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정부 승인해 북 어머니 상봉
갑자기 체포 간첩죄 씌워 옥살이
북 동생 신청으로 재상봉 성사
“엄마 돌아가셔” 소식에 눈물바다
유복자, 68년 만에 아버지 만나
“맏아들이에요 맏아들” 복받쳐
기다리던 어머니는 두달 전 운명
100살 할머니, 북 여동생과 재회
수십년 세월에도 한눈에 알아봐
전쟁고아가 된 사내에게는 소원이 있었다. 휴전선 너머에 있는 어머니와 누이, 동생을 만나는 일이었다. 고학하며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취직했고, 마흔 넘어 타이(태국)에 어엿한 공장을 차렸다. 마침 노태우 정부는 ‘북방정책’을 내걸고 분단 이래 처음 공개적으로 남북관계 개선 정책을 폈다. 사내는 정부에 북한 주민 접촉 신청을 냈다. 1992년 9월 평양에 갔다. 그리운 어머니를 만나고 돌아왔다. 그때 어머니 나이가 68살이었다.
4년10개월이 지난 어느날, 당국은 갑자기 사내를 체포했다. 잠입 탈출, 찬양 고무 등 ‘간첩 누명’을 씌웠다. 20일 동안 취조하고 때리고 고문했다. 2년6개월 형을 선고했다. 옥살이를 한 지 1년여가 지났을까, 김대중 정부 출범 첫해인 1998년 8·15 특별사면을 받아 세상으로 나왔다. 억울한 옥살이를 했지만 꿈에 그리던 어머니를 만난 대가려니 했다.
“엄마 죽었잖아.” 어머니를 만난 죄로 간첩 누명까지 뒤집어쓴 송유진(75)씨는 24일 금강산에서 열린 21차 남북 이산가족 2차 상봉의 첫 단체상봉에서 북쪽 남동생 송유철(70)씨를 만났다. 동생은 형을 만나고 1년 뒤 엄마가 돌아가셨다며 아이처럼 눈물을 터뜨렸다. 형 유진씨는 더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유진씨는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 뒤 두어차례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했지만 기회가 오지 않았다. 이번엔 북녘 남동생 유철씨가 형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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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금강산 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조정기(67·왼쪽)씨가 북측에서 온 아버지 조덕용(88) 할아버지를 얼싸안고 오열하고 있다.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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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의 이산가족이 분단 후 65년 만에 다시 만나 진한 혈육의 정을 나눴다. 8.15 계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우리측 최고령 상봉 대상자 강정옥(100) 할머니와 북측의 동생 강정화(85) 할머니가 눈물의 상봉을 하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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