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야치 차관 편에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고이즈미 총리의 친서를 맡기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결국 유보됐다고 전했다. ◇ 아베 야치 차관을 전화로 진두지휘 = 야치 차관의 한국 파견을 최종 결정한 인물은 아베 신조 관방장관이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뿐만 아니라 아베 장관은 야치 차관의 협의를 국제전화로 진두지휘했다. 22일 낮. 야치 차관이 교착상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협의 중간보고를 아베 장관에게 보고했다. 그러자 아베 장관은 "(해저지명 국제공인 저지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다. 합의에 이것이 들어가지 않으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일본으로 돌아와도 좋다"고 주문했다. 이에 야치 차관은 "해양조사의 연기가 아닌 중지를 명언하는 쪽으로 양보하겠다. 여기에도 한국이 응하지 않으면 돌아간다"며 한국측에 국제공인 등재계획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유명환 외교통상부 제1차관은 "해저지명 제안은 한국의 권리"라며 꿈쩍하지 않았다. 결국 한국이 6월 독일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서는 지명을 제안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야치 차관이 확인"하고 이를 공표하는 것에 한국측이 "마음대로 하라"고 허락함으로써 타결이 이뤄졌다고 요미우리 신문은 전했다. 일본 외무성 소식통은 "합의 2시간 직전에까지 결렬을 전제했으며 22일 중 야치차관 등이 일본에 돌아올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아베 장관과 아소 외상은 야치 차관에게 적어도 '한국측이 6월에 해저지명 제안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문서로 확약받을 것을 당부했고 합의 결과 일본의 뜻이 반영됐다고 산케이 신문은 보도했다. ◇ 청와대와 일본 총리실 '신경전' =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일본의 탐사계획을 둘라싼 대립이 악화된 배경에는 최근 양국 관계의 냉각에 따라 조바심을 치고 있었던 일본 총리관저와 한국 청와대의 신경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아베 장관이 야치 차관을 파견토록 결정한 것은 그가 청와대의 의중을 읽고 있는 이종석 통일부장관과 가까운 점이 한몫 했으며 야치 차관은 차관협의에서 "일본과의 충돌도 불사한다"는 외교당국 배후의 청와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22일 최종 협의 국면에서는 총리 관저로부터 "이제 그만 결론을 내라"는 지시가 야치 차관에게 전달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한편 아사히 신문은 연초 해상보안청과 외무성이 총리 관저에 한국측의 '해저지명 등재' 계획에 관해 보고했으나 총리관저측은 이 일의 '정치적 파장'을 별로 고려하지 않았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사무적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여서 총리 관저가 관여할 일이 아니어다"고 회고했다. 4월 탐사개시를 결정한 것도 오는 6월 21일 독일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의 일정으로부터 사무적으로 역산된 것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 일 해상보안청 장관 '실력행사 회피 전화 검토 = 일본측은 협의가 결렬돼 탐사선 출항을 강행했을 때 해상보안청의 무장순시선을 함께 출항시키지 않고 측량선만 단독 파견, 정면 충돌을 모면한다는 복안이었다. 그럼으로써 나포도 불사한다는 한국 정부의 대처가 국제적으로 '과잉반응'이라는 인상을 심기위한 속셈에서였다. 일각에서는 해상보안청 순시선을 근해에 배치, 만일의 사태시 지원하는 방안도 제기했으나 자칫 한국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특히 긴급사태가 발생할 경우 일본의 해상보안청 장관이 한국 해양경찰청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실력행사'를 가급적 피할 것을 요청하는 안까지 일본 정부가 검토했었다고 아사히 신문은 전했다. http://blog.yonhapnews.co.kr/shin17 신지홍 특파원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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