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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핵보다 북 붕괴"…중 "통일보다 핵무장" 북한 핵문제는 미-중 관계에서 협력적 요소인가, 갈등적 요소인가. ‘세계와 동북아평화포럼’(대표 장성민 전 의원)은 31일 오전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엘지컨벤션홀에서 ‘9·11 이후 미-중 시대의 북핵’이란 매우 흥미있는 주제의 국제학술회의를 열었다. 존 울프스탈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 부국장이 이날 세미나에서 발표한 ‘중국과 북한-북핵 문제를 보는 미국의 관점’은 양측면을 다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울프스탈은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전문가로 클린턴 행정부에서 북핵 문제에도 관여한 바 있다. 그는 이 글에서 출범 당시 중국을 ‘잠재적 적국’으로 설정했던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전쟁의 수렁에 빠지면서 북한 핵문제에서 중국과 강력한 전략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시 행정부의 등장 당시 전문가들은 미-중 관계가 대립과 갈등의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는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쪽에서 보면 북한의 6자회담 참가에 중국은 건설적인 역할을 했으며, 중국 쪽에서 보면 대만의 독립 움직임에 대한 미국의 반대가 신뢰를 주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런 원만한 관계는 미 행정부 내부에 존재하는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의 뿌리깊은 중국에 대한 불신과 북한 핵문제의 진전에 따른 대립이 초래할 수 있는 긴장을 내포하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오히려 이제는 북한이 미-중 관계에서 갈등의 주요원천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6자회담이 실패할 경우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는 정면충돌할 가능성이 크다고 그는 전망했다. 중국은 북핵 해결의 열쇠는 북-미 협상에 있다고 보고 있으나 네오콘은 북핵의 실패는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이를 대중 강경책의 명분으로 삼을 수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 핵문제가 궁극적으로 위기로 발전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은 ‘위험한 현상 유지’에 동의했을 뿐, 한반도의 핵 위기에 대한 전망에서 서로 다른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이나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자는 데는 미-중의 목표가 일치하지만, 시나리오의 관점에서 보면 미국이 핵을 보유한 북한보다는 위험할지라도 북한의 붕괴 쪽을 선호한다면, 중국은 북한의 붕괴 또는 급격한 한반도의 통일보다는 차라리 중국의 영향력이 유지된다면 핵무장의 북한을 선호하리라는 것이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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