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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5.31 16:53 수정 : 2017.05.31 21:54

전문가 기고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구미·유라시아본부장

최근 국제질서의 재편은 두가지 큰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나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등 유럽통합과 미국주도 대서양주의의 쇠퇴 조짐이다. 다른 하나는 중국의 일대일로와 러시아 주도의 유라시아경제연합을 비롯해서 중러 협력의 플랫폼인 상하이협력기구가 인도와 파키스탄의 합류로 확대되면서 유라시아의 통합이 가속화하고 있다.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 위치한 한반도는 북핵문제와 사드배치 등으로 두가지 흐름이 격렬히 충돌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안보위협과 국제적인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유라시아 대륙을 우리 대외정책의 중요한 전략적 협력공간으로 설정했다. 방향성은 옳았다. 그러나 여러 문제로 인해 결국 좌초하고 말았다. 우선 북한 리스크 요인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없었다는 점과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의 대러 경제제재 조처로 소극적인 협력 자세를 취한 것은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게다가 실질적인 컨트롤 타워가 없다보니 체계적인 정책 추진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재원조달 계획 없이 협력 프로젝트들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한 채 성과가 없자 행사 중심의 전시행정이 그 자리를 채웠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북방협력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특히 세계경제 침체, 보호무역주의 재등장, 과도한 대중국 경제의존도 등을 고려하면 새로운 시장은 물론 균형감 있는 경제협력 공간의 확장을 위해서도 러시아를 비롯한 북방 국가들과의 전략적 연대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제 기존의 선언적 협력방식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협력의 질적 제고 및 내실화를 꾀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첫째,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정례화하고, 소위 2+2(경제·외무 장관) 회의체를 신설하여 경제협력과 북핵 해결을 위해 긴밀히 협력할 수 있는 확고한 북방협력 시스템 구축이 긴요하다. 아울러 유라시아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외교부 유럽국 소속인 유라시아과를 독립 부서로 승격시켜 일관된 중장기 전략 수립 및 추진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탈바꿈시킬 필요가 있다.

둘째, 북방협력의 추진체계를 정비해야 할 것이다. 정부조직 내에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할 유라시아협력위원회 같은 전담기구를 설치하여 정책의 전문성, 책임성, 지속성을 담보해야 할 것이다. 우리와 달리 대러 경제제재에 가담하고 있는 일본마저도 대러 협력 강화를 위해 러시아 경제담당 장관직을 신설했다. 새 정부의 대외정책 기조인 다자적 접근을 통한 문제해결을 위해서도 대러시아 및 북방 유라시아 정책추진체계의 강화 및 내실화가 절실하다.

셋째, 북방협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려면 실현가능한 사업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초기에는 협력기반 조성과 산업협력에 중점을 두고 점차 대규모 중점협력 과제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상호 신뢰구축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합의사항의 실행이 중요하므로 현실성 있는 사업부터 추진하되 북한 리스크를 고려한 정교한 시나리오별 협력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넷째, 대북방 협력강화가 국가의 중장기 대외전략으로 상정될 경우 이를 뒷받침할 체계적인 인재양성이 시급한 바, 유라시아 지역통상대학원의 설립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현재 러시아, 인도, 중앙아시아, 파키스탄, 이란, 터키 등 유라시아 전문인력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국책연구기관 부속으로 설립하면 소속 전문가와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까닭에 최소한의 예산으로 국가의 백년대계를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중국과 함께 유라시아 지정학적 지각변동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러시아는 북핵문제 해결을 통한 한반도의 평화통일 기반 조성과 새로운 북방 성장공간 창출및 제3의 북방 유라시아 경제협력 루트 개척에 불가결한 협력 동반자이다. 또한 러시아는 북한과 중국에 정치, 경제, 안보, 역사, 이념적 영향력을 확보한 지구상의 유일한 국가이다. 따라서 북방협력구상의 실현은 문재인 정부가 북핵 및 한반도 평화정착 문제를 푸는 전략적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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