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4.23 19:22
수정 : 2006.04.23 19:25
긴박했던 외무차관 회담
“지명포기 문서 확약” “한국의 권리” 끝까지 팽팽
일본의 독도 근해 수로측량 계획이 불러온 한-일 갈등을 정치적으로 타결하려던 21~22일 한-일 외무차관 회담은 두 번 죽었다 살아났다.유명환 외교통상부 제1차관과 야치 쇼타로 외무성 사무차관은 21일 자정 무렵까지 머리를 맞대고도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그럼에도 결렬될 것으로 보는 이는 없었다. 그러나 다음날 오전 9시30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속개된 회담 분위기는 심각했다.
양쪽은 6월 독일에서 열릴 국제수로기구 해저지명소위원회에 한국식 명칭의 등록을 신청하는 문제를 놓고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일본은 “완전한 포기”를 촉구한 반면, 한국은 “시기는 조절할 수 있지만, 권리 포기는 없다”고 맞받았다. 한국 정부는 이날 오후 3시30분께 절충의 여지가 없다는 판단 아래, 오후 5시 유 차관의 공식 브리핑을 통해 ‘결렬’을 선언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틀간의 협의를 마무리하는 종결발언 시간에 유 차관이 협의 결렬에 유감을 표하자, 야치 차관이 추가 협의를 제의했다. 이어 유 차관과 야치 차관이 대부분의 배석자를 물리친 채 2시간 남짓 추가 협의를 했지만, 역시 접점을 찾지 못했다.
오후 6시30분께 유 차관이 언론에 최종 결렬 사실을 전하려고 호텔 지하주차장까지 내려왔을 때, 야치 차관이 ‘최종 담판’을 다시 제의했다. 이로부터 한시간 뒤인 저녁 7시25분께 외교통상부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에 타결 소식이 전해졌다.
일본 언론 보도를 보면, 이번 사태를 주도한 아베 신조 일본 관방장관은 애초 야치 사무차관의 방한을 결정하며, 한국 쪽 해저지명 제안의 ‘연기가 아닌 포기, 문서 확약’을 받아내도록 지시했다. 실제 야치 차관이 22일 오후 ‘6월 회의에 해저지형의 한국명을 제안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합의에 포함시키기를 한국 쪽이 거부했다’고 보고하자, 아베 장관은 “이것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다. 이것이 포함되지 않으면 자리를 박차고 일본으로 돌아와도 좋다”고 지시했다. 그러나 유 차관은 “해저지명 제안은 한국의 권리”라며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이 문제와 관련한 한국의 권리 포기에 대한 문서화 없이 서로 편의적으로 해석하는 방식으로 절충점을 찾았다. 한국은 “우리의 정당한 권리인 해저지명 등록을 앞으로 필요한 준비를 거쳐 적절한 시기에 추진하기로 했다”고 원칙적 방침을 밝히는 대신, 일본이 “한국이 6월 신청 계획을 포기했다”고 따로 발표하는 걸 ‘묵인’했다.
이제훈 기자, 도쿄/박중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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