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매체의 비난에 이어 당국 차원으로 격식 높아져
“우리 군대의 대응도 불가피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
김정은 시정연설, 북한 대남라인 정비와 맞물려 주목
지지부진한 남북 협력사업에 대한 불만도 담겨 있는 듯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25일 한-미 연합 공중훈련을 ‘9·19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비난하며 향후 남북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 들어 북한 선전매체들이 한-미 연합훈련을 꾸준히 비난하긴 했지만, 이처럼 당국 차원에서 경고를 내놓기는 처음이다.
조평통은 이날 ‘남조선 당국의 배신적 행위는 북남관계를 더욱 위태로운 국면으로 떠밀게 될 것이다’라는 제목의 대변인 담화에서 한-미 연합 공중훈련에 대해 “북과 남이 확약한 군사분야 합의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행위”이라며 “남조선 당국이 미국과 함께 우리를 반대하는 군사적 도발 책동을 노골화하는 이상 그에 상응한 우리 군대의 대응도 불가피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평통 대변인 담화는 이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전문이 실렸다.
조평통은 군사적 대응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비난의 주체가 당국 차원으로 올라갔으나 “불가피하게 될 수 있다”는 식으로 경고의 수위를 조절한 흔적이 보인다. 조평통은 “우리가 그 어떤 대응조치를 취하든 남조선 당국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을 것이며 만일 그에 대해 시비질할 때는 문제가 더 복잡해지고 사태가 험악한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평통 대변인 담화는 이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전문이 실렸다.
한-미 공군은 지난 22일부터 한반도 상공에서 연합편대군 종합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해마다 진행했던 대규모 공중훈련 ‘맥스 선더’(Max Thunder)를 대체한 이 훈련에는 한국과 주한미군의 전투기 수십 대가 참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전력이 전개되지 않고, 전략무기도 참여하지 않는다. 국방부는 “우리 군은 9·19 남북 군사합의를 위반하지 않았으며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평통은 “남조선 당국이 간판이나 바꾸어 달고 ‘규모 축소’ 흉내를 피우며 아무리 오그랑수(술수)를 부려도 은폐된 적대행위의 침략적이며 공격적인 성격과 대결적 정체를 절대로 가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평통은 “우리는 앞에서는 ‘평화’와 ‘대화’를 운운하고 뒤에서는 여전히 동족을 반대하는 불장난질을 하는 남조선 당국의 추태를 예리한 눈초리로 주시하고 있다”고 거듭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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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략무기인 핵추진 항공모함 존 C. 스테니스호가 해군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키리졸브 한미연합훈련에 참가하는 존 C. 스테니스호(배수량 10만3천t)는 호넷(F/A-18) 전투기, 프라울러(EA-6B) 전자전기, 호크아이(E-2C) 조기경보기 등 항공기 80여대를 탑재하고 있다. 부산/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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