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한국인 국제해저지명위원 한현철 박사
울릉분지.이사부해산 등 14개 우선 등재 대상 선정
"시간을 갖고 치밀하게 역사적.지리적 자료, 인맥을 확보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승산이 있습니다"
최근 한국인으로서 처음 국제해저지명소위원회에 진출한 한현철 박사(한국지질자원연구원)는 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독도 주변 해저지명을 놓고 위원회 안팎에서 한국과 일본의 치열한 논리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 박사는 "우리가 해저지명소위원회에 우리식 지명의 국제 공인을 신청하면 일본이 반발할 것은 분명하다"며 "일본은 해양분야의 역사도 깊고 나름대로 논리도 갖추고 있으므로 별 준비없이 신청할 경우 등재를 장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따라서 여러 해저지명의 국제 공인을 서둘러 한꺼번에 추진하기 보다는 치밀한 준비 과정을 거쳐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한 박사는 특히 울릉분지(일본식 명칭 쓰시마분지)나 이사부해산(순요퇴) 등 일본이 사실상 명칭을 선점한 경우 "시간을 두고 더욱 충분한 근거를 수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차원에서 내년 7월 열리는 다음 해저지명소위원회에 당장 이들의 등재를 신청한다해도 현실적으로 통과 가능성이 크지 않은 만큼, 덜 민감한 지명부터 순차적으로 국제 공인을 추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이와 함께 위원회가 해저지명 등재 여부를 결정할 때 주변 지명이나 조사 선박 및 해양과학분야 공헌자 이름을 인용했는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고 소개하며 "울릉분지의 경우 거리상으로 쓰시마보다 가까운 울릉도의 이름을 따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정에 개인적 친분 등도 영향을 미치므로 위원회안에서 인맥을 넓히는데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위원회의 의사 결정이 원칙적으로는 만장일치제로 이뤄지지만, 민감한 사안의 경우 다수결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도 있는만큼 이에 대비해야한다는 설명이다. 한 박사는 또 "일본의 경우 정부와 학계가 오래전부터 활발하게 자신들의 해저지명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고 홍보해왔다"며 "우리나라도 우리식 지명을 사용한 논문 및 해도 발행에 적극 나서고 우리 지명들의 역사가 오래됐다는 점, 일제 치하에서 우리 지명을 제대로 알릴 수 없었다는 점 등을 집중적으로 알려야한다"고 덧붙였다. 한 박사가 지난달 21일 독일 브레머하펜에서 열린 대양수심도(GEBCO) 운영위원회에서 국제해저지명소위원회 12번째 위원으로 선임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독도 부근 해저지명을 둘러싼 외교전에서 일단 형식상으로는 일본과 동등한 지위에 올랐다. 한국은 그동안 '울릉분지' 등의 공인을 추진해왔으나 해저지명소위원회의 기존 11명 위원 가운데 일본 대표가 포함돼있어 매우 불리한 상황이었다. 국내해양지명위원회(위원장 국립해양조사원장)는 지난 5월 4개 동해 해저지명을 해저지명소위원회 '우선 등재 대상'으로 선정, 이르면 내년 위원회에 등재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울릉분지.이사부해산.한국해저간극.해오름해산 등 4개는 일본식 이름이 이미 등재됐거나 일본측이 주장하는 일본 배타적경계수역(EEZ)내 위치한 것으로, 향후 일본과의 첨예한 대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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