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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08 17:19 수정 : 2005.12.08 17:19

평양 순안 비행장 전경./필진네트워크 좋은비


평양 고려호텔은 한때 ’눈물의 호텔’로 불렸습니다. 1980~90년대 미국에 사는 교포들이 북한에 사는 이산가족들을 만나러 평양에 가서 자신들이 묵던 고려호텔에서 눈물을 흘리며 이산가족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순안공항 여성 근무자./필진네트워크 좋은비

고려호텔은 지난 85년 9월 김일성 주석이 직접 개관행사에 참석하며 문을 연 45층(140m) 높이의 쌍둥이 호텔로 객실이 1000여개에 이르는 대형호텔입니다. 15년전 묵었던 호텔도 고려호텔이었습니다. 당시 고려호텔 앞 대로를 가득 메운 환영인파를 헤치며 간신히 호텔 로비에 들어선 기억이 생생히 되살아 났습니다.


환영하는 고려호텔 복무원들./필진네트워크 좋은비

당시 이야기를 좀 더 해볼게요.

1980년대 초반 남북은 적십자 화담을 한 이후 7-8년간 냉각기를 갖습니다. 그러다가 1989년 6월 30일 임수경이라는 남한의 여자 대학생이 평양에 나타납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임수경은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대표로 참석해 46일간 북한에 임수경 ’열병 바이러스’를 심어놓고 판문점을 넘어 남쪽에 와, 구속됐죠.

제가 1900년 10월, 그러니까 임수경이 다녀간지 1년뒤 경평축구 취재를 위해 평양에 갔는데 온통 임수경 이야기로 평양이 가득차 있었습니다. 당시 안내원은 이렇게 설명하더군요. “임수경이 순안비행장에 도착해 고려호텔로 오는 동안 양쪽 팔과 손등이 다 까졌다. 왜냐하면 평양 시민들이 임수경 가까이 다가와 반가운 마음에 팔을 잡고 쓰다듬었기 때문이다.”


고려호텔 지하 가라오께. 입장료만 10유로(1만2천원)인데 분위기는 썰렁합니다./필진네트워크 좋은비

당시엔 이런 상황이 이해가 됐습니다.

축구대표단을 실은 고려항공이 베이징을 떠나 순안 비행장에 도착하자 수천명의 평양 시민들이 공항 안쪽에 줄지어 서서 꽃다발을 흔들며 열렬히 환영했습니다. 그 뿐이 아니었습니다. 장정들이 다가와 우리 축구대표 선수들을 목마 태우고 환영한다고 외쳐댔습니다. 그렇게 열렬한 환대를 받아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세관 검색, 통관 절차도 생략됐습니다. 활주로 옆에 대기하고 있던 대형버스에 탔고, 창가에서 보니 수많은 여인네들이 눈물을 흘리며 우리를 환영했습니다.

그리고....평양에 들어서자 개선문을 지나면서부터 그 넓은 대로가 평양 시민들로 가득 찼습니다. 대표단 버스가 보이자 그 수십만명의 환영인파는 점차 대로 중앙으로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곤 저희가 탄 버스를 두들겨대며 반가워했습니다. 차가 기울어질 정도로. 무섭기까지 한 환영이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인파에 깔려 죽을뻔 했습니다.


마라톤대회에 참가 남쪽 참가자 기념사진./필진네트워크 좋은비

이번엔 좀 썰렁하게 평양에 들어섰습니다. 환영 인파도 없었고, 통관 절차를 밟다가 카메라를 빼앗기곤 찍은 사진을 지워야 했습니다. 공항 건물 상단에 있는 김일성 주석의 얼굴 반 정도가 잘린 디지털 카메라의 화상을 검색하곤, “무슨 사진을 이렇게 찍습네까? 지우라구요.”라고 눈을 부라리며 카메라 삭제 버튼을 장갑 낀 손가락으로 서툴게 눌러댔습니다. 멀리서 공항 건물을 찍다 보니까, 한 컷에 얼굴이 잘렸는데.

그리고 호텔 내부 시설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지하의 사우나 시설과 안마시설이었습니다. 사우나는 3유로(4달러, 4천원정도)를 내면, 바구니에 수건 2장과 가운을 줍니다. 놀라운 것은 따듯하게 수건과 가운을 덥혀 준다는 것입니다. 사우나 시설은 매우 좋았습니다. 크지는 않았지만 사우나 도크도 있었고, 삼푸와 린스, 바디 샴푸가 나란히 담겨 있는 프라스틱 용기가 샤워 꼭지마다 있었습니다.


사우나 등 편의 시설 가격표./필진네트워크 좋은비

안마하는 곳은 가장 붐비는 장소였습니다. 하루전에 예약을 해야 이용이 가능했습니다. 전 예약을 못해 말로만 전해들었습니다. 평양 아가씨에게 전신안마를 받는다니,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습니다. 비용은 전신안마가 25유로(3만원정도), 부분안마가 10유로였고, 이동안마는 40유로(5만원 정도)였습니다. 이동안마는 복무원이 손님 방에 와서 안마를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고려호텔엔 모두 4명의 안마 복무원이 있었는데 영업시간은 오후 3시부터 11시까지 였습니다. 이번 마라톤 출전자 가운덴 나이 드신 분들이 많았고, 마라톤 뒤에 몸을 풀어 주기 위해 안마를 받고자 하는 분들이 많아 일부 참가자들은 안마를 받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전신 안마를 받으신 분에게 안마를 어떻게 하더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흰 천으로 손님을 덮은뒤 조심스럽게 팔, 다리, 허리 등을 안마하고, 40여분간의 안마 뒤엔 “뭐 부족한 것 없으십니까”라고 묻더랍니다.

아주 건전한 분위기 였고, 또 두명의 손님이 한꺼번에 안마를 받기 때문에 다들 그냥 나온답니다.(계속)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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