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25 20:32
수정 : 2019.08.2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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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4일 새로 연구 개발한 초대형 방사포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로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25일 이 사진을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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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연합훈련 끝났는데도 발사 시험
김정은, “적대세력 위협 분쇄할 무기개발”
중앙통신 “제재해제-나라안전 안바꿔”
북-미협상 쉽게 응하지 않고 샅바싸움 이어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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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4일 새로 연구 개발한 초대형 방사포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로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25일 이 사진을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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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새로 연구개발한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지도하시였다”고 <노동신문>이 25일치 1~2면에 사진 18장을 곁들여 보도했다. 북쪽은 8월25일을 ‘선군(先軍)절’이라 부른다. 북쪽은 7월31일과 8월2일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 시험사격”을 했다고 밝혔는데,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은 처음이다. <노동신문>은 “세상에 없는 또 하나의 주체병기” “세계적인 최강의 우리식 초대형 방사포”라 자찬했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24일 북쪽이 함경남도 선덕 일대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미상의 발사체”를 두차례 동해 쪽으로 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24일 오전 8시30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어 “북한이 비난해온 한-미 연합 지휘소 훈련이 종료됐음에도 단거리 발사체를 계속 발사한 데 강한 우려”를 표하고 “긴장 고조 행동 중단”을 촉구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시험사격을 지도하며 “적대세력들의 가증되는 군사적 위협과 압박 공세를 제압·분쇄할 우리식의 전략전술적 무기 개발을 더욱 힘있게 다그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노동신문>은 보도했다. 신문은 “모든 전술기술적 특성들이 계획된 지표들에 정확히 도달했다는 것을 검증했다”며 “(김정은) 최고령도자 동지께서 기쁨을 금치 못하시였다”고 주장했다.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의 모습도 <노동신문>에 실린 시험사격 관련 사진에 포착됐다.
1900자 남짓한 <노동신문>의 보도문은, “이른 새벽 머나먼 날바다길을 달려”온 김 위원장의 헌신을 강조·추앙하고, “순전히 자기 머리로 착상·설계해 단번에 성공시킨” 젊은 국방과학자들에 대한 김 위원장의 극찬을 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 위원장은 “무엇보다 기쁜 것은 주체적 국방공업의 비약적 발전을 떠메고나갈 젊고 쟁쟁한 인재부대가 육성되고 있는 것”이라며 “천만금을 주고도 바꿀 수 없는 나라의 귀중한 보배이며 재부”라고 극찬했다. 이번 시험사격이 재래식 군사력 열세 만회를 위한 신무기 개발, 북-미 및 남북 관계 지지부진에 따른 내부 불만과 동요 다독이기 등을 염두에 둔 포석임을 방증한다.
보도문엔 김 위원장이 남쪽이나 미국을 직접 겨냥해 의견을 밝힌 내용이 없다. 다만 “3년 전 오늘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전략잠수함 탄도탄 수중시험발사에 성공하였다”는 김 위원장의 회고를 소개해, 2016년 8월24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사실을 환기했다.
이번 시험사격은 한-미 연합 지휘소 연습 종료(20일) 이후에 이뤄진 터라, 김 위원장이 친서에서 ‘한-미 훈련이 끝나면 발사도 멈출 것’이라 약속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10일)과 어긋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각) 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려고 백악관을 떠나기에 앞서 기자들한테 “우리는 단거리 미사일을 제한한 적이 없다”며, 김 위원장이 약속을 위반한 게 아니라고 말했다. 문제삼지 않겠다는 뜻이다.
시험사격은, “군사위협을 동반한 대화엔 흥미가 없다”(22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거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조미 협상의 앞길에 그늘만 던지는 훼방군”이라 비난하며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되여 있다”(23일 리용호 외무상 담화)는 따위 최근 북쪽 주장의 연장선에 있다. 북쪽은 24일 <조선중앙통신>으로 “우리가 제재 해제에 련련하지 않으며 그런 것과 나라의 전략적 안전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담긴 ‘개인 논평’을 내보냈다. 한-미가 조기 재개를 촉구해온 북-미 실무협상에 쉽사리 응하지 않으며,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의제 선점 샅바싸움을 한동안 이어갈 태세다. 협상도 대결도 아닌 어수선한 교착 국면의 지속이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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