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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국제대회 첫날인 8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북한인권운동보고회에서 참석자들이 탈북자인 김태산씨의 증언을 듣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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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독재 체제 치명적 타격 계기” “북 정권 교체 주장 또 다른 인권침해”
미국의 프리덤하우스와 한국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등 국내외 40여개 보수단체가 주관하는 북한인권 국제대회가 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의 오찬행사를 시작으로 사흘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이에 맞서 천주교인권위원회와 통일연대 등 20여개 인권·종교단체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인권 국제대회 개최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고 토론회로 맞대응했다. 황장엽·수전 숄티, 김정일 위원장·남한 정부 맹비난
인권대회 반대단체 “북한 인권법은 정치 공세 수단” 북한인권 국제대회 첫날 행사로 열린 ‘북한인권운동 보고회’에서는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남한 정부를 비난하는 강경발언이 쏟아졌다. 북한인권 국제대회 준비위원회 상임고문을 맡은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는 이날 인사말에서 “소위 우리 민족끼리 공조라는 6·15 공동선언 발표는 북한 독재집단이 남한의 일부 세력의 협조 밑에 남한 주민의 인권의식을 말살시키고 무인지경으로 가도록 하고 있다”며 “6·15 공동선언은 한국의 사상·정치·경제적 진지를 허물어 버리고 반미·친북 세력이 한국을 주도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미국 보수단체인 디펜스포럼의 수잰 숄티 회장도 연설에서 부시 행정부에 대해 “핵문제를 제기한 뒤 인권문제를 다루겠다는 클린턴 행정부 정책의 기본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는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북한이 김정일의 노예가 되고 있는 원인은 노무현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며 “(대북 지원을 통한) 북한 정권 유지비용이 붕괴에 따른 비용보다 크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보고회에서 참석자들은 “이번 인권대회가 김정일 독재 체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는 동시에 한국의 민주수호에 힘과 용기를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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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인권위원회와 통일연대 등 20여개의 인권·평화통일·종교단체 대표자들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부터 열리는 ‘북한인권국제대회’ 개최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종수 기자jong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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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저녁 6시부터 서울시 주최로 열린 환영만찬에서는 명지대 석좌교수인 이인호 공동대회장의 인사말에 이어 북한인권영상물 상영, 노래공연 등이 이어졌다. 만찬에는 국내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김문수 한나라당 의원, 이홍구 전 국무총리가 참석했으며, 국외 인사로는 알렉산더 브시바오 주한미대사, 마이클 호로위츠 미국 허드슨연구소 수석연구원 등이 나왔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만찬 축사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침묵은 인류 공동의 가치와 통일의 목표를 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만찬 주최자인 이명박 서울시장도 “정부가 북한 인권에 대해 의도적 외면을 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보조를 맞췄다. 정치인들의 비교적 신중한 표현과 달리 김수환 추기경은 봉두환 천주교민족화해센터 회장을 통해 전달한 메시지에서 “인권유린을 하는 국가는 국제사회에서 역할을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며 북한을 강하게 압박했다. 대회 준비위원회는 만찬 행사 때 북한 체제를 유리병으로 비유한 대회 주제가를 만들어 부르기도 했다. 주제가의 한 대목은 “깰 수 없는 유리란 처음부터 있을 수 없어… 이제 우리가 손을 내밀어 갇힌 그들을 꺼내야 해요”로 돼 있다. 한편, 북한인권 국제대회 개최에 반대하는 20여개 인권·종교 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인권을 증진하기 위해 체제를 붕괴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자결권을 위협하는 또다른 인권침해”라고 주장하고 “오히려 북한 인권을 둘러싸고 흑백논리로 치닫고 있는 현재의 대결 구도를 극복해, 평화의 시대에 걸맞은 한반도 인권 문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6·15 남북 공동선언 실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통일연대’도 이날 ‘한반도 평화와 인권을 위한 대안적 접근’이라는 주제로 서울 무교동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토론회를 열고, 보수진영 인권운동의 문제점과 대응방향 등을 논의했다. 이들은 또 이날 오후 서울 미국대사관 앞에서 반북 정치공세 규탄대회를 열고 촛불행진을 벌였다. 이용인 조기원 기자 yyi@hani.co.kr
인권대회 참석·대북 NGO 대표 참석 레프코위츠 북한인권특사 첫 방한 미국의 북한인권법에 따라 지난 8월19일 임명된 제이 레프코위츠(43) 국무부 북한인권담당특사가 8일 정식 활동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10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북한인권국제대회 참석이 주된 방문 이유다. 레프코위츠 특사는 이 대회 행사의 하나로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참석해 9일 ‘미국 정부의 북한인권개선 방안’을 주제로 공개발표를 한다. 그는 12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북한인권 상황과 관련한 한국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8일 도착 직후 고경빈 통일부 사회문화교류국장과 천영우 외교통상부 외교정책홍보관리실장을 만나, 북한인권 문제와 관련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는 고 국장과의 만남에서 “북한에 시민·정치적 권리에 대한 억압이 있는 것은 사실이 아니냐”며, 한국은 미국이 뭘 하기를 바라는지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 국장은 분단 상황인 한반도의 특수성을 들어, 지속적·인도적 지원 및 교류협력 강화를 통한 북한 주민의 삶의 질 및 인권상황 개선 전략이 더 현실적임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레프코위츠 특사는 이날 오후 파주 도라산전망대를 방문했으며, 9일 아침엔 유명환 외교통상부 제1차관을 비공식 면담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 차관은 애초 차관보급인 레프코위츠 특사와 면담하지 않으려 했으나 미국쪽의 거듭된 요구로 만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레프코위츠 특사는 9일 오후 주한미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한편, 대북 관련 비정부기구 대표들과 만남을 통해 민간차원의 인식을 청취할 예정이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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