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통일 “북 판단 상당히 문제” ‘금융제재 해제·6자회담 복귀 연계’ 비판 ‘남북관계에서 활로를 찾겠다.’ 이종석 통일부장관이 5일 조찬 강연에서 던진 핵심 메시지다. 이 장관은 통일교육협의회가 서울 홀리데이인서울호텔에서 마련한 강연에서 “상황이 불투명해 보일 때일수록 남북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그래야 북핵 문제에서 어떤 해법이 나오든 대한민국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폐문제를 둘러싼 북-미간 갈등으로 6자회담이 5개월째 겉돌고 있는 ‘미묘한 정세’ 속에서 남북관계 진전을 상황 관리의 안전판이자 활로 모색의 디딤돌로 삼겠다는 인식이다. 요즘 들어 이 장관뿐 아니라, 외교안보 분야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자주 입에 올리는 얘기다. 이 장관은 “핵문제는 호흡이 길다”는 말로,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지구전’을 준비할 필요성을 에둘러 강조했다. 그는 “북핵 문제가 해결된다고 평화체제가 구축되는 건 아니다. 남북한 군사적 긴장 완화 문제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로서는 남북간 군사적 긴장완화 조처 또한 핵문제 못지 않게 중요하며, 핵문제 해결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말 열릴 예정이었다가 북쪽 요구에 따라 4월로 늦춰진 18차 장관급회담의 조기 재개 문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해 “전체적으로 남북관계는 안정적”이라고 말하면서도, 남북관계 진전 노력의 핵심 축인 장관급회담 전망이 ‘곧 열릴 것’이라는 언급은 일체 하지 않았다. 이 장관은 애써 온건한 표현을 썼지만 북한과 미국 모두에 ‘쓴 소리’를 했다. 그는 북쪽이 미국의 금융제재 해제를 6자회담 복귀의 전제조건화하고 있는 것에 대해, “과연 그게 현명한 판단인지 고민해봐야 한다”며 “북쪽의 자기판단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미국 쪽에 대해서는 “북핵 문제의 중요성을 더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그는 “미국은 여러 생각이 교차하고 있으나 하나로 모아지지 않은 상태”라며 “다만 미국이 북한체제 전복을 위한 정책으로 바뀌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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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갯속 6자회담 두장면 |
“금융제재 김정일체제 돈줄 옥죄”
미 재무차관 “전세계적 효과”…조기 종결 가능성 배제
스튜어트 레비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차관은 4일(현지시간) 상원 금융위원회의 돈세탁·테러리즘 청문회에서 “북한 불법행위에 대한 우리 대응의 결과로, 많은 책임있는 사법기관과 금융기관들이 북한 기업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등의 조처를 취했다”며 “우리의 대응은 전세계적으로 파급효과를 미쳐 김정일 체제로 들어가는 부정한 돈의 흐름을 옥죄고 있다”고 밝혔다.
레비 차관은 이날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에 대한 최종 조처가 언제 취해질지에 대해 “기록을 조사하고 마카오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정보를 더 얻을 필요가 있다”고 말해, 이 문제가 조기에 종결될 가능성을 배제했다. 그는 방코델타아시아에 대한 ‘돈세탁 우려대상’ 지정을 철회할 가능성에 대해선, “이론적으론 철회할 수도 있고, 최종 조처가 취해질 수도 있다. 또 한동안 이대로 그냥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관보 게재 뒤 아무런 공식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해서도 그는, “제재 조처까지 가는 데 긴 시간이 걸리는 건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방코델타아시아를 돈세탁 우려대상 은행으로 관보에 게재한 상태를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또 미국이 방어적 조처의 명분을 유지하면서 실질적인 제재효과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구태여 추가 조처를 취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레비 차관은 미국의 대북 금융조처에 한국과 중국이 얼마나 협력하느냐는 질문에, “한국과 중국은 꽤 협조적이다. 그들은 이 문제(북한 위폐문제)가 우리 금융체제에 위협일 뿐 아니라 국제 금융체제에도 위협이 되리란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그는 북한이 수퍼노트를 제작한 것으로 보고 있는 정황증거를 밝히기도 했다. 레비 차관은 “‘수퍼노트’라 불리는 북한의 100달러 위폐의 품질은 매우 높다. 우리가 (지폐 위조방지를 위한) 안전장치를 개선하면 북한은 곧바로 그걸 따라왔다. 