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11 15:16
수정 : 2019.04.11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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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10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당 제7기 제4차 전원회의를 사회를 보는 도중 손가락질을 하며 뭔가를 얘기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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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서 ‘자력갱생’으로 제재 무력화 호소
<노동신문> 회의 보도, ‘자력갱생’ 28차례 등장
대미 비판, 군사행동 시사 없어
한-미 ‘제재 카드’ 사용 여부에 정세 진로 달라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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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10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당 제7기 제4차 전원회의를 사회를 보는 도중 손가락질을 하며 뭔가를 얘기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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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조선노동당(노동당) 위원장이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토의·결정하겠다고 예고한 “새로운 투쟁 방향과 방도들”은 “자력갱생의 기치를 더욱 높이” 들겠다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위원장은 10일 평양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4차 회의에서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돼 오판하는 적대세력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그 수단으로 “자립적 민족경제에 토대해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 건설을 더욱 줄기차게 전진시켜 나감”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의 노선이 천만번 옳았다”는 말로, 지난해 4월20일 당 중앙위 7기 3차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사회주의경제건설 총력집중’(경제집중) 전략노선에 변화를 줄 생각이 없음을 강조했다. 통일부도 11일 “경제건설에 총력 집중하겠다는 기존 결정을 유지하겠다고 재확인한 것”이라 평가했다.
김 위원장의 이런 메시지는, 안으론 자력갱생을 동력으로 삼아 경제 성과를 이룩해 북한에는 제재가 먹히지 않음을 입증하자는 호소다. 밖으론 미국의 압박에 ‘군사 행동’으로 (당장) 맞대응하지는 않겠지만, 쉽사리 양보하지도 않겠다는 선긋기다. ‘장기전’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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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은 10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4차 전원회의에서 단상에 홀로 앉아 회의를 주재했다. 지난해 4월20일 열린 노동당 7기 3차 전원회의 때 최룡해·박봉주 등 다른 정치국 상무위원과 함께 단상에 앉은 전례에 비춰, 1년 사이 위상이 강화됐으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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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최근 진행된 조미수뇌(북미정상)회담의 기본 취지와 우리 당의 입장”을 밝히고는, 하노이 회담 합의 무산에 따른 제재 지속 상황에 대처할 방침으로 “자립적 민족경제”와 “자력갱생”을 수단으로 한 “사회주의 건설”을 제시했다. 하노이 회담과 관련한 김 위원장의 견해와 대응 방침을 북쪽 매체가 공개한 건 <노동신문> 11일치 1~2면 실린 이 회의 결과 보도가 처음이다. <노동신문>이 전한 김 위원장의 발언에는 미국 비판이나 군사 행동과 관련한 시사가 전혀 없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 회담 이후 처음이자 1년 만의 당 중앙위 전원회의의 소집 이유를 “자력갱생 기치로 자립적경제토대를 강화하며 사회주의 건설에 나서는 중요한 문제들을 토의 결정”으로 제시했다. 회의 보도에 담긴 김 위원장의 관심사는 온통 “경제, 경제, 경제”다. 5119자(1026단어)로 이뤄진 <노동신문>의 회의 보도에 ‘자력갱생’이 28차례 등장한다. ‘자립경제’가 5회, ‘자립적민족경제’ ‘인민경제’ ‘경제사업’이 각 2회다. ‘경제적 잠재력’ ‘경제건설목표’ ‘경제력’ ‘경제’가 각 1회 나온다. 요컨대 이번 회의의 열쇠말은, 김 위원장이 “자주적 발전과 번영의 보검”이라 규정한 “자력갱생”이다. 김 위원장은 ‘자력갱생 강화’를 “전원회의 기본의제로 제기한 당중앙의 의도를 똑똑히 인식”하라고 회의 참석자들한테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국가의 경제적 잠재력을 남김없이 발양”시키라며, 경제사업에서 실리·효율·절약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김 위원장은 “자력갱생과 자립적민족경제”를 “① 우리식 사회주의 존립의 기초 ② 전진과 발전의 동력 ③ 혁명의 존망을 좌우하는 영원한 생명선”으로 규정했다. 그러고는 “자력갱생 기치,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우리 당의 확고부동한 정치노선”이라고 재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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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4차 전원회의에서 중앙위원들이 손을 들어 의안에 대한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사진 맨 앞줄 오른쪽부터 순서대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룡해 정치국 상무위원 겸 당 부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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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의 이런 ‘자력갱생’ 강조는 양면성을 지닌다. 북-미 협상, 남북관계와 관련해선 ‘군사 행동’을 언급하지 않아 정면 충돌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당장은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반면 김 위원장이 ‘자력갱생’과 ‘자립경제’를 강조하는 그만큼 대외개방의 여지가 줄어든다는 부정적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북한 읽기에 밝은 전직 고위 관계자는 “당장은 군사적 리액션이 없으리라는 뜻이어서 일단은 다행”이라면서도 ”여전히 협상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짚었다. 실제 김 위원장의 자력갱생 강조는 그만큼 제재를 의식하는 정도가 크다는 반증이어서, 한-미 양국의 ‘제재 예외·완화·해제 카드’ 구사 여부에 따라 정세의 진로가 달라질 전망이다.
이제훈 노지원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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