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8.04 18:35
수정 : 2018.08.04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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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4일(현지시각) 성김 주필리핀 미국대사한테서 건네받은 서류 봉투를 열어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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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ARF 외교장관회의서
입구에서 종전선언 채택 강조
북의 우호조처에 대한 화답 요구
“미국내에서 수뇌부 의도와 달리
되돌아가려는 시도 짓궂게 표출” 우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4일(현지시각) 제25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하 포럼) 외교장관회의에서 북-미 공동성명 이행 의지를 밝히면서 ‘동시적·단계적 방식’을 통한 신뢰구축이 한반도 비핵화 실현 등 공동성명 이행을 담보하는 ‘근본 열쇠’라고 강조했다.
리 외무상은 이날 오후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포럼 리트리트에 참석해 2달 전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을 상기하며 연설을 시작했다. 리 외무상은 “여기 싱가포르에서 조-미 관계 역사상 처음으로 진행된 수뇌상봉과 회담은 아태지역의 정세발전에 가장 심원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중대사변이었다”면서 “오랜 적대관계에 있은 나라들 사이에서도 서로 신뢰를 조성하면 대화와 협상을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보장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데 싱가포르 수뇌상봉이 가지는 거대한 국제적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이어 “조선(한)반도에 형성된 평화와 안정의 새로운 기류는 아태지역 전반 정세의 안정적이고 건설적인 발전을 위하여 지역의 모든 나라들이 공동의 노력으로 적극 관심하고 아끼면서 공고히 해나가야 할 귀중한 싹”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선(한)반도에 공고한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노정은 이제 역사적인 첫걸음을 뗀 데 불과하다”고 짚었다. 또 “지난 불신과 적대의 오랜 역사를 볼 때 신뢰를 조성하고 조선(한)반도에 평화를 확고히 정착시키는 과정은 시간과 품이 많이 드는 장구한 노정으로 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리 외무상은 “현 조선(한)반도 정세는 한마디로 말하여 낡은 것을 타파하고 새것이 탄생하는 역사의 한순간”이라며 “지난 6월 여기 싱가포르의 센토사섬에서 조-미 수뇌분들은 실패를 거듭해온 과거의 방식에서 대담하게 벗어나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새 역사를 써나갈 데 대한 세기적인 합의를 이룩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에서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의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미군 유해 발굴 및 송환을 합의한 북-미 공동성명이 채택 발표됐다고 덧붙였다.
리 외무상은 “조-미 공동성명을 책임적으로 성의있게 이행해나가려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결심과 입장은 확고부동하다”며 “공동성명을 완전한 이행을 담보하는 근본 열쇠는 신뢰 조성”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북쪽이 지난달 6~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3차 방북 뒤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강조한 부분과 통한다. 당시 담화에서 북쪽은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나왔다”며 “회담 결과는 극히 우려스러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리 외무상은 이날 “조-미 사이의 충분한 신뢰 조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쌍방의 동시적인 행동이 필수적”이라며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순차적으로 해나가는 단계적 방식이 필요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비핵화와 미군 유해 발굴·송환만 요구하고 북쪽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만 고집한다면 “공동성명의 이행 그 자체가 난관에 부닥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시 “신뢰조성을 선행시키며 공동성명의 모든 조항들을 균형적으로 동시적으로 단계적으로 이행해나가는 새로운 방식만이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하게 현실적인 방도”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 내에서 수뇌부의 의도와 달리 낡은 것에로 되돌아가려는 시도들이 짓궂게 계속 표출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리 외무상은 핵·미사일 실험 중지, 핵실험장 폐기 등 북한이 “주동적으로 먼저 취한 선의의 조치”들을 언급하며 “화답은커녕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에 대한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높아지고 있으며 조선(한)반도 평화보장의 초보의 초보적 조치인 종전선언 문제에서까지 후퇴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미국이 우리의 우려를 가셔줄 확고한 용의를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는 한 우리만이 일방적으로 먼저 움직이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핵화 조처를 선행하라는 미국에 종전선언은 동반돼야 할 초보적 상응조처임을 또다시 밝힌 것이다.
리 외무상은 지난 4월20일 조선노동당의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할 데 대한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소개하면서 연설을 마무리했다. 그는 “그(경제 부흥) 실현을 위해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조선(한)반도와 그 주변의 평화적 환경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는 응당 우리가 비핵화를 위하여 먼저 취한 선의의 조치들에 조선반도의 평화보장과 경제발전을 고무추동하는 건설적인 조치들로 화답해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화보 남북미 숨가쁜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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