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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사무총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가운데)이 14일 오후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주한 명예영사단 월례 오찬모임에 밝은 표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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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아시아 차례…미·영은 동유럽 선호
미국 편중된 한국 외교 지평 확대 시험틀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은 ‘한국 외교의 세계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성공’ 을 점치긴 이르다. 그러나 지금까지 상임이사국 등을 접촉한 ‘감’으로는 “해볼만하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말이다.한국 외교의 지평확대 의미=‘세계의 시이오(최고경영자)’로 불리는 유엔 사무총장은 미국 대통령만큼 언론 노출 빈도가 높다. 권위는 교황에 비견된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불가능한 직업’으로 불리기도 한다. 강대국 중심의 힘의 논리가 횡행하는 국제무대에서 유엔 사무총장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이토록 복잡다단한 고차원 외교 직무에 한국의 외교관이 공식 도전했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 외교의 지평 확대를 의미한다.
한국 외교는 ‘미국에 치우친, 편향 외교’라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유엔 사무총장은 어떤 정부나 기구의 영향도 받지 않는 ‘국제공무원’이다. ‘정직한 중재자’로서 불편부당함이 생명이다.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의 꿈이 현실이 된다면, 무엇보다 한국 외교의 균형감각을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의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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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유엔 사무총장은 대체로 약소국 또는 중립성향 국가 출신이 맡아왔다. 냉전의 최전선이었던 분단국 출신은 약점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그건 냉전시대의 관점”이라며 “유엔 개혁을 이끌 능력과 청렴함이 차기 유엔 사무총장에 요구되는 핵심 자질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빈곤과 분단을 딛고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짧은 시간에 이룬 ‘국제적 성공사례’라는 점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핵 문제도 마찬가지다. 6자회담을 통한 해결 전망은 한국의 외교역량에 대한 높은 평가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반 장관의 유엔 입성은 분단의 극복 가능성을 세계가 평가해준다는 의미도 된다.
적절한 장관직 사퇴시기 고민=북핵 문제, 한-미동맹 조정 등 예민한 외교현안이 많은 현실을 고려할 때, 유엔 사무총장 후보가 외교통상부 장관직을 겸하는 게 적절한지 논란이 될 수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매우 ‘민감한 문제’임을 인정했다. 벌써 시민사회운동 쪽에선 반 장관이 장관직을 내놔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도 그 ‘적절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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