”이라고 풀이했다. 12일부터 시작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를 염두에 두고 뭔가 기대를 하고 있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송 차관보는 또 “테이블에 올라와 있는 것만 수십가지”라고 강조했다. 9·19 공동성명 이행계획 마련과 관련해 각 참가국이 밝힌 구상의 요소가 참으로 다양하다는 얘기다. 서로 내놓은 게 많으니 공통점도 있을 수 있고, 이 가운데 한 두개는 바로 실천하는 게 가능하지 않겠냐는 뜻도 있는 듯하다.
의장국인 중국은 회의 첫날인 9일 이미 ‘큰틀 합의→전문실무그룹서 세칙 마련→수석대표 협의’로 이어지는 ‘3단계 접근법’을 제시했다. 한국은 ‘포괄적 이행계획이 필요하다’는 전제 아래, △북핵 포기 △대북 에너지·경제 지원 △관련국간 관계 정상화 등 세 가지 분야로 이행방안의 틀을 유지하면서 어떤 구체적 조처를, 어떤 순서로 취할지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일본도 몇개의 트랙으로 이뤄진 제안을 내놨다.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좋은 제안”이라고 화답했다.
남은 과제는 이미 제기된 접근 단계 및 논의 분야 등을 어떻게 조정하고, 또 여기에 각측이 취해야 하는 ‘요소’를 어떻게 배치하느냐는 문제다. 송 차관보는 “앞으로 양자접촉 등을 통해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고 말했다.
다음 회담 날짜를 구체적으로 못박지 못한 데 대한 우려도 있다. 송 차관보는 “실질적 진전을 볼 수 있는 준비가 되면 하자고 합의했다”고 말했다. 북-미간 불신을 녹일 ‘초보적 상호신뢰 구축 조처’가 언제 어떻게 누구에 의해 이뤄지느냐가 관건이다. 힐 차관보는 ‘영변 원자로 가동 및 재처리 중단’을 거듭 언급했다. 이는 미국 강경파들이 기대했던 ‘북한의 핵폐기 선언’보다는 훨씬 쉬운 일이다. 그러나 북한은 답을 주지 않았다. 미국이 기대수준을 낮췄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북한이 아직 답을 주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우려되는 부분이다.
송 차관보는 “이번 만남이 상대방에 대해 갖고 있던 의심, 의사소통의 불편을 해소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의례적인 얘기일 수도 있지만, 북-미가 뭔가 기대를 해 볼만한 것을 얻었다는 말로도 들린다. 베이징/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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