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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0.19 11:23 수정 : 2017.10.19 11:34

김성민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장이 지난 12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안 통일인문학연구단 사무실에서 고려인 강제이주 80년을 맞아 20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리는 ‘제4회 통일인문학세계포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 단장의 뒤편 책꽂이에 꽂혀 있는 70여권의 책은 통일인문학연구단이 지금까지 펴낸 것으로, 코리안 디아스포라들이 경험한 분단·전쟁·이산 트라우마의 치유 방법 등을 주로 다루고 있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카자흐에서 제4회 통일인문학포럼
건국대 김성민 교수


‘내가 중심…상대는 적대적 타자’
현재 통일방안은 무력·갈등 불가피

돌이킬 수 없게 달라진 남북한
차이와 낯섦에 대한 용기를 갖고
서로의 증오를 사랑으로 바꿔야

코리안 디아스포라 남북 등거리
통일에 중요 역할 수행할 수 있어

김성민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장이 지난 12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안 통일인문학연구단 사무실에서 고려인 강제이주 80년을 맞아 20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리는 ‘제4회 통일인문학세계포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 단장의 뒤편 책꽂이에 꽂혀 있는 70여권의 책은 통일인문학연구단이 지금까지 펴낸 것으로, 코리안 디아스포라들이 경험한 분단·전쟁·이산 트라우마의 치유 방법 등을 주로 다루고 있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고려인들은 한반도의 미래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려인 강제이주’ 80년을 맞아 이에 대한 답을 찾는 ‘2017통일인문학세계포럼’이 카자흐스탄의 알마티에서 오는 20일 열린다. 4회째를 맞는 이번 포럼에서는 카자흐스탄국립대학의 고려인 교수 7명을 비롯해, 중국 조선족과 재일 조선인 학자, 그리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소속 교수 등이 ‘식민과 이산’, ‘분단과 통일’ 등 코리안의 역사적 트라우마와 관련된 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인다.

특히 올해가 옛소련 연해주에 정착해 있던 고려인 18만여 명이 1937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된 지 80년이 되는 해라는 점에서 우즈베키스탄과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에 살고 있는 고려인들의 현재와 미래가 포럼에서 집중 조명될 예정이다. 코리안의 ‘역사적 트라우마’라는 주제 아래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과거와 현재의 삶은 어떠했으며 그들의 미래적 삶은 과연 어떻게 만들어질 것인지, 특히 코리안 디아스포라들이 현재 꽉 막힌 남북관계에서 매개자 내지 중재자의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카자흐스탄은 물론 중국·일본 등에 흩어진 동포 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혜를 모아보는 것이다.

1982년 모스크바에서 진행된 초청공연을 마치고 붉은광장 앞에 모인 고려극장 단원들. 카자흐스탄 고려인들은 지금까지 고려인 연극단체인 고려극장을 유지해오고 있다. 김게르만 카자흐스탄국립대 한국학센터 소장은 “이런 카자흐스탄 고려인들이야말로 현재 꽉 막힌 남북관계를 중재할 적임자”라고 주장한다. 사진 김병학 시인 제공

지난 12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에서 ‘2017통일인문학세계포럼’ 준비에 바쁜 김성민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장을 만났다. 통일인문학연구단이 매년 개최하고 있는 ‘통일인문학세계포럼’은 한반도 통일의 인문적 비전에 대한 전 세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국제적인 통일인문학연구 네트워크를 실질적으로 구축한다는 목적 아래, 남북·재일·재중·재러·재미 코리안 학자들이 만나 자신들의 삶과 역사, 문화를 나누면서 한반도의 분단 문제와 통일에 대한 전망을 논의하기 위해 만들어진 포럼이다. 김 단장은 2014년 ‘북과 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해외 대학’인 도쿄 조선대학교에서 제1회 통일인문학세계포럼을 출범시킨 이래 2015년 중국 옌볜대학교에서 진행된 제2회 포럼, 2016년 일본 리쓰메이칸대학에서 열린 제3회 포럼을 이끌어왔다. 김 단장에게 현재 긴장감이 높아진 한반도 상황에서 열리는 이번 통일인문학세계포럼의 의의를 들어봤다.

-이번 2017통일인문학세계포럼의 개최 장소로 왜 카자흐스탄 알마티를 선택했나.

“먼저 올해가 고려인 강제이주 80돌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현재 카자흐스탄에는 1937년 강제이주를 통해 끌려온 고려인 후손 10만여 명이 살고 있으며 이 중 70% 이상이 알마티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려인 강제이주는 한반도 근대사의 커다란 아픔이자 코리안의 역사적 트라우마와 관련된 대표적인 사건이다. 본 연구단이 이론화한 코리안의 역사적 트라우마라는 개념에 입각했을 때 1937년 강제이주를 당한 1세대뿐만 아니라 직접 경험하지 않은 고려인 3·4세대에게도 그 트라우마가 전이·전승되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카자흐스탄과 알마티시를 선택한 제일 첫째 이유이다.

덧붙여 트라우마의 전이와 전승은 코리안 디아스포라 모두한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다. 따라서 그 치유방안을 해당 거주국의 코리안들에게만 맡겨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가능하지도 않다고 본다. 이러한 생각에서 한국과 재중 조선족, 재일 조선인, 재러 고려인이 함께 모이는 포럼을 준비하게 됐다.”

-오랫동안 디아스포라를 포함한 코리안 전체의 역사적 트라우마 치유 문제에 집중해왔다.

