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을 계기로 한.UAE 관계가 '에너지.자원 협력'에서 교역.투자.건설.플랜트.IT(정보기술) 등 '전면적 협력'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UAE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제2위 원유공급국이고, 제3위의 LPG 공급국이라는 점에서 지난 1980년 수교 이후 한.UAE 양국 사이의 관심은 에너지.자원 분야에 초점이 맞춰 있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UAE는 한국의 중동지역 최대 수출시장이며, 지난해 양국간 교역량이 사상 최초로 100억달러를 돌파, 127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한국의 제2위 중동지역 교역대상국에 속한다.
또한 UAE는 중동지역 개혁.개방의 선두주자로 중동지역의 물류.금융.교통 중심 국가로 급부상하고 있고, 막대한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사업의 다원화와 비석유분야 육성정책을 강력히 추진중이다.
따라서 앞으로 UAE는 에너지.자원의 안정적 공급원으로서의 의미 외에도 급격히 팽창하는 중동시장, 협력과 투자 가능성이 새롭게 열리고 있는 중동지역의 교두보로서도 가치를 찾을 수 있다.
◇개발 프로젝트 협력 = 이를 반영하듯 2004년 이후 중동지역의 고유가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의 대(對) UAE 투자가 활발, 과거 연락사무소 위주의 투자에서 제조업 투자로 기업들의 관심이 전환되고 있다.
앞으로도 사디아트 섬 국제관광지 개발(280억달러), 알 라하 해변 개발 프로젝트(147억달러), 아부다비 국제공항 확장사업(68억달러) 등 굵직굵직한 사업들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UAE의 유인력은 적지 않다.
따라서 노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다양한 양국간 경제협력 관계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기반을 정비하는 계기가 됐다는데 의미가 있으며, 실제 노 대통령의 일정은 양국간 '전면적 협력 기반다지기'와 연결돼 있다.
송민순(宋旻淳)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이번 UAE 방문은 에너지 안보협력 강화 외에도 '제2의 중동특수'에 직면해 중동에 대한 입체적 진출전략을 갖고 임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를 반영하듯 노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한.UAE 정부.비정부 기관 간에는 자원.에너지협력 양해각서(MOU), 원유공동비축사업 MOU, 경제.무역.기술협력 협정, IT협력 MOU, 건설협력 MOU, 경제협력MOU, 종소기업협력 MOU 등 총 7개의 협정 및 MOU를 체결했다.
우선 건설.플랜트 분야에서 건설교통부와 UAE 공공사업부가 건설협력 MOU를 체결, 양국간 건설시장 정보교환, 제3국시장 공동참여 등의 길이 열리게 됐고, 14일 두바이에 설치되는 '중동.아프리카 플랜트.건설수주 지원센터'는 한국 기업의 UAE진출을 뒷받침하게 된다.
또한 현재 아부다비 민자 전력.용수사업(13억달러), 아부다비 항만 및 산업단지 공사(20억∼22억달러), 제벨알리 발전담수사업(16억달러) 등 한국 기업이 입찰에 참여하고 있거나 참여준비중인 UAE 개발사업 규모가 74억달러로, 노 대통령의 방문은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IT 분야 협력 = 또한 IT 분야 협력도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UAE는 교통.물류 허브에서 비즈니스.금융 허브를 지향하고 있으며, 이곳의 제1통신사인 에티살랏(ETISALAT)은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 수단 등 인근 지역의 11개국 주요 통신회사에 지분을 참여하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노 대통령 방문기간 와이브로(휴대인터넷)와 DMB, 홈네트워크, 텔레매틱스 등 각종 최첨단 IT 기술 시연회를 개최했거나 개최할 예정이며, 정통부와 UAE 정부개발부간 IT 분야 협력 MOU를 체결했다.
노준형(盧俊亨) 정보통신부 장관은 "UAE는 한국의 IT 인프라 및 기술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UAE가 인근 11개국을 연결하는 통신 허브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의 와이브로 기술이 UAE에서 채택될 경우 한국의 기술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자원 협력 = 양국간 에너지.자원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산업자원부와 UAE에너지부, 석유공사와 UAE 국영석유회사 사이에 각각 자원.에너지 협력 MOU와 원유 국제공동비축사업 MOU를 체결했다.
송민순 실장은 "노르웨이를 시작으로 알제리 등 주요 산유국들과 원유 공동비축사업을 추진중"이라며 "우리가 앞으로 공동비축할 수 있는 규모는 1천200만 배럴 정도로, 한.UAE 사이에 공동비축 규모에 대한 협의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원유 국제공동비축 사업은 한국의 잉여비축 시설에 산유국의 원유를 저장하는 사업으로, 한국은 임대수익 및 비상시 우선구매권을 확보하게 되고, 산유국은 싼 비용으로 판매 거점을 확보한다는 이득이 있다.
성기홍 김범현 기자
sgh@yna.co.kr (아부다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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