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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13 12:10 수정 : 2019.04.13 15:2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28일 열린 확대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종료되기에 앞서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짓고 있다. 자료사진

12일 최고인민회의 둘째날 ‘시정연설’

김정은 위원장, 대미 협상 전략 수정 예고
미뤄뒀던 ‘안전 담보 문제’도 병행 제기할 듯
대미 협상 태도, 원칙·강경쪽 선회 배제 못해
6·12공동성명 강조…“상호신뢰 구축이 비핵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28일 열린 확대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종료되기에 앞서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짓고 있다. 자료사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 무슨 제재 해제 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정상) 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12일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 회의 둘째날 시정연설을 통해 “미국이 제3차 조미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한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옳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라고 단서를 달고는 “올해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의 이런 대미 메시지는 ‘제재 해제’ 요구를 전면에 내세운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때의 대미 협상 전략에 수정을 가하겠다는 ‘예고’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과 하노이 2차 회담의 성격을 전혀 다르게 평가했다. 우선 1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물인 6·12공동성명을 “적대관계에 있던 조미 두 나라가 새로운 관계 역사를 써나간다는 것을 세상에 알린 역사적인 선언”이자 “새로운 조미관게 수립의 리정표”라고 높이 평가했다. 반면 하노이 2차 회담 때 미국의 접근법을 사실상 “선 무장해제, 후 제도전복 야망”이라 규정하고는, “기름으로 붙는 불을 진화해보겠다는 어리석고 위험한 행동”이라 비판했다. 그러고는 “하노이 조미 수뇌회담과 같은 수뇌회담이 재현되는 데 대하여서는 반갑지도 않고 할 의욕도 없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일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 회의 둘째날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 위원장의 이런 1·2차 북-미 정상회담 비교 평가엔 두가지 메시지가 담긴 듯하다. 첫째는 “상호 신뢰구축이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추동할 수 있다”며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을 약속한 6·12 공동성명의 기본정신으로 돌아가자는 호소다. 둘째는 앞으로 대미 협상 과정에서 ‘제재 해제’만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미국이 아직은 군사 분야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뒤로 미뤄둔 “안전 담보 문제”도 병행 제기하겠다는 의중이 담긴 듯하다. 앞서 하노이 회담 합의 무산 직후인 3월1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우리가 비핵화 조치를 취해나가는 데서 보다 중요한 문제는 안전담보 문제이지만 미국이 아직은 군사 분야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라 보고 부분적 제재 해제를 상응 조치로 제안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대목이 “우리와 미국과의 대치는 어차피 장기성을 띠게 되여있으며 적대세력들의 제재 또한 계속되게 될 것”이라는 내부 메시지다. 미국 쪽엔 “올해말까지”라는 시한 설정으로 ‘문제를 풀고 싶다면 시간을 끌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한편으론, 내부적으론 ‘장기전’에 대비하자고 호소한 셈이다. 김 위원장이 연설에서 밝힌 ‘시간 개념’이 다소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액면 그대로 ‘올해말’ 이후엔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기보다는, ‘시간은 미국 편이 아니다’라는 주장에 초점이 맞춰진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에 비춰보면, 앞으로 김 위원장의 대미 태도가 여태껏보다 더 원칙적이고 강경한 쪽으로 흐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로에 대한 신뢰와 호감, 대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고는 있지만, 협상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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