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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07 11:33 수정 : 2019.03.07 11:38

인터뷰 ‘베를린장벽 벽화’ 카니 알라비

21개국 화가 105점으로 꾸며진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 협회장
수차례 방한 비무장지대 찾아
“철책·GP 잔해물로 보존
분단 역사 예술작품 남겨야”

“한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예술가들이 창의력을 발휘해 작품활동 할 자유로운 공간을 만들어주세요. 그곳에서 후세 사람들이 한국의 분단 역사를 기억할 수 있는 예술작품 작업이 가능할 것입니다.”

화가인 카니 알라비 독일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 협회장은 한반도 평화 정착 시 비무장지대(DMZ) 활용 방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는 독일 베를린장벽에 만든 야외 벽화 갤러리로, 한해 관광객 350만명이 찾는 명소다.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는 옛 동독 쪽 장벽 1.3㎞ 길이에 21개국 화가 118명의 그림 105점으로 꾸며져 있다.

카니 알라비
알라비 회장은 지난달 말 경기도 초청으로 방한해 이틀 동안 파주 평화누리, 독개다리, 대성동마을, 도라산전망대와 연천 태풍전망대, 백마고지 등 비무장지대 근처를 둘러봤다. 그는 13차례 방한해 비무장지대 근처를 다섯차례 찾을 정도로 한국 분단 상황에 관심이 많다.

“이번에 방문하니 철조망에 신발이 걸려 있는 등 과거 같은 장소에 없던 예술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분단이란 특수 상황을 경험한 예술가가 예술작품을 기록으로 남기면 후세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철책선이 지금처럼 있다면 예술가가 전쟁 없이 평화롭게 한반도 통일이 이뤄지는 희망을 나타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통일 뒤에는 비무장지대 철책선이 훼손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국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 통일되면 철책의 일부라도 남겨서 비무장지대 분위기를 잘 보존하는 게 중요하고 예술가들이 남은 철책에 예술작품을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지난해 9·19 군사합의서에 따라 철수한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 잔해물에 대해 ‘평화와 문화적 활용을 검토하니 잔해물을 훼손하지 말고 양호한 상태로 보존하라’고 육군에 지시했다. 하지만 일부 부대가 감시초소 철조망을 액자로 만들어 여당 의원에게 선물해 비무장지대의 체계적 관리 부재와 허술한 생태문화 역사적 활용 방안이 논란이 됐다.

신이시여 이 치명적인 사랑에거 저를 구원하소서, 베를린 장벽에 러시아 작가 드미트리 브루벨이 그린 ‘형제의 키스’. 두 사람은 소련 공산당 서기장 브레즈네프와 동독 공산당 서기장 호네커.
지금은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가 세계적 관광명소가 됐지만, 30년 동안 여러 차례 고비가 있었다. 그는 1960년대부터 서베를린 장벽 근처에서 살았고, 1989년 11월 장벽이 무너질 때는 장벽에서 4m가량 떨어진 아틀리에에서 장벽이 무너지는 현장과 베를린 사람들의 기대, 고통, 미래에 대한 걱정 등을 지켜봤다. 독일 정부가 장벽을 부수기 시작하자 그는 장벽에 벽화 작업을 시작했다.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지 2개월 뒤였다.

알라비회장은 베를린 장벽에서 4m가량 떨어진 아틀리에에서 장벽이 무너지는 현장을 생생하게 봤고, 당시 베를린 사람들의 기대, 고통, 미래에 대한 걱정 등을 베를린 장벽에 그렸다.
“벽화가 지금처럼 유명해질지는 전혀 짐작 못하고 장벽이 사라지기 전에 독일 분단 역사를 예술작품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후세 사람들이 느낄 수 있게 하자’가 동기였다.”

하지만 ‘장벽에 그림을 왜 그리냐’는 비판을 받았다. 베를린시, 기업 등이 반대했다. ‘다 뜯어버리고 개발해 건물을 짓자’는 의견도 많았다. 관광객들이 몰려오자 베를린 시정부, 정부가 태도를 바꿨다. 알라비 회장은 “전세계 관광객 350만명이 오늘날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를 만든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 등 최근 정세에 대해서는 “한반도 상황에 아주 관심 많지만, 예술을 통해 기여하고 싶다. 미국이 이 상황을 조정하려 하지 말고 남북이 스스로 문제를 다룰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대답했다.

알라비 회장은 “분단의 상징인 한국의 비무장지대가 예술의 힘을 통해 베를린장벽처럼 평화공존의 공간이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무장지대에서 분단을 기록할 예술작업이 이뤄지면 당연히 참여하고 싶다”며 “이 작업에는 청소년들도 예술가로 참여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고, 남한이 북한을 존중하고 파트너로 함께 작업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권혁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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