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6.14 00:53
수정 : 2018.06.14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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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신문은 12일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악수하는 모습을 13일 보도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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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합훈련 중단’ 배경과 전망
트럼프, 정상회담 뒤 ABC 인터뷰서
“내가 제안…워게임 중단하고 싶어”
미 국방부 “사전에 조율된 메시지”
한국 정부와 사전 협의 없었던 듯
청와대 “발언 정확한 의미 파악 필요”
“소규모 훈련은 당연히 지속” 관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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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신문은 12일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악수하는 모습을 13일 보도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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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연합군사훈련(연습) 중단” 발언이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되고 합의된 사안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의 첫 대북 위협 해소조처가 될 연합훈련 중단이 한반도 평화 구축 과정에서 어떤 구실을 할지 주목된다.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1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 “상대방을 자극하고 적대시하는 군사행동들을 중지하는 용단부터 내려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리해를 표시하면서 조미 사이에 선의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조선 측이 도발로 간주하는 미국-남조선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매우 포괄적이고 완전한 합의를 협상하는 상황에서 워게임(연합훈련)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매우 도발적인 상황”이라며 연합훈련 중단 의사를 밝힌 맥락을 설명한 것이다. 김 위원장이 문제제기를 했고 이를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였다는 뜻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의 <에이비시>(ABC) 방송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해 “내가 제안했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 중 하나는 워게임을 중단하는 것”이라며, 애초 본인의 제안이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현재 연례적으로 실시되는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연습)은 ‘키 리졸브’와 ‘독수리 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 등이 있다. 훈련이 실제 중단된다면 첫 사례는 8월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일 공산이 크다. 연합훈련 중단은 전례가 있다. 1992년 팀스피릿 훈련은 대화 분위기 조성을 이유로 실시되지 않았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훈련 중단에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이라는 조건을 단 데에는 훈련 실시 여부를 향후 북-미 협상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뜻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미 국방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합훈련 중단 발언이 사전 협의를 거친 조율된 메시지라고 밝혔다. 데이나 화이트 국방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합훈련 중단 발언이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사전 논의를 거친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한국 정부와 사전 협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연합훈련 중단” 발언이 나온 지 하루가 지난 13일에도 “발언의 정확한 의도나 의미 파악이 필요하다”는 말만 되풀이했고, ‘한-미 간 사전 협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엔 “답변드릴 정보가 없다”고 말을 흐렸다. 미국은 과거에도 주한미군 감축 등 한-미 동맹 핵심 사안을 한국 정부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전례들이 있다. 사전 협의가 없었다면 동맹 간 신뢰를 허무는 것이라는 논란이 일 수 있다.
정부는 한-미 당국간 접촉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를 확인한 뒤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청와대 당국자는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평가하고 후속조치 방안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연합훈련 중단 결정에 반발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정부는 이미 연합훈련 축소 문제를 미국과 논의한 적이 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이번 북-미 정상회담 열흘쯤 전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아시아안보회의)에 참석해 매티스 미 국방장관과 한-미 국방장관회담을 했고, 회담 뒤 “앞으로 한-미 연합훈련을 ‘로키’(절제된 방식)로 하기로 매티스 장관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국방부 실무자들은 “‘훈련은 계획대로 하되 언론 공개 및 홍보는 자제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미국에선 이번 연합훈련 중단 결정에 대해 “지나친 양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윌리엄 코언 전 국방장관은 “한-미 연합훈련의 비용이 크기는 하지만 전쟁에서 패배했을 때의 비용은 더 크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연합훈련 중단의 범위 등을 놓고 혼선도 빚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한 국방부 관리는 소규모 훈련도 중단 대상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으며, 다른 국방부 관리는 소규모 훈련은 당연히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병수 선임기자, 이본영 김보협 기자
suh@hani.co.kr
[화보] ‘세기의 담판’ 6·12 북-미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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