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주체 파악후 대응수위 결정
정부 당국은 6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관방장관이 일본 외무성의 내부 보고서와 관련한 언론보도의 사실관계를 확인해 달라는 한국 정부의 요청을 일축하자 후속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아베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런 보고서의 내용과 존재에 대해 일일이 밝히지 않는게 국제적 상식"이라며 한국 정부의 확인요구를 묵살했다. 앞서 정부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레임덕을 피하기 위해 임기 중 반일 강경론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등 한국의 대일 외교정책을 폄하하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의 존재가 전날 언론에 보도되자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이 직접 나서 강력히 성토하고 주한 일본 공사를 불러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다. 정부는 일본 정부의 확인 거부를 어느정도 예상했던 만큼 차분하게 후속 대응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아베 장관의 반응이 나온 직후 "일본 정부의 대변인인 관방장관의 발언인 만큼 공식적인 일본 정부의 입장이라고 보고 있으며 우리가 예상했던 수준의 반응"이라면서 "담당 부서에 대응책 마련을 지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일단은 좀 두고 보자"며 "대응방안은 협의를 해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정부는 일본 정부가 보고서 존재에 대한 확인을 거부했지만 문서의 사진과 세세한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일본측이 문서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실제로 관련 문서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 외교장관이 전날 내외신 정례 브리핑에서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하는 등 강한 유감을 표명했던 만큼 정부는 일본측의 `노코멘트' 반응에 대해서도 적절한 수위의 대응을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문제가 된 문건이 일본 외무성의 내부 보고서로, 일본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나 행동이 아닌 `현실인식'에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대응수위를 정하는 것이 간단치 않아 보인다. 이번 보고서 문제는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나 최근 문부과학성의 교과서 검정 등 일본 정부의 잘못된 인식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겨진 경우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주일 한국대사관 등을 통해 문건의 작성 주체 등을 파악해 문서작성 의도 등을 면밀하게 분석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문제의 문서가 정식 외교관이 아닌 하급 직위의 전문가들이 작성하고 결재과정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이라는 설도 있는 만큼 어느 정도 권위를 둘 수 있는 문건인지를 먼저 분석한 뒤 대응수위를 정한다는 복안이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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