우리가 1파운드에 800~900달러 하는 잉크의 독점사용권을 큰 돈을 들여 샀더니 북한 역시 똑같은 잉크를 샀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이 통일 “북 판단 상당히 문제” ‘금융제재 해제·6자회담 복귀 연계’ 비판 ‘남북관계에서 활로를 찾겠다.’ 이종석 통일부장관이 5일 조찬 강연에서 던진 핵심 메시지다. 이 장관은 통일교육협의회가 서울 홀리데이인서울호텔에서 마련한 강연에서 “상황이 불투명해 보일 때일수록 남북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그래야 북핵 문제에서 어떤 해법이 나오든 대한민국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폐문제를 둘러싼 북-미간 갈등으로 6자회담이 5개월째 겉돌고 있는 ‘미묘한 정세’ 속에서 남북관계 진전을 상황 관리의 안전판이자 활로 모색의 디딤돌로 삼겠다는 인식이다. 요즘 들어 이 장관뿐 아니라, 외교안보 분야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자주 입에 올리는 얘기다. 이 장관은 “핵문제는 호흡이 길다”는 말로,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지구전’을 준비할 필요성을 에둘러 강조했다. 그는 “북핵 문제가 해결된다고 평화체제가 구축되는 건 아니다. 남북한 군사적 긴장 완화 문제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로서는 남북간 군사적 긴장완화 조처 또한 핵문제 못지 않게 중요하며, 핵문제 해결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말 열릴 예정이었다가 북쪽 요구에 따라 4월로 늦춰진 18차 장관급회담의 조기 재개 문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해 “전체적으로 남북관계는 안정적”이라고 말하면서도, 남북관계 진전 노력의 핵심 축인 장관급회담 전망이 ‘곧 열릴 것’이라는 언급은 일체 하지 않았다. 이 장관은 애써 온건한 표현을 썼지만 북한과 미국 모두에 ‘쓴 소리’를 했다. 그는 북쪽이 미국의 금융제재 해제를 6자회담 복귀의 전제조건화하고 있는 것에 대해, “과연 그게 현명한 판단인지 고민해봐야 한다”며 “북쪽의 자기판단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미국 쪽에 대해서는 “북핵 문제의 중요성을 더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그는 “미국은 여러 생각이 교차하고 있으나 하나로 모아지지 않은 상태”라며 “다만 미국이 북한체제 전복을 위한 정책으로 바뀌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이 통일 “북 판단 상당히 문제” ‘금융제재 해제·6자회담 복귀 연계’ 비판 ‘남북관계에서 활로를 찾겠다.’ 이종석 통일부장관이 5일 조찬 강연에서 던진 핵심 메시지다. 이 장관은 통일교육협의회가 서울 홀리데이인서울호텔에서 마련한 강연에서 “상황이 불투명해 보일 때일수록 남북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그래야 북핵 문제에서 어떤 해법이 나오든 대한민국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폐문제를 둘러싼 북-미간 갈등으로 6자회담이 5개월째 겉돌고 있는 ‘미묘한 정세’ 속에서 남북관계 진전을 상황 관리의 안전판이자 활로 모색의 디딤돌로 삼겠다는 인식이다. 요즘 들어 이 장관뿐 아니라, 외교안보 분야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자주 입에 올리는 얘기다. 이 장관은 “핵문제는 호흡이 길다”는 말로,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지구전’을 준비할 필요성을 에둘러 강조했다. 그는 “북핵 문제가 해결된다고 평화체제가 구축되는 건 아니다. 남북한 군사적 긴장 완화 문제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로서는 남북간 군사적 긴장완화 조처 또한 핵문제 못지 않게 중요하며, 핵문제 해결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말 열릴 예정이었다가 북쪽 요구에 따라 4월로 늦춰진 18차 장관급회담의 조기 재개 문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해 “전체적으로 남북관계는 안정적”이라고 말하면서도, 남북관계 진전 노력의 핵심 축인 장관급회담 전망이 ‘곧 열릴 것’이라는 언급은 일체 하지 않았다. 이 장관은 애써 온건한 표현을 썼지만 북한과 미국 모두에 ‘쓴 소리’를 했다. 그는 북쪽이 미국의 금융제재 해제를 6자회담 복귀의 전제조건화하고 있는 것에 대해, “과연 그게 현명한 판단인지 고민해봐야 한다”며 “북쪽의 자기판단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미국 쪽에 대해서는 “북핵 문제의 중요성을 더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그는 “미국은 여러 생각이 교차하고 있으나 하나로 모아지지 않은 상태”라며 “다만 미국이 북한체제 전복을 위한 정책으로 바뀌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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