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 신약’ 가격 낮출 새 방안
다국적 제약사 반발에 서랍속
지난해 10월 미국과의 한-미 통상현안 점검회의를 비롯해 그동안 한-미 마찰이 있었던 의약품 통상 현안 가운데 하나가 ‘약값 재평가’ 방식이다. 약값 재평가는 최초 보험 약값이 결정된 뒤 값 산정 조건 변화에 따라 이를 반영해 적정 수준의 약값을 유지하는 제도로, 2002년 처음으로 도입됐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약값 재평가로, 전체 1만2천여 품목 가운데 22.4%에 이르는 2732품목에 대해 평균 7.2%의 약값을 내렸다. 그 결과 588억원의 보험 재정을 절감한 바 있다. 지난해에도 약값 재평가를 실시해 1447품목에 평균 10.8%의 약값을 이달 1일부터 내렸으며, 591억원 정도를 절감할 것으로 복지부는 내다보고 있다.
이번에 미국과 논란을 빚고 있는 부분은 주로 다국적 제약회사가 만드는 ‘혁신적 신약’에 대한 약값 재평가 방식이다. 예를 들면 ‘글리벡’ 등과 같은 혁신적 신약에 대해서 우리나라는 현재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일본, 독일 등 7개 나라의 공장도 가격의 평균치, 부가가치세, 유통가격 등을 고려해 최초 약값을 결정하고 있다. 대략 7개국의 평균 값의 70%선에서 결정되고 있다.
11% 인하로 590억 절감효과
2002~2003년 글리벡 값 결정과 관련해 백혈병환우회 관련 시민단체들은 “혁신적 신약 값 결정 때 비교 대상 국가들이 미국, 영국 등으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은 경제적 수준을 가진 국가들”이라며 “이런 결정 방식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혁신적 신약 역시 재평가 대상이 되는데, 이와 관련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지난해 기존과 다른 재평가 방안에 대해 연구했다. 기존에는 7개국에서 값 변동이 생겨 우리나라가 참고하는 값이 떨어지더라도 우리나라 값보다 높으면 해당 값은 변동이 없었다. 예를 들면, 평균 값이 100원이었고 우리나라 약값이 80원이었는데, 7개국 평균 값 등이 90원으로 떨어져도 우리나라 값은 변동이 없는 것이다. 새로운 방안은 평균 값 등 참고 약값이 10% 떨어졌으므로, 우리나라 약값도 10%는 떨어뜨려야 하는 것이었다.
선진 7개국 하락비율 반영 추진
또 다른 방안은 만약 7개국 참고 약값 인하율이 매우 크다면 이를 우리나라 값에도 그대로 반영하자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참고 약값이 100원이고 우리나라 값이 90원인 상황에서, 참고 값이 80원으로 떨어졌으면, 우리나라 값은 이전에는 80원까지만 떨어졌다. 하지만 새로운 방안은 참고 값 인하율이 20%이므로 우리나라 값도 이를 반영해 90원에 20% 떨어뜨린 72원으로 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미국의 통상 압력으로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포기했다면, 약품에 따라서는 국민들이 좀더 싸게 약을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함기철 심평원 약가재평가부 차장은 “지난해 구체적인 약값 재평가 방안을 마련할 계획으로 공청회까지 열었지만 국내외 제약업계의 반대가 심해 곧바로 추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8월17일 심평원 2005년 사업 계획 일환으로 검토한 약값 재평가 검토 보고서를 제출받은 것으로 확인했다”며 “그러나 해당 보고서를 정책화시키기 위해 내부에서 검토나 논의 절차를 거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1월에도 약값 재평가를 통해 약값을 인하한 바 있고, 지금도 약값 정책 합리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미국의 통상 압력에 따라 약값 재평가 제도 개정을 중단한 것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김양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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