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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08 19:42 수정 : 2019.09.08 21:02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미 국무부 제공

뉴스분석 l 북미 실무협상 재개 촉구

미 ‘주한미군 재조정’ 공개 발언
북 ‘9·9절’ 대미메시지 관심

주한미군 ‘전략적 재검토’ 언급하며
“트럼프 1년간 대북협상 전념” 예고
“실패 땐 한·일 핵무장 우려” 경고도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미 국무부 제공

북한의 집요한 물음에 미국이 나름의 ‘답변’을 내놨다.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의 6일(현지시각) 미시간대학 공개 강연이 그것이다. 비건 특별대표가 6월19일 애틀랜틱 카운슬 공개 강연 때 제안한 “유연한 접근”의 실물이 있긴 하냐는 북쪽의 의구심에, 80일 만의 공개 강연으로 넌지시 예시를 했다. 주한미군 문제에 대한 ‘전략적 재검토’ 가능성 불배제, “앞으로 1년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협상에 “전적으로 전념”하리라는 예고 따위가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비건 대표의 공개 강연 앞뒤로 “우리는 북한의 정권교체를 바라지 않는다”(4일 트럼프 대통령)거나 “모든 나라는 스스로를 방어할 주권을 갖는다”(6일 폼페이오 장관)고 강조했다. 지난달 한-미 연합 지휘소연습 앞뒤로 북쪽이 쏟아낸 불만과 반발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미국의 답신에 ‘당근책’만 있는 건 아니다. 비건 특별대표가 북-미 ‘핵협상’이 실패하면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에 나설 위험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현직 미 행정부 고위 인사의 ‘한·일 핵무장 우려’ 공개 언급은 전례 없는 일이다. 외교안보 분야 원로는 8일 “한·일의 극우 핵무장론자들이 환영할 무책임한 얘기”라고 비판했다.

최근 폼페이오 장관을 “미국 외교의 독초” “조미 협상의 훼방꾼”이라 비난(8월23일 리용호 외무상 담화)하거나, “미국과 대화에 대한 기대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면서도 “(미국이) 무슨 계산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지켜볼 것”(8월31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담화)이라고 주장해온 북쪽의 반응이 주목된다. 미국 쪽은 이달 중순께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기대·예상해왔다. 다만 미국 쪽이 여전히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 무산의 핵심 원인인 북쪽의 ‘제재 완화·해제’ 요구에 요지부동으로 부정적이고, 기존의 ‘비핵화 조처 먼저, 안전보장 상응조처 나중’ 접근법에서 본질적으로 벗어나지 않아 북쪽의 긍정적 반응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상대적으로 많다. 6월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구두합의했으나 지금껏 미뤄져온 북-미 실무협상이 조기 재개되기엔 걸림돌이 많다는 뜻이다.

트럼프·폼페이오 이어 비건도
북 불만에 우호 메시지 냈지만
선비핵화 접근법 벗어나지 못해

전문가 “긍정적 반응 기대 어려워”
핵협상 실패땐 한·일 핵무장 언급
전문가 “극우 환영할 무책임 발언”

비건 특별대표는 6일 모교인 미시간대에서 한 강연에서 “우리는 북한한테서 소식을 듣는 대로 북한과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며, 북-미 실무협상 조기 재개에 북쪽이 호응하기를 거듭 촉구했다. 그는 “이 순간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처는 외교관들의 협상 능력을 위태롭게 하는 적대 정책을 극복하고 협상의 리듬을 유지하려고 북한과 미국이 협력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과 북한이 대결로부터 불가역적으로 결별했음을 선언할 중대 조처들에 신속하게 합의할 수 있다”며 “(6·12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 2조에 명시한) 항구적 평화체제가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비핵화 상응조처로 주한미군 병력 감축이 가능하냐’는 물음에 “우리는 그것과 매우 떨어져 있다”고 단서를 달고는 “‘전쟁 준비 태세 유지와 훈련’에서 ‘지속적인 평화를 향한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역할’로의 전환에는 많은 전략적 재검토가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긴장완화는 우리의 병력이 더는 전쟁에 대비하려고 끊임없이 준비태세를 갖춰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부연했다.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추상적이고 조심스러운 표현을 썼지만 알짬은 비핵화 상응조처로 ‘주한미군 재조정’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재조정 문제는 한-미 동맹은 물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동북아 전략 지형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안이다. 미 행정부 현직 고위 인사의 이런 공개 언급은 매우 이례적으로 주목할 만하다.

아울러 비건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1년 동안 이러한 목표를 향한 중대 진전을 이루는 데 전적으로 전념하고 있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을 공유한다면, 그는 우리 팀이 이런 비전을 현실로 바꿀 준비가 돼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좀체 협상 재개를 결단하지 않는 김정은 위원장을 향해 대북 협상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집중력’과 ‘비건 팀’의 준비를 강조하며 ‘한번 믿어보라’는 호소를 한 셈이다. 전직 고위 관계자는 “비건 대표가 미국의 선의를 강조하지만 여전히 추상적”이라며 “북쪽을 움직이려면 크든 작든 손에 잡히는 구체적 제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건 대표가 듣기 좋은 소리만 한 건 아니다. 그는 “실패에는 결과가 따른다. 나는 국제사회가 이 일에 실패하면 북한이 아시아에서 마지막 핵보유국이 아닐 것이라는 (헨리) 키신저 박사의 말이 맞을까 우려된다”고 운을 뗐다. 그러고는 “일본이나 한국 같은 동맹들은 부분적으로 미국과 동맹 관계에 포함된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에 대한 신뢰로 핵무기 프로그램을 그만둔 것”이라며 “(북핵 협상이 실패한다면) 어떤 시점에 한국이나 일본, 다른 아시아 나라에서 그들 스스로의 핵능력을 재고할 필요가 있는지를 묻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북핵 협상 실패가 동아시아의 ‘핵도미노’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경고다.

비건 대표는 대북 협상에 소극적인 미국의 전·현직 고위 관리와 전문가는 물론 북한과 중국을 겨냥해 협상 집중력·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압박 차원에서 이런 민감한 화두를 던졌으리라 추정된다. 하지만 이미 한·일 양국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극우 중심의 ‘핵무장’ 주장에 불쏘시개가 될 수 있어 매우 무책임하고 위험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확장억제’란 미국이 동맹국에 핵우산, 재래식 무기, 미사일방어망 등을 동원해 본토처럼 동맹국을 방어한다는 뜻으로, 한-미 및 미-일 동맹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등에 적용돼왔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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