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19 08:30
수정 : 2019.11.19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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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20일 백악관을 예방한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한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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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새벽 ‘적대시정책 철회 먼저’ 요구 대미 ‘담화’
“신뢰구축, 안전·발전 저해 위협 제거 뒤 비핵화 문제 논의”
한미 연합공중훈련 연기 염두 “시간벌기 교활 책동”
“미국 대통령 자랑 치적들에 해당한 값 받을 것” 미국 추가 조처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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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20일 백악관을 예방한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한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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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미국은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철회하기 전에는 비핵화 협상에 대하여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철 아태평화위원장은 미국 시각에 맞춰 19일 이른 새벽 <조선중앙통신>으로 공개한 ‘담화’에서 “비핵화 협상의 틀거리 내에서 조미관계 개선과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문제들을 토의하는 것이 아니라 조미 사이에 신뢰구축이 먼저 선행되고 우리의 안전과 발전을 저해하는 온갖 위협들이 깨끗이 제거된 다음에야 비핵화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담화는 논리상 ‘적대시 정책 철회 먼저’를 미국에 요구하는 셈이다. 북-미 양쪽의 ‘동시 행동’이 아니라 이렇게 명확하게 ‘적대시 정책 철회 먼저’를 명확하게 앞세운 건 최근엔 없던 일이다.
다만 담화는 “비핵화 문제 논의”에 앞선 “조미 사이 신뢰구축 선행”을 강조해, 6·12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의 범위를 벗어나진 않았다.
김영철 위원장은 “우리는 바쁠 것이 없으며 지금처럼 잔꾀를 부리고 있는 미국과 마주앉을 생각이 전혀 없다”며 “이제는 미국 대통령이 1년도 퍽 넘게 자부하며 말끝마다 자랑해온 치적들에 대해 조목조목 해당한 값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재 완화·해제를 포함한 미국의 ‘추가 상응조처’를 이끌어내겠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한-미 연합공중훈련 연기를 발표(17일)하며 '선의 조치', '상응한 성의'를 언급한 대목을 겨냥해 “합동군사연습이 연기된다고 하여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며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미국에 요구하는 것은 남조선과의 합동군사연습에서 빠지든가 연습 자체를 완전히 중지하라는 것”이라고 지난 14일 자기 명의 담화 때의 핵심 주장을 되풀이했다.
앞서 에스퍼 장관은 한-미 연합훈련 연기 조처를 “외교적 노력과 평화를 촉진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선의의 조처”라 강조하며, 북쪽에 “상응하는 성의”를 촉구했다. 김영철 위원장은 담화에서 “미국이 조미대화에 관심이 있다면 어째서 대화 상대방인 우리를 모독하고 압살하기 위한 반공화국 ‘인권’ 소동과 제재 압박에 그처럼 악을 쓰고 달라붙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러고는 “미국이 적대적 야심을 버리지 않고 연말연시를 앞둔 지금의 바쁜 고비를 넘기기 위해 시간벌이만 추구하며 교활하게 책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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