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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의 차세대 전투기로 선정됐던 F-15K가 지난달 7일 오후 경기 성남의 서울공항 활주로에 착륙하고 있다. 이런 무기구매 등의 업무를 담당할 방위사업청의 권한을 놓고 여야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성남/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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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구매 투명성’ 제대로 이륙할까
연간 10조원에 이르는 방위사업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새로 설치되는 방위사업청의 권한을 대폭 축소할 것을 한나라당이 공식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각종 무기조달 사업 및 정책의 결정권한을 현행대로 국방부에 두자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서는, ‘비리 구조를 온존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국회 국방위원회 관계자들은 25일, 정부가 지난 8월 국회에 제출한 방위사업법안에 대해 송영선 한나라당 의원 등이 방위사업청장의 권한을 대부분 국방부 장관에게 넘기도록 하는 내용의 방위사업법 수정의견을 작성해 법안심사소위원회에 냈다고 밝혔다. 심의·예정편성권 국방장관 이관 주장정부쪽 “군이 독점해온 구매체계 문제” 사실상 법안 형태로 작성된 한나라당의 수정의견을 보면, 방위사업 정책을 심의하기 위한 ‘방위사업 추진위원회’를 방위사업청이 아니라 국방부에 두도록 하고, 위원장도 방위사업청장이 아닌 국방부 차관이 맡도록 했다. 위원도 정부안에는 방위사업청장이 추천해 국방부 장관이 위촉하도록 돼 있으나, 한나라당안은 국회 국방위원회가 추천해 장관이 위촉하도록 했다. 또 △방위산업 육성 기본계획 수립 권한 △방위력 개선 사업분야 예산편성 권한 △통합관리사업제 운영 권한 등을 포함해 대부분의 권한을 방위사업청장이 아닌 국방부 장관에게 부여했다. 이와 함께 정부안에는 방위사업청장이 특별히 전문성이 필요한 직위에는 자격을 갖춘 자를 임명하도록 했으나, 한나라당안은 ‘방위사업청 내에서 선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조항을 추가해 외부 인사 참여를 막았다. 한나라당은 검토의견서에서 방위사업법의 내용을 이렇게 바꾼 이유에 대해 ‘방위사업청의 지나친 권한집중 방지’를 내세우고 있다. 또 정책의 결정은 국방부 장관이, 집행은 방위사업청장이 담당하도록 해, ‘견제와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정치권력에 대한 독립성 확보를 위해 방위사업 추진위원회에 국회 추천 위원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 국방위는 오는 28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법안을 심의할 예정인데, 한나라당 의원들의 주장이 완강해 격돌이 예상된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6월30일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따라 국방부의 외청으로 설치하기로 한 기관으로, 소관 업무와 절차를 규정한 방위사업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사실상 출범할 수 없게 된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부칙에 “이 법 시행 당시 국방부 장관의 소관 사무 중 방위사업 계획·예산·집행·평가 및 중앙조달군수품의 계약에 관한 사무는 방위사업청장이 이를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수정안은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군사력 운영·유지는 군(국방부)이 맡아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방위사업청 설립을 반대해 왔다. 이를 두고 국회 안팎에서는 노무현 정부가 ‘코드 인사’로 방위사업 업무를 장악하게 될 것을 한나라당이 우려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또 방위산업 관련 업체에서 로비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일부 예비역 장성들과 관련단체가 방위사업청 출범에 반대하며 한나라당에 강한 압력을 넣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도 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30년 전 병무청을 만들 때도 군과 기득권 세력은 ‘군에서 쓸 사람은 군이 뽑아야 한다’는 논리로 강하게 반대한 일이 있다”며 “그동안 군이 독점해 부패·비리의 온상이 되어 있는 방위사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방위사업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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