“한 가지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 치유는 병적 대상에 대입되는 치료와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식민과 이산·분단 등은 코리안의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대표적으로 남북의 적대성 역시 역사적 트라우마의 현재 진행형 모습이다. 이때 이러한 트라우마의 치유를 통해, 특히나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트라우마 치유 과정에서 미래의 바람직한 한민족 통합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남북한 통일방안의 경우 서로 자신들을 중심에 놓고 상대방을 적대적인 타자로 설정하고 있다. 남과 북 모두 다르지 않다. 이런 자기중심의 통일방안 아래에서는 무력과 갈등 없이 통일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이전의 통일방안은 ‘원래 하나였던 민족의 동질성’으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달라진 남과 북이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의 통일은 서로 ‘달라진’ 부분들까지 포함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공통성’에 기반을 둘 때 가능해진다고 본다. 그 출발점이 트라우마의 치유와 직결되어 있다.

다른 측면에서 다가올 한반도의 통일은 전 세계로 흩어진 코리안 전체의 열망에 기초해 그들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서 실현되어야 한다. 식민과 분단이 코리안 디아스포라들의 존재론적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남과 북 사이에 존재하는 다름보다 더 깊은 다름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차이를 파악하고 공존적인 이해로 나아가는 것, 다시 말해 코리안의 역사적 트라우마 치유과정을 통해 코리안 전체의 민족적 공통성을 창출하려는 노력은 향후 한반도 통일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고려인을 비롯한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남과 북을 등거리에서 바라볼 수 있는 객관적인 제3의 관점을 가지고 있기에 통일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민족적 트라우마의 치유를 통해 남북한의 적대감도 해소될 수 있나.

“앞에서도 말했지만 치유라고 하는 것은 치료와 다르다. 치료는 정상인 상태와 비정상인 상태를 구분하고 비정상인 상태에서 정상인 상태로 바뀌어가는 것을 가리킨다. 그러나 치유는 단적으로 말해 생명력의 복원을 의미한다. 따라서 민족적 트라우마의 치유 또한 한민족이 가진 아픔을 없애나가면서 민족적 생명력을 복원해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생명력이 흐르지 않는 상황에서 대화와 소통은 불가능하다. 특히 역사적 트라우마들 중 특정 부분은 코리안의 몸과 마음에 상처를 남겼으며 그러한 상처는 곧 집단적인 적대감으로 이어졌다. 북에 대한 반공주의, 디아스포라에 대한 대한민국 중심주의 등은 바로 이것과 연계되어 있는 문제이다. 따라서 이러한 치유가 남북 소통의 출발점이자, 사회문화적 통합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 좀 더 부연하자면 치유는 차이와 낯섦에 대한 용기를 가지면서 서로에 대한 증오를 사랑으로 바꾸는 새로운 관계맺음을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분단의 사회문화적 신체를 우애의 관계맺음이 가능한 신체로 바꾸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고려인들이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다고 보나.

“특히 국내 거주 고려인들의 경우 우리들에게 매우 섭섭한 기분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리안 디아스포라들이 많이 들어와 있지만, 최근 19살짜리 고려인 4세가 출국명령을 받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고려인들에게 여러 제약이 많이 가해지고 있다. 카자흐스탄 등 거주국의 현실적 조건은 당연하게 그들의 민족적 뿌리에 대한 자각을 불러왔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우리의 모국이다’라는 생각에서 한국에 왔을 것이다. 그런데 모국이라고 생각한 한국 땅에서도 민족적 차별과 국가적 배제를 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코리안 디아스포라를 재미-재일-재중-고려인-탈북민이라는 위계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다. 이런 우리 내부의 차별의식부터 없애나가야 한다. 특히 최근 연구들을 살펴보면 고려인들이 현재 거주국인 한국에 대해 부정적이고 수동적인 인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위계주의를 넘어선 평등과 다양성 존중을 요구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기대와는 달리 남북관계에서 긴장이 더욱 심화되는 모양새다. 이번 학술교류도 한반도 긴장 고조 탓에 어려움은 없었나.

“포럼의 준비에 있어서 가장 힘들고 안타까운 점은 남한의 경우에도 학문 교류가 정치 정세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북한 학자들은 물론이고 재일 조선대학교 학자들도 남한에 초청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제4회에 이르기까지 통일인문학세계포럼의 한 축에서 여전히 북이 빠져 있다는 점은 너무나도 안타까운 점이다. 통일인문학세계포럼은 그 시작부터 남북 학자가 주축이 되어 만나는 포럼으로 기획되었으며, 남북 정세가 풀리고 기회가 된다면 격년으로 남북을 오가며 학술대회를 진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그 가능성이 낮은 상태다.

특히나 올해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 재일 조선대학교의 강성은 부학장이 발표자로 참여하는데 일본에서 출국 심사를 까다롭게 해서 어려움을 겪었다. 또 중국의 조선족 학자들의 경우에도 합류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동아시아의 정치적 정세가 그리 좋지 않은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실감했다. 그런데 이런 점에서 오히려 한국에 주도권이 더욱 주어졌다고 생각한다. 향후 문재인 정부에서 보다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비정치경제 분야의 남북 학술교류를 활성화시켜, 내년에 열리는 제5회 통일인문학세계포럼은 서울에서 북한 학자와 재일 조선대학교 학자들까지 참여한 포럼으로 개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사진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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