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24 16:51
수정 : 2019.07.24 21:20
300t급 홍게잡이 러시아어선 속초→자루비노 이동 중 표류, 북 수역 진입
사전 통보 없어 북 당국 단속에 걸려 조사받고 있어
정부, 남북·한러 창구로 한국인 2명 안전 확보와 귀환 협의
개성공동사무소 북연락관 ‘알아보고 있다’는 반응만
기관 고장으로 표류하다 사전 통보 없이 북한 수역에 들어간 러시아 어선에 어업지도와 감독관 자격으로 타고 있던 한국인 2명이 북쪽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24일 전해졌다. 정부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남북 적십자 창구, 한국-러시아 외교 창구를 통해 한국인 2명의 신변안전과 조기 귀환에 필요한 협의를 하고 있다.
홍게잡이 어선인 러시아 선박 ‘시앙 하이 린’ 8호(300t급)가 16일 오후 7시 속초항을 떠나 러시아 자루비노항으로 향하다 기관 고장으로 표류 중 17일 동해 북한 수역에서 북쪽 당국에 단속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24일 통일부 당국자가 전했다. 이 어선엔 러시아 선원 15명과 어업지도와 감독관 자격으로 러시아 당국의 승인을 받은 50대와 60대 한국인 2명이 타고 있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주북 러시아 대사관의 영사가 현장에 나가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한국인 2명은 선박이 아닌 안전한 별도 숙소(호텔)에 머무르며 북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건강에도 이상이 없다고 알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러시아 어선이 필요한 사전 통보 없이 북한 수역에 진입한 점을 문제삼아 조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관 고장을 일으킨 러시아 어선의 상태에 따라 승선 인원의 귀한 시점과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며 “수리해 조기 출항이 가능하면 그렇게 할 것이고, 시간이 많이 걸리면 다른 방식으로 승선 인원만 먼저 귀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개성 공동사무소 창구를 통한 거듭된 문의에 북쪽 연락관은 ‘알아보고 있다’는 반응 말고는 뚜렷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제3국 어선에 탄 한국인이 북쪽 수역에 들어갔다가 단속돼 조사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10년 사이 한국 선박이 북쪽 수역 들어갔다가 조사를 받고 풀려난 사례가 2건이다. 2010년 10월 ‘55대승호’가 31일 만에, 2017년 10월 ‘391흥진호’가 7일 만에 무사 귀환했다.
앞서 정부는 18일 오후 개성 공동사무소 창구를 통해 북쪽에 ‘상황을 파악해 조속히 알려줄 것’을 요구한 데 이어 19일 오전엔 대한적십자사 회장이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장 앞으로 ‘한국인 2명의 무사귀환에 협조해달라’는 내용의 전화통지문을 보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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