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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27 18:59 수정 : 2019.10.30 08:25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맨 앞)이 현대화 공사가 진행 중인 묘향산 의료기구 공장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텔레비전>이 27일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공사 결함을 지적한 뒤 “당중앙위원회 일꾼들이 나와 손발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조선중앙티브이 연합뉴스

김영철, 아태평화위원장 자격 담화
“미, 정상간 개인적 친분 내세워
올해 넘기려 한다면 어리석은 망상”
연말 시한 ‘새로운 셈법’ 압박·경고

하노이 노딜 뒤 협상 배제 분석 속
김, 완전 손떼지 않고 역할 하는 듯
“전면에 나설 가능성 낮아” 관측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맨 앞)이 현대화 공사가 진행 중인 묘향산 의료기구 공장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텔레비전>이 27일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공사 결함을 지적한 뒤 “당중앙위원회 일꾼들이 나와 손발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조선중앙티브이 연합뉴스

“미국이 자기 대통령과 우리 국무위원장의 개인적 친분관계를 내세워 시간끌기를 하며 이해 말을 무난히 넘겨보려 생각한다면 어리석은 망상”이라고 주장하는 김영철 북한 조선노동당 부위원장의 담화가 나왔다.

김 부위원장은 27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위원장’ 자격으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미국이 셈법 전환과 관련한 우리의 요구에 부응하기는커녕 이전보다 더 교활하고 악랄한 방법으로 우리를 고립말살하려 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담화는 “조미관계가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형성된 친분관계 덕분”이라면서도 “조미 수뇌(정상)들 사이의 친분관계는 결코 민심을 외면할 수 없으며 조미관계 악화를 방지하거나 보상하기 위한 담보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정은 위원장도 “민심을 외면할 수 없다”는 주장이 눈에 띈다.

특히 담화는 “모든 것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라며 “나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벗도 없다는 외교적 명구가, 영원한 적은 있어도 영원한 친구는 없다는 격언으로 바뀌지 않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내용만 따지면 이번 담화는 김정은 위원장이 4월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이른바 ‘새로운 셈법’) 마련을 전제로 “올해 말까지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 밝힌 ‘연말 시한’의 재확인이다. “우리는 미국이 어떻게 이번 연말을 지혜롭게 넘기는가를 보고 싶다”던 24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 담화’와 표현 방식만 다를 뿐 사실상 같은 대미 신호를 담고 있다.

‘김계관 담화’가 “의지가 있으면 길은 열리기 마련”이라며 김 위원장의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호소’에 힘을 실었다면, ‘김영철 담화’는 “모든 것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라며 ‘압박·경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 정도가 다르다.

더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발표 주체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 무산 이후 대미 협상에서 ‘배제’됐다는 평가가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이번 담화는 김 부위원장이 대미 협상 일선에선 물러났지만 완전히 손을 떼지는 않았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노이 북-미 2차 정상회담 전인 지난 1월20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한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하고 있는 김영철 조선노동당 부위원장 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워싱턴/연합뉴스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 협상의 고빗길에서 ‘김영철’ 이름의 담화를 낸 배경과 의도에 주목해야 하는 까닭이다. 하노이 회담 이후 새로운 북-미 공식 협상틀인 외무성-국무부 소통 창구가 원만히 작동하지 않아온 터라, 두차례 북-미 정상회담과 세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일군 ‘서훈(국가정보원장)-김영철-마이크 폼페이오(국무장관) 삼각 소통 창구’의 물밑 재가동을 시야에 둔 포석이 아닌지 앞으로 움직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담화 발표 직책으로 명기된 아태평화위원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김 부위원장이 두차례 방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을 때 사용한 직책명이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김영철 담화’는 ‘김계관 담화’와 같은 맥락”이라며 “원로들이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을 수 있다는 방증”이라고 짚었다. 전직 고위관계자는 “‘김영철 담화’를 낸 김정은 위원장의 의도를 단정할 수 없지만, 우리로선 대안을 마련해 ‘서훈-김영철-폼페이오 창구’의 재가동을 타진해볼 기회의 창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이번 담화를 계기로 김영철 부위원장이 하노이 합의 무산 이전처럼 대미 협상의 전면에 다시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한편, 김정은 위원장은 묘향산의료기구공장을 찾아 “당중앙위원회 일군들이 자신과 손발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심각히 비판하시였다”고 <노동신문>이 이날치 1면에 보도했다. 지난해 8월 이 공장 현지지도 때 “마구간을 방불케 한다”고 맹비난했던 김 위원장은 14개월 만의 이번 방문에선 “개건현대화 공사가 당 구상대로 진행돼 공장의 면모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면서도 “세부적으로 일부 결함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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