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30 19:05
수정 : 2005.11.3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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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운동사랑방 등 진보적 인권단체 회원들이 30일 서울 장충동 분도빌딩 강당에서 ‘북 인권 문제의 대안적 접근’이라는 주제로 워크숍을 열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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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영 잇단 토론회 ‘방관에서 참여로’
정부에 권고안 등 구체적 사업추진 모색
진보진영이 ‘맨손으로 밤송이 까기’처럼 곤혹스런 현안인 북한 인권 문제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동안 진보진영은 정보 부족과 남북 평화체제 구축 우선의 논리를 내세우며 북한 인권 문제를 책상 위에 올리길 꺼렸다. 하지만 진보권이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로 하면서 보수권의 전유물이 되다시피 한 북한 인권 문제 논의에 균형과 깊이가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 인권단체인 인권운동사랑방은 30일 서울 장충동 분도빌딩에서 천주교인권위원회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6곳과 공동으로 ‘북 인권 문제의 대안적 접근’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들은 ‘북 인권 문제의 대안적 접근을 위한 선언문’에서 “남과 북 인권의 상호 증진을 위해 남과 북의 인권 주체들이 만나 ‘인권 대화’를 시작하기를 희망한다”며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현재 북 인권을 둘러싸고 흑백 논리로 치닫고 있는 대결구도를 극복하고 남-북의 인권 문제에 대한 대안적 논의가 사회적으로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평화네트워크도 11월 초부터 북한 인권 관련 토론회를 열기 시작해 지금까지 3차례 토론회를 열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도 1일 ‘한반도 평화정착과 북한인권법 관련 대토론회’를 연다. 지난해 말부터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성명서 등을 내기 시작한 참여연대도 정부에 대한 권고안을 내는 등 내년부터 구체적인 사업을 할 계획이다.
진보성향의 단체들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방관에서 참여’로 방침을 바꾼 것은 진보진영 안에서 ‘이제는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룰 때가 되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지난해 미국의 북한인권법 통과 △11월17일 유엔총회에서 대북 인권결의안 채택 △12월8~11일 서울에서 미국의 보수적 인권단체인 프리덤하우스의 지원 아래 북한인권 국제대회 개최 등 외부 환경 변화도 큰 작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은 참여연대 평화구축센터 간사는 “2002~2003년에는 북핵 문제가 쟁점이었기 때문에 북한 인권 문제를 따로 떼놓고 제기하기가 어려웠다”고 지적하고, “더욱이 북한 인권 문제를 처음 제기한 것이 우익 편향적인 단체들로, 이들이 북한 인권 문제를 정치적 의도로 접근한 측면이 있어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준규 평화네트워크 정책실장은 “이제 북한 인권 문제가 제기되는 맥락을 탓하며 이 문제를 백안시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중국 정부가 탈북자들에게 임시거류증을 발급해 주는 등의 배려를 해주도록 우리가 압력을 넣는 식의 실질적 행동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사회과학부)는 “진보진영이 지금이라도 북한 인권에 대해 어떤 관점에서든 중요한 의제로 다루는 것은 진일보한 것”이라며 “인권 문제를 무조건 까발리고 비판하는 관점이 아니라 북한 인권이 중요하게 취급되고 지켜지기 위해 사회·경제적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두식 한동대 교수(법학부)는 “정확한 실태를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굳이 이야기를 꺼내 북을 자극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시민단체들이 앞서 남과 북의 인권 문제에 대한 서로의 잣대가 무엇인지 알아보는 토론회나 학술대회를 추진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기원 이용인 유선희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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