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10 03:28
수정 : 2019.07.10 22:32
이재봉 원광대 교수
트럼프 잘 활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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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왼쪽)과 이재봉 원광대학교 교수(수상자)가 9일 낮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린 한겨레통일문화상시상식에서 시상을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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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민주화의 죄인’으로 통일운동가의 길을 걸어온 터에 이렇게 상까지 받게 됐으니 죽을 때까지 평화와 통일을 위한 일을 절대 멈추지 않겠습니다.”
9일 제21회 한겨레통일문화상을 받은 이재봉 원광대 교수는 수상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이 교수는 평화학자 또는 통일운동가로서 “평화와 통일에 조그만 힘이나마 보태, 1980년대 초반 대학가에서 민주화 시위가 멈추지 않던 때 정치외교학과 학생 대표를 맡고서도 데모에 한번 참여하지 않은 죄를 씻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1996년 북한 식량 지원에 찬성하는 기고와 강연으로 통일운동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1996년 봄부터 원광대에 자리를 잡았는데, 그 무렵 북한 식량난이 널리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식량지원 운동이 전개됐다. <통일한국>이라는 월간지에서 대북식량지원을 반대하는 글을 써달라는 원고 청탁을 받았다. 이 교수는 ’굶어죽는다는 사람들에게 식량을 보내줘야지 왜 반대하느냐’고 했더니 그럼 찬성하는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나중에 잡지를 받아보니 식량지원에 대해 그는 지지하고 통일부 간부는 반대하는 주장을 펼쳤다. 그 글을 읽은 <전북종교인협의회> 대표의 부탁으로 전북지역 13개 시.군을 돌며 강연하기 시작했다. 김영삼 정부의 방해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2년 동안 약 5억원을 모아 북한에 식량을 보냈고, 이를 계기로 1998년 전라북도와 함경남도 자매결연을 추진하러 일주일간 평양을 방문했다.
1999년 6월 제1차 서해교전 뒤 전쟁에서 이겼다는 환호와 축제 분위기 속에서 이 교수는 ‘남이랑북이랑 더불어살기위한 통일운동’을 구상했다. 만에 하나 교전이 전면전으로 치닫게 되면 남쪽이나 북쪽이나 불바다가 되고 잿더미로 변할 것이란 생각으로, 북녘 실상을 바로 알리고 양쪽의 적개심을 줄여 전쟁 가능성을 단 1%라도 낮추겠다는 취지였다. 8월부터 매달 <남이랑북이랑>이라는 제목의 8쪽 유인물을 만들어 주변에 뿌렸다. 글을 읽고 동감하면 구독료 삼아 북한 돕기 성금으로 1천원씩 내달라는 호소를 곁들렸다. 돈 많은 한 사람이 1억원 내는 것보다 만 명이 만원씩 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지만, 평생회비 명목으로 10만원씩 내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2008년까지 10년 동안 1억원을 모아 대북 식량지원이나 수해복구, 평양 학용품공장 건립이나 개성 평화의 숲 가꾸기 등에 사용했다. .
이 교수는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 개념을 국내에 소개했다. 이는 이 교수의 은사이자 현대 평화학 창시자로 불리는 요한 갈퉁 교수의 가르침이다.
한반도 프로세스가 재가동될 때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는 관련국들이 지향해야할 푯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대전환시대가 열렸다. 이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더 큰 걸음을 내디디고 싶다”고 말했다. 1945년부터 지속한 73년짜리 분단체제가 허물어지기 시작했고, 1948년부터 유지된 70년짜리 북-미 적대관계가 풀리기 시작했고, 1953년부터 어정쩡하게 지켜져 온 65년짜리 정전체제가 무너지기 시작했고, 1993년부터 불거진 25년짜리 ‘북핵 문제’가 풀리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잘 활용하자고 강조했다. 지미(知美)를 바탕으로 친미나 반미를 넘어 용미(用美) 하자는 것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노벨평화상을 받고 내년 재선에 성공하는 두 가지 목표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며 “저는 노벨상 심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8월 이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전쟁을 끝내는 것으로 노벨상을 받고, 내년엔 한반도 비핵화 및 주한미군 철수를 대선에 이용하는 승부수를 띄우리라고 예상해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평화협정 체결을 자신의 평화통일운동의 당면목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권혁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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