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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1.30 21:10 수정 : 2018.11.30 21:31

남북을 오가던 열차 운행이 멈춘 지 10년 만인 30일 오전 남북철도공동조사단이 탄 열차가 경기도 파주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으로 향하고 있다. 남북 철도 연결·현대화 사업을 위한 북쪽 구간 공동조사는 18일간 1200㎞에 걸쳐 진행된다. 도라산/사진공동취재단

남북 철도조사 18일간의 대장정
‘서울↔신의주’ 이정표 달고 출발

10년 만에 다시 운전 맡은 기관사 등
28명의 조사단, 총 2600㎞ 일정 돌입
“남북 공동번영 시작 알리는 신호탄”

남북을 오가던 열차 운행이 멈춘 지 10년 만인 30일 오전 남북철도공동조사단이 탄 열차가 경기도 파주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으로 향하고 있다. 남북 철도 연결·현대화 사업을 위한 북쪽 구간 공동조사는 18일간 1200㎞에 걸쳐 진행된다. 도라산/사진공동취재단
경의선 철도 남쪽 최북단 도라산역과 북쪽 최남단 판문역 사이를 오가던 화물열차가 2008년 11월28일을 끝으로 운행을 중단했다. ‘10·4 정상선언’의 힘으로 2007년 12월11일부터 1년간 주 5회 모두 448회 운행한 남북 연결 열차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 악화로 다시 멈춰선 것이다. 그 뒤 10년간 군사분계선을 관통하는 남북 연결 철길엔 찬 바람만 휘몰아쳤다. 2018년 11월30일 오전 9시5분, 철도 공동조사단 28명을 태운 열차가 “철마가 달린다! 평화 번영의 미래로”라고 적힌 펼침막을 걸고 도라산역을 떠나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남북 연결 열차 운행이 멈춘 지 꼭 10년 만이다. 열차엔 “남북철도공동조사 착수/남북철도공동연구조사단”이라 적힌 펼침막과 “서울↔신의주”라 표시된 이정표가 선명하다.

2007년 5월17일 남북 철도 연결 구간 시범운행 행사 때도 운전을 맡았다는 김재균 기관사는 “10년 동안 열차가 안 다녔는데 철길의 녹이 제거되고 남에서 북으로, 북에서 남으로 열차가 상시 운영돼 겨레가 염원하는 통일이 왔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공동조사단장인 임종일 국토교통부 철도건설과장은 “2007년 남북 공동조사단원으로 참여하고 11년 만”이라고, 조사단원 가운데 유일한 여성인 ‘궤도 조사 담당’ 한영아 한국철도시설공단 과장은 “여성 최초로 참여하게 돼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다.

남북철도공동조사단을 태운 열차가 30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비무장지대 안 경의선 철도 통문을 통과하고 있다. 파주/사진공동취재단

남북 철도 연결·현대화 사업을 위한 북쪽 구간 공동조사는 경의선(30일~12월5일, 개성~신의주 구간 약 400㎞)→동해선(12월8~17일, 금강산~두만강 구간 약 800㎞) 순으로 18일간 1200㎞에 걸쳐 진행된다. 북쪽 평라선(택암~안변)을 이용해 경의선에서 동해선으로 옮아가고, 다시 남쪽으로 귀환하는 일정까지 포함하면 남쪽 열차가 2600㎞에 이르는 철도 구간을 달리게 된다. 판문역에서 기관차를 북쪽 것으로 바꾸고 객화차 3량을 덧붙였다.

남북 철도 연결과 철도 현대화 사업을 위한 북쪽 구간 공동조사가 시작된 30일 북한 판문역에서 남쪽 열차(오른쪽)와 북쪽 열차가 연결되고 있다. 통일부 제공
남쪽 조사단원들은 이 기간에 열차에서 회의하고 먹고 자야 한다. 당연히 ‘준비물’이 많다. 남쪽 열차 편제(기관차+객화차 6량)에 유조차(5만5000ℓ)-발전차(300㎾)-객차(72석)뿐만 아니라 침대차(2층/28석)-침식차(사무/세면)-물차가 마련된 까닭이다. 특히 침식차엔 냉장고·세탁기·건조기·전기밥솥·전자레인지 등 세간살이가 잔뜩 꾸려져 있다. 침식칸엔 생수통·즉석밥·컵라면 등이 빼곡하다.

이날 아침 6시40분께 서울역을 출발한 열차가 잠시 멈춰선 도라산역에서 8시25분부터 ‘환송행사’가 진행됐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축사에서 “이제 28명의 조사단 여러분은 누구도 가보지 못한 북한의 기차역과 북녘의 산천을 방문하게 된다”며 “추운 계절이니 건강과 안전에 유의하고 북쪽 철도 부문 종사자들과 협력해서 임무를 잘 수행해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오늘의 출정식은 남북 공동번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고, 섬처럼 갇혀 있던 한반도 경제영토를 유라시아대륙으로 확장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축사’를 했다.

환송행사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남북경제협력특별위원회 위원 등도 함께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비판적인 자유한국당 소속인 박순자 국토위 위원장이 참석해 “남북 경협이 잘돼야죠”라고 ‘덕담’을 건네 눈길을 끌었다. 박 위원장은 “경의선이 연결되면 30년간 140조까지 경제효과가 있으리라는 예측이 나오는데, 실크로드를 연상시킨다”며 “북한 인프라 개발을 둘러싼 중국·러시아·일본 등 주변 강국과의 경쟁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도록 면밀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격려성 주문을 했다. 통일부 장관 출신으로 국토위 소속인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철도는 당을 넘어서는 것이다’라는 차원에서 박순자 의원이 이 자리를 빛내줬다. 박수 한번 보내자”라며 “바야흐로 경협이 오는구나”라고 기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도라산/공동취재단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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