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보장조치' 논의 NLL문제로 난항 예상
남북을 잇는 경의.동해선 열차운행을 위해 군사적 보장조치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은 24일 남측에 보낸 전화통지문을 통해 군사당국간 군사적 보장조치가 아직 취해지지 않고 있는 등의 조건에서 열차 시험운행을 예정대로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열차가 군사분계선(MDL)을 통과하려면 양측 군당국끼리 통행 절차 및 신변안전 등에 관한 군사적 보장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측의 이런 주장은 '탑승자 명단 교환으로 열차운행이 가능하다', '쌍방 간에 신변안전 합의가 되어 있어 열차운행에 문제가 없다'고 한 남측 당국자들의 설명과 대조를 이룬다. 그동안 남측은 경의선.동해선 열차에 승차할 양측 탑승객 명단을 상호교환하는 것 자체가 묵시적인 동의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열차를 운행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또 2003년 1월 '동.서해지구 남북관리구역 임시도로 통행의 군사적 보장을 위한 잠정합의서'에 명기된 신변안전 보장 조치를 이번 열차 시험운행 과정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하지만 북측이 군사적 보장조치를 열차운행에 필요한 선행조건으로 내세우면서 남측 당국자들의 이런 주장은 일방적인 해석에 지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남북이 53년간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비무장지대(DMZ)내 MDL을 뚫고 열차가 오가려면 남측과 유엔사, 북측과 유엔사, 남북간에 취해야 할 일정한 사전조치가 있으며 이는 정전협정에도 명시돼 있다. 정전협정에 따르면 DMZ 이남.북은 각각 유엔군사령관과 조선인민군사령관이 민사행정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허락없이는 DMZ 출입이 불가능하다. 만약 남측에서 북측으로 인원과 장비가 넘어가려면 남측은 유엔사에 이를 사전 통보하고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는 북측에 이 사실을 즉각 통보해야 한다. 그러나 유엔사가 일정구역의 DMZ 출입 권한을 남측에 위임했다면 남북이 자체적으로 MDL 통과에 따른 군사보장합의서를 체결할 수 있다. 남측은 이미 유엔사로부터 경의.동해선이 관통하는 서.동해지구 남북관리구역의 관리권을 위임받은 상태기 때문에 남북 협의 아래 군사적 보장합의서를 체결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고 있다. 남북이 2003년 1월 경의.동해선 임시도로 통행 절차와 신변보장 등을 담은 군사적 보장을 위한 잠정합의서를 채택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2003년 합의서는 ▲각각 10m 구간의 군사분계선을 개방 ▲인원과 명단, 차량, 자재 및 장비의 수, MDL 통과시간 사전에 각각 통보 ▲안전보장 책임 등이 핵심 내용이다. 지난 16~18일 열린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남측이 체결을 요구했던 열차시험운행에 따른 군사적 보장합의서 내용도 대체로 이와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열차라는 운송수단의 특수성과 대규모 탑승인원을 감안해 세부적인 항목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열차운행을 군사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합의서 체결이 단 시일내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북측은 쌍방 충돌의 '근원적인 문제'라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대신할 새로운 해상경계선 설정 논의가 선행되지 않는 한 군사적 보장합의서를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남측이 무력충돌의 근원인 NLL을 고수하면서 특정목적을 위한 군사적 보장합의서 체결을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게 북측 논리로 볼 수 있다. 북측은 남측이 23일 열차통행을 위해서는 어떤 형식으로든 군사적 보장합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전통문을 보낸 데 대해 '해상경계선 재설정'을 내세우며 거부 입장을 확인했다. 열차시험운행을 비롯, 남측이 제시한 군사적 신뢰구축안을 해상경계선 설정 문제와 연계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백승주 박사는 "북측은 열차 시험운행 문제를 놓고 막판까지 자신들의 입장을 굽히지 않음으로써 NLL 문제를 다시 한 번 의제화하는 전략을 구사했다"고 분석했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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