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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5.24 14:20 수정 : 2018.05.25 10:16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뒷줄 오른쪽)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뒷줄 왼쪽),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앞)이 지난 2월9일 오후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개회식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가 “적대감” 표현 쓴 북 담화내용 뭐기에…
북 최선희 ‘리비아 모델 불가’ 담화
“미국 불법무도하게 나오는 경우
북미회담 재고할 수밖에 없을것”
김계관 이어 두번째 미국 압박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뒷줄 오른쪽)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뒷줄 왼쪽),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앞)이 지난 2월9일 오후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개회식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한테 보내는 편지 형식을 빌려 ‘6월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며, 그 이유로 든 “당신들의 가장 최근의 담화에서 보여준 엄청난 분노와 적대감”은 직접적으론 24일 ‘최선희 외무성 부상 담화’를, 넓게 보면 16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담화’까지를 겨냥했다고 볼 수 있다.

앞서 북한이 이날 오전 북-미 정상회담의 북쪽 실무협상 창구인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담화’ 형식을 빌려 ‘회담 재고’ 가능성을 내비쳤다. 16일 북-미 핵협상의 상징적 존재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에 이어 두번째다. 더구나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 직후다.

하지만 북쪽이 두 담화를 통해 미국에 전하려는 핵심 메시지가 ‘북-미 정상회담 불참’ 시사라고 보기는 어렵다. 북쪽은 ‘최선희 담화’ 직후 예고한 대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의식’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쪽의 두 담화에 담긴 속내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마지노선’을 강조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강경파’ 영향력을 견제하는 데 알짬이 있으리라는 해석이 많았다. 다만, 북쪽이 2주 가까이 미국과의 협상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담화’에 담기지 않은, 드러나지 않은 ‘중대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실 여드레 간격을 두고 나온 두 담화는 한 흐름 위에 있지만, 강조점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북쪽 나름의 고민과 계산이 담긴 셈이다.

우선 ‘회담 재고’ 문제와 관련해 ‘최선희 담화’는 “조미수뇌회담을 재고려할 데 대한 문제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라며, “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던 ‘김계관 담화’보다 구체적인 표현을 썼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연합뉴스
다만 “미국이 ~한다면”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다. 북쪽이 먼저 판을 엎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김계관 담화’가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이라거나 “미국이 우리가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 보상과 혜택을 주겠다고 떠들고 있는데 그런 거래를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의제·협상 내용’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선희 담화’는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고 계속 불법무도하게 나오는 경우”라며 ‘미국의 태도’를 주로 겨냥했다.

‘김계관 담화’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최선희 담화’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정조준했다. 둘 다 “핵폐기 먼저, 보상은 나중에”만을 외치며 이를 ‘리비아 모델’이라 불러온 트럼프 행정부의 대표적 대북 강경론자다. ‘김계관 담화’는 “그(볼턴)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다”고 했다. ‘최선희 담화’는 펜스 부통령이 21일(현지시각)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합의하지 않는다면 리비아 모델이 끝장난 것처럼 이것(북한)도 끝나게 될 것”이라고 한 것을 “무분별한 협박성 발언”이라며 “무서운 후과”를 ‘경고’했다. 더구나 펜스 부통령은 평창올림픽 때, 서훈 국가정보원장-김영철 통일전선부장-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중앙정보국장이 ‘3각 기획’을 한 ‘김여정·김영남과 펜스’의 만남을 일방적으로 거부해 북-미 관계 개선 흐름에 찬물을 끼얹은 악연이 있다.

요컨대 두 담화는 펜스·볼턴을 겨냥하되 트럼프·폼페이오는 비난하지 않는 ‘선별 타격’으로 미국 내 강경파를 견제하고, “리비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값비싼 대가를 치르며 (핵무력이라는) 강력하고 믿음직한 힘을 키웠다”(최선희 담화)는 비교적 ‘솔직’한 주장으로, 이른바 ‘리비아 모델’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음을 거듭 강조한 셈이다.

이제훈 노지원 기자 nomad@hani.co.kr

“북미정상회담 재고 최고지도부에 제기” 5월24일 북 최선희 담화 전문

21일 미국 부대통령 펜스는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조선이 리비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느니, 북조선에 대한 군사적 선택안은 배제된 적이 없다느니,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라느니 뭐니 하고 횡설수설하며 주제넘게 놀아댔다.

대미사업을 보는 나로서는 미국 부대통령의 입에서 이런 무지몽매한 소리가 나온 데 대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명색이 '유일 초대국'의 부대통령이라면 세상 돌아가는 물정도 좀 알고 대화 흐름과 정세 완화 기류라도 어느 정도 느껴야 정상일 것이다.

핵보유국인 우리 국가를 고작해서 얼마 되지 않는 설비들이나 차려놓고 만지작거리던 리비아와 비교하는 것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인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에 이어 이번에 또 부대통령 펜스가 우리가 리비아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역설하였는데 바로 리비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우리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우리 자신을 지키고 조선반도(한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수호할 수 있는 강력하고 믿음직한 힘을 키웠다.

그런데 이 엄연한 현실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우리를 비극적인 말로를 걸은 리비아와 비교하는 것을 보면 미국의 고위 정객들이 우리를 몰라도 너무도 모른다는생각이 든다.

그들의 말을 그대로 되받아넘긴다면 우리도 미국이 지금까지 체험해보지 못했고상상도 하지 못한 끔찍한 비극을 맛보게 할 수 있다.

펜스는 자기의 상대가 누구인가를 똑바로 알지 못하고 무분별한 협박성 발언을 하기에 앞서 그 말이 불러올 무서운 후과에 대해 숙고했어야 하였다.

저들이 먼저 대화를 청탁하고도 마치 우리가 마주앉자고 청한 듯이 여론을 오도하고 있는 저의가 무엇인지, 과연 미국이 여기서 얻을 수 있다고 타산한 것이 무엇인지 궁금할 뿐이다.

우리는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 않으며 미국이 우리와 마주앉지 않겠다면 구태여 붙잡지도 않을 것이다.

미국이 우리를 회담장에서 만나겠는지 아니면 핵 대 핵의 대결장에서 만나겠는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과 처신 여하에 달려 있다.

미국이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고 계속 불법무도하게 나오는 경우 나는 조미수뇌회담(북미정상회담)을 재고려할 데 대한 문제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다.

조선외무성 제1부상 김계관 담화 전문(5월16일 조선중앙통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제1부상 김계관은 16일 다음과 같은 담화를 발표하였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김정은동지께서는 조미관계의 불미스러운 력사를 끝장내려는 전략적결단을 내리시고 우리 나라를 방문한 폼페오 미국무장관을 두차례나 접견해주시였으며 조선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참으로 중대하고 대범한 조치들을 취해주시였다.

국무위원회 위원장동지의 숭고한 뜻에 화답하여 트럼프대통령이 력사적뿌리가 깊은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조미관계를 개선하려는 립장을 표명한데 대하여 나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였으며 다가오는 조미수뇌회담이 조선반도의 정세완화를 추동하고 훌륭한 미래를 건설하기 위한 큰걸음으로 될것이라고 기대하였다.

그런데 조미수뇌회담을 앞둔 지금 미국에서 대화상대방을 심히 자극하는 망발들이 마구 튀여나오고있는것은 극히 온당치 못한 처사로서 실망하지 않을수 없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볼튼을 비롯한 백악관과 국무성의 고위관리들은 《선 핵포기,후 보상》방식을 내돌리면서 그 무슨 리비아핵포기방식이니,《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수 없는 비핵화》니,《핵,미싸일,생화학무기의 완전페기》니 하는 주장들을 꺼리낌없이 쏟아내고있다.

이것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것이 아니라 본질에 있어서 대국들에게 나라를 통채로 내맡기고 붕괴된 리비아나 이라크의 운명을 존엄높은 우리 국가에 강요하려는 심히 불순한 기도의 발현이다.

나는 미국의 이러한 처사에 격분을 금할수 없으며 과연 미국이 진정으로 건전한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조미관계개선을 바라고있는가에 대하여 의심하게 된다.

세계는 우리 나라가 처참한 말로를 걸은 리비아나 이라크가 아니라는데 대하여 너무도 잘 알고있다.

핵개발의 초기단계에 있었던 리비아를 핵보유국인 우리 국가와 대비하는것 자체가 아둔하기 짝이 없다.

우리는 이미 볼튼이 어떤자인가를 명백히 밝힌바 있으며 지금도 그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다.

트럼프행정부가 지난 기간 조미대화가 진행될 때마다 볼튼과 같은자들때문에 우여곡절을 겪지 않으면 안되였던 과거사를 망각하고 리비아핵포기방식이요 뭐요 하는 사이비《우국지사》들의 말을 따른다면 앞으로 조미수뇌회담을 비롯한 전반적인 조미관계전망이 어떻게 되리라는것은 불보듯 명백하다.

우리는 이미 조선반도비핵화용의를 표명하였고 이를 위하여서는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과 핵위협공갈을 끝장내는것이 그 선결조건으로 된다는데 대하여 수차에 걸쳐 천명하였다.

그런데 지금 미국은 우리의 아량과 대범한 조치들을 나약성의 표현으로 오판하면서 저들의 제재압박공세의 결과로 포장하여 내뜨리려 하고있다.

미국이 우리가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보상과 혜택을 주겠다고 떠들고있는데 우리는 언제한번 미국에 기대를 걸고 경제건설을 해본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거래를 절대로 하지 않을것이다.

전 행정부들과 다른 길을 걸을것이라고 주장하고있는 트럼프행정부가 우리의 핵이 아직 개발단계에 있을 때 이전 행정부들이 써먹던 케케묵은 대조선정책안을 그대로 만지작거리고있다는것은 유치한 희극이 아닐수 없다.

만일 트럼프대통령이 전임자들의 전철을 답습한다면 이전 대통령들이 이룩하지 못한 최상의 성과물을 내려던 초심과는 정반대로 력대 대통령들보다 더 무참하게 실패한 대통령으로 남게 될것이다.

트럼프행정부가 조미관계개선을 위한 진정성을 가지고 조미수뇌회담에 나오는 경우 우리의 응당한 호응을 받게 될것이지만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가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것이며 다가오는 조미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수밖에 없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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