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함 속 팽팽한 긴장감’
독도 주변 수역에 대한 정부의 해류조사 실시를 하루 앞둔 2일 관련부처에는 '고요함 속에서도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당초 예정대로 3일부터 14일까지 독도 주변 수역을 포함한 동해 일대에 대한 해류조사를 '주권의 문제'라는 명분 속에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정부 관계자들은 이날 공개적인 행보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정부 당국자는 "해류조사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끝냈다"고 말했다. 해류조사를 실시할 관측선 `해양2000호'도 조사에 필요한 준비를 이미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2천500t급인 해양2000호는 울산에서 독도로 이어지는 해역에서 바닷물의 온도와 흐름, 염분농도 등을 조사하게 된다. 해류조사를 실무담당하고 있는 국립해양조사원은 이미 2003년과 지난해 두차례에 걸쳐 이 지역에서 해류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하지만 과거와는 달리 독도와 관련해 `조용한 외교'를 철회하기로 한 상황에서 정부가 고심하는 대목은 일본측 반발과 이에 따른 여론의 동향이다.외교통상부와 해양수산부 등 정부 관계자들로 구성된 고위급 태스크포스(TF) 팀은 이미 지난주 최소 두차례에 걸친 회의를 통해 '상황별 대응방안'을 마련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정부의 기본 방침은 단순하다. 이번 해류조사가 독도 문제와 분리될 수 없는 만큼 노무현 대통령의 `4.25 대일(對日) 특별담화 기조에 따라 원칙대로 밀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일본이 강한 대응으로 나온다면 그에 따른 외교적 마찰도 감수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독도문제와 관련, `조용한 외교'를 철회하기로 방침을 정할 때부터 강한 대응도 충분히 예상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가급적 마찰의 강도는 줄였으면 하는 희망섞인 기대가 다분하다. 미사일 위기 정국과 6자 회담의 복귀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간 외교적 신경전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본과의 대치가 국제사회에 부각될 경우 유엔 사무총장 선거에도 여파가 미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해류조사에 착수한 후 일정기간 일본과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논란에서 자유로운 해역(기존의 EEZ 기점인 독도와 울릉도 기점의 서쪽)부터 조사를 벌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역시 한국 조사선박이 양국이 공히 '자국 EEZ'라고 주장하는 해역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가급적 조기에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막으면서 해류조사의 목적을 달성하는 실리를 거두자는 기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결국은 '시간차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14일까지 대상으로 삼은 전 해역을 조사하자면 자연스럽게 논란이 된 해역에 진입하게 되고 이 경우 일본의 반발은 불가피하다. 국제법상 일본은 공선(公船)에 해당하는 한국 해류조사선을 물리력으로 막을 수 없다. 따라서 일본 순시선이 동원되더라도 '퇴거요청'을 하는 방송을 할 수는 있어도 나포 또는 밀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는 뒤집어서 말하면 일본도 해류조사에 상응하는 '해양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한국은 이미 지난 4월 강경대응 방침을 천명한 바 있다. 외교부 관계자들은 "상황을 지켜보자"면서도 극한적인 대결국면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외교적으로 일본 외무성이 우리 정부에 '항의'하고 우리측도 '주권에 따른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며 신경전이 펼쳐지기는 하겠지만 한일 관계가 극도로 악화되지 않도록 양측이 지혜를 발휘할 것으로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양국내 여론의 동향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경우 예상 수준을 벗어난 '외교마찰'이 일어날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우리측 해류조사가 우여곡절을 겪고 난 뒤 일본측 해양조사가 착수될 경우, 또 다가오는 `8.15의 폭발성'을 생각할 때 또 한차례의 '외교전쟁'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문제의 근원이 되는 EEZ 경계획정도 생각해봐야 한다. 이번 해류조사가 논란이 될 경우 독도를 기점으로 삼은 우리측 새로운 EEZ 경제획정 전략이 도마위에 오를 수 있다. 일본 정부는, 비록 비공식적으로 곧바로 부인하기는 했지만, EEZ 협상에서 동해쪽으로 독도 기점을 수용할 경우 동중국해쪽은 도리시마(鳥島)를 기점으로 한국에 요구키로 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만일 일본 정부의 방침대로 도리시마를 기점으로 할 경우 한국측 공동수역이 제주바다 쪽으로 최소한 10마일 가량 후퇴하게 된다. 한 외교소식통은 "독도 문제의 경우 폭발성이 산재해있기 때문에 상황을 전체적으로 냉철하게 내다보는 안목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우탁 기자 lwt@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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