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8.09 21:52
수정 : 2017.08.09 22:16
“괌 포위사격” 성명 내
총참모부·전략군 동시에 동원
“화성-12형으로 작전 검토” 성명
괌까지 3400㎞ 사정권 들어가
보복공격 고려땐 현실화 쉽지 않아
북한이 9일 동시에 조선인민군 총참모부와 전략군 두 기관을 동원해 ‘우리식 선제타격’, ‘정의의 전면전쟁’, ‘괌에 대한 포위사격’ 등 위협적 용어를 입에 올리며 대결 의식을 고조시켰다.
최근 북한의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발사에 대해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이 채택되고 미국에선 예방전쟁을 비롯한 대북 군사 옵션이 거론되는 데 대한 맞불 성격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미 등 외부세력에 대한 비난전에 전쟁 지휘부인 총참모부와 탄도미사일 등 전략무기를 관장하는 전략군 등 두 핵심 군사기구가 동시에 동원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최근 제재 국면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반발이 크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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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5일 서해 연평도에서 가까운 장재도 방어대와 무도 영웅방어대를 시찰하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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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위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괌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 위협이다. 북한은 이날 전략군 대변인 성명에서 괌이 “대조선 침략의 전초기지·발진기지”라며 “미국에 엄중한 경고 신호를 보내기 위하여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케트 ‘화성-12’형으로 괌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을 단행하기 위한 작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포위사격이란 용어로 위협한 적은 없다. 군 당국자는 “적어도 작전 용어에 포위사격이란 말은 없다. 처음 들어본다.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분석이 필요하지만, 어림짐작으론 괌 주변 해역에 화성-12형을 쏘는 무력시위를 하겠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괌은 실제 앤더슨 공군기지와 아프라 항구 등을 갖추고 있는 미군의 군사거점이다. 북한이 괌을 타격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 화성-12형은 지난 5월 시험발사 때 고도 2000㎞ 이상, 거리 780여㎞를 비행했다. 군 당국은 당시 국회 보고 자료에서 정상고도로 발사할 경우 사거리가 4500~5000㎞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원산에서 3400㎞ 남짓 떨어진 괌은 화성-12형의 사정권에 넉넉하게 들어간다.
그러나 북한이 화성-12형을 괌으로 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그동안 북한은 각종 미사일을 시험발사할 때도 미사일이 동해를 넘어가지 않도록 고각으로 발사하는 등 신경을 써왔다. 일본의 반발 등을 의식해서다. 미군은 화성-12형이 괌 주변으로 날아오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로 요격할 가능성이 크다. 괌에는 발사대 3기(예비 1기 포함)로 구성된 사드 1개 포대가 배치돼 있다. 미군은 또 북한의 미사일 타격 시도로 보고 보복공격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자칫 무력충돌이 예상된다. 북한으로서도 위험부담이 커서 괌에 대한 실제 포위공격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북한은 을지프리덤가디언 한-미 연합군사훈련(21~31일)을 앞두고 최근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등에 대해 반발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점에 비춰,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 추가 도발 가능성은 남아 있다. 또 남북을 가르는 육상과 해상의 군사분계선상에서 예상치 못한 기습 도발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극적으로 끌어올릴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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