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03 21:18
수정 : 2019.01.03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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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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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
친서가 북-미 관계 주요 축으로
교착 녹이거나 신뢰 다지거나
새해 벽두 친서 내용·여파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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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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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친서를 보냈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각) 공개하면서 김정은식 ‘친서 정치’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반년 새 7통의 친서를 백악관으로 띄운 김 위원장식 친서 정치는 어느덧 북-미 관계를 이어가는 주요 축이자 ‘일상’이 돼가고 있다.
김 위원장의 친서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해 6월 초 첫 편지다. 6월12일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쪽의 기싸움으로 정세가 요동칠 때였다. 일방적 핵포기의 의미로 통용되던 ‘리비아 모델’을 앞세워 강경 드라이브를 거는 트럼프 행정부에 북한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날 선 담화로 맞대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취소’(5월24일) 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 위원장은 즉각 ‘대리 담화’를 발표해 국면을 수습했으나, 싱가포르 회담이 다시 순풍을 타기 시작한 것은 6월1일(현지시각)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직접 백악관으로 찾아가 김 위원장의 친서를 ‘배달’하면서다. 서류봉투 크기의 ‘거대한’ 하얀색 편지봉투는 화제를 낳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일괄타결’식 비핵화 접근법에서 ‘과정으로서의 비핵화’로 인식 전환을 보이는 한편 싱가포르 회담에서 종전선언을 할 가능성도 처음 내비쳤다. 북-미 관계에서 가장 ‘극적인 반전’을 꾀한 서한이었다.
9월10일(현지시각) 백악관이 공개한 김 위원장의 네번째 친서도 악화 조짐을 보이던 국면을 전환하려는 ‘원대한 목표’를 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8월 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발표 하루 만에 전격 취소됐는데, 김영철 부위원장이 보낸 ‘비밀편지’의 영향이 컸다고 알려져 북-미 관계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던 시점이었다. 백악관은 당시 김 위원장이 친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2차 정상회담을 제안했으며, 양쪽이 조율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2차 대반전’이 어느 정도 가시권에 들어오는 듯했으나 동력을 유지하지는 못했다.
9월에는 이밖에도 최소 두 통 이상의 편지가 건네졌다고 알려져 있다. 내용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김 위원장이 북-미 ‘교착국면 완화용’으로 보낸 서신들로 보인다. 21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지원유세장에서 밝힌 김 위원장의 친서와 닷새 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김 위원장한테서 받았다고 밝힌 “두 통의 편지”가 그것이다. 이 세 통이 모두 다른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를 옆에 앉혀두고 양복 안주머니에서 친서를 꺼내 보이며 “역사적인 편지”라고 자랑을 늘어놓는 장면은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이날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평양 회담을 계기로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이 다시 확정·발표된 날이기도 해, 김 위원장의 ‘릴레이 친서’가 북-미 고위급 회담의 돌파구를 마련했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낳았다.
한편 지난해 7월6일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 때 김 위원장이 건넨 두번째 친서는 1차 북-미 정상회담 뒤 정상 간 훈훈했던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한 ‘국면 유지용’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비핵화와 상응조처를 둘러싼 북-미 간 이견이 팽팽히 맞서기 시작했던 상황이라 소기의 성과를 내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새해 벽두에 전해진 김 위원장의 일곱번째 친서는 어떤 ‘뒷심’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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