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17 13:41
수정 : 2019.06.17 13:41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
“한반도 허리 가르는 생태축
평화협정 뒤 보존 방안 없고
땅투기·막개발 광풍 우려돼”
독일 ‘분단현장’ 보존실패 교훈
장기적 안목 ‘문화유산화’ 강조
“비무장지대에 막개발 광풍이 불까봐, 평화협정 체결 이후가 걱정입니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상반기 남북관계가 교착상태라서 너무 먼 이야기같지만, 평화협정 체결 이후 비무장지대(DMZ)에서 벌어질 일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전문위원은 정부 관련 부처에 알아보니, 평화협정 뒤 각 분야별로 예상 가능한 상황에 대처할 시나리오가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14일 오후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강원 `철원 DMZ생태평화공원‘에서 개최한 `한겨레평화포럼-DMZ 평화적 이용 모색’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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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이 지난 14일 오후 한겨레통일화재단이 강원 `철원 DMZ생태평화공원‘에서 개최한 `한겨레평화포럼-DMZ 평화적 이용 모색’ 에서 강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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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위원의 설명을 들어보면, 앞으로 남북간 군사적 신뢰가 쌓이고 군비통제가 본격화되면 휴전선 근처에 밀집한 남북 공격전력의 후방 배치가 이뤄질 수 있다. 이 경우 군 부재 주둔지의 생태 환경복원, 민통선 이북 지역 공간 재배치 같은 후속 조처가 필요하다. 또 일제시대 땅 문서를 근거로 비무장지대 토지 소유권자들이 `내 땅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무더기로 낼 수도 있다.
그는 비무장지대,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일대에서 땅 투기, 막개발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정부, 공공기관이 이를 부추기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부터 중앙정부, 국책연구소, 지방정부에서 비무장지대를 개발하는 온갖 구상을 쏟아내고 있는데 `대규모 시설이나 공단을 만들겠다‘는 개발에 치우친 계획도 일부 있다고 했다. 서 위원은 비무장지대는 한반도 허리를 가르는 생태축으로 더 이상 축소와 훼손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무장지대의 미래를 생각할 때 독일의 경험을 깊이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서독 분단 당시 경계선이 1400㎞나 됐지만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뒤 지금은 그 흔적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독일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몇년 사이에 철조망과 군사시설을 대부분 걷어냈다.
독일은 동·서독 경계선이 20세기 냉전의 현장으로 세계사적 의미가 큰 문화유산임을 뒤늦게 깨닫고, 없애버린 것을 후회하고 있다. 서 위원은 “독일 사람들은 냉전체제가 무너지고 통일이 그렇게 빨리 될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해서 동·서독 경계선의 보전과 이용계획을 준비못했다. 우리는 긴 안목으로 비무장지대 보전과 관리 계획을 미리 세워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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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방한계선을 따라 이어진 철책선은 두겹의 이중 철책선으로 되어 있다. 철책선 바로 뒤로 순찰로가 이어져 있다. 서재철 위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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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구체적으로 `냉전의 길(장병 순찰로)’을 `DMZ 트레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비무장지대에는 남방한계선을 따라 동서 248㎞의 이중 철책선이 있고, 철책선 바로 뒤로 장병 순찰로가 있다. 1953년 7월 휴전 이후 지금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중무장한 국군 장병들이 이 길을 따라 순찰을 하고 있다. 이 길은 분단과 냉전의 역사 현장이다. 서 위원은 “비무장지대에 얼마나 많은 지뢰가 어디에 묻혀 있는지를 아무도 모른다. 이 순찰로를 그대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면서 안전한 비무장지대 활용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철원/글·사진 권혁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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