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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11 21:52 수정 : 2019.07.11 22:17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12일,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 회의 둘째 날 시정연설을 하려고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은 <조선중앙텔레비전> 화면을 갈무리한 것이다. 연합뉴스

헌법 4월 개정…김일성의 ‘대안 사업체계’ 삭제
시장자율성 도입한 ‘사회주의기업책임제’ 명시
“국무위원장이 국가를 대표” 국가수반 공식화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12일,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 회의 둘째 날 시정연설을 하려고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은 <조선중앙텔레비전> 화면을 갈무리한 것이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4월 개정한 헌법에 당 우위의 전통적 경제관리 방식인 ‘대안의 사업체계’를 삭제하고, 생산 현장의 자율성을 높이며 ‘시장 요소’를 도입한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새로 명시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개혁적 요소’가 강화된 ‘김정은식 경제방식’이 헌법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아울러 개정 헌법에 국무위원장이 “국가를 대표”한다는 표현을 추가한 사실도 확인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가수반’임을 헌법 조항에 명문화해 공식화한 셈이다. 이번 개헌은 4월11일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 회의 때 이뤄졌으나 지금껏 전문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북쪽의 대외선전매체인 <내나라>가 11일 공개한 개정 ‘사회주의 헌법’ 전문(모두 171조)을 보면, 33조에서 “국가는 경제관리에서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실시하며 원가, 가격, 수익성과 같은 경제적 공간을 옳게 리용하도록 한다”고 돼 있다. 이는 기존 헌법의 “국가는 경제관리에서 대안의 사업체계의 요구에 맞게 독립채산제를 실시하며 원가, 가격, 수익성과 같은 경제적 공간을 옳게 리용하도록 한다”의 대체 조항이다. 핵심은 ‘국가 경제관리 방식’을 ‘대안의 사업체계’에서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로 바꾼 것이다. 아울러 개정 헌법은 경제 관리 운영에서 “내각의 역할을 결정적으로 높인다”(33조)는 표현을 새로 추가했다.

‘대안의 사업체계’는 고 김일성 주석이 1961년 12월 대안전기공장(남포시 대안구역)을 현지지도하며 지시한 것인데, 공장 관리·운영의 최종 권한과 책임을 ‘공장 당위원회’가 행사하는 경제관리 방식이다. ‘계획의 일원화·세부화’ 원칙과 함께 북한의 ‘당 우위 집단주의’ 경제관리 방식의 양대 축이다.

반면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는 김 위원장이 2011년 12월 집권 첫날부터 강조해왔으며 2016년 5월 조선노동당 7차 당대회 때 ‘우리식 경제관리 방법’의 하위 범주로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시장’을 ‘계획과 제도 안’으로 끌고 들어온 게 핵심인데, 예컨대 각 기업소는 국가가 하달한 생산계획만 채우면 수요에 맞춰 상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팔아 ‘자체 수입’을 올릴 수 있다. 개정 헌법은 32조에선 “실리를 보장하는 원칙을 확고히 견지한다”는 표현을 새로 추가해, 개별 경제 주체들이 자체적으로 지속가능성 확보에 나설 수 있는 헌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김 위원장이 각별히 강조해온 “전민과학기술인재화”도 40조에 새로 명시됐다. 대외무역에서 “신용을 지키고 무역구조를 개선하며”(36조)라는 문구도 추가됐다.

북한 경제전문가인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헌법에서 대안의 사업체계를 삭제하고 그 자리에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명시했다는 건 상징적으로든 실질적으로든 아주 큰 변화”라며 “김정은 위원장이 제재의 장기 지속에도 경제정책에서 개혁적 기조를 유지·강화하겠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아울러 개정 헌법 100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국가를 대표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령도자이다”라고 돼 있다. 기존 헌법 100조의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령도자이다”와 비교해 “국가를 대표하는”이라는 문구가 추가된 것이다. ‘국무위원장=국가수반’이라는 뜻이다.

다만 새로 고친 헌법(116조)에서도 기존 헌법(117조)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국가를 대표하며 다른 나라 사신의 신임장 소환장을 접수한다”는 조항을 그대로 뒀다. 개정 헌법에 따르면 ‘국가를 대표’하는 직책이 국무위원장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둘인 셈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명실상부한 국가수반이라면,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의전적 외교 등 제한된 영역에서만 ‘상징적 국가수반’ 노릇을 하는 현실을 헌법 조항에도 반영한 셈이다.

개정 헌법은 서문에서 기존 헌법 서문의 “선군정치” “선군사상”이란 표현은 삭제했지만, “정치사상강국, 핵보유국, 무적의 군사강국”이란 표현은 수정 없이 유지했다.

전직 고위관계자는 “이번 개정 헌법은 과도기 헌법”이라며 “미국과 협상이 최종 마무리되면 김정은 위원장이 염두에 둔 완성된 국가 형태가 헌법